李, 시진핑보다 이시바와 먼저 통화…“한·미·일 틀 안에서 노력”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와 취임 후 첫 통화를 했다. 양 정상은 “상호 존중과 신뢰, 책임 있는 자세를 바탕으로 보다 견고하고 성숙한 한·일관계를 만들어 나가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이날 전했다.

이 대통령은 통화에서 “오늘날의 전략적 환경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다”고 강조하고, “한·일 양국이 상호 국익의 관점에서 미래의 도전과제에 같이 대응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의 대통령 취임 축하에 대해 사의도 표했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4일 “한국 민주주의의 결과로 한국 국민의 선택에 경의를 표한다”며 이 대통령의 당선과 취임을 축하했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양 정상은 그간 한·미·일 협력의 성과를 평가하고 “앞으로도 한·미·일 협력의 틀 안에서 다양한 지정학적 위기에 대응해 나가기 위한 노력을 더해 나가자”고 의견을 모았다. 특히 올해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인 만큼 양국 국민들 간의 활발한 교류 흐름에 주목하면서 당국 간 의사소통도 더욱 강화해 나가자고 했다. 이어 양 정상은 향후 직접 만나 한·일관계 발전 방향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이 대통령이 오는 15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 개막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기로 한 만큼 이 자리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 총리실도 한·일 정상 통화 소식을 전하고, 이시바 총리가 “납치문제를 포함한 대북 대응에 대해서도 긴밀히 공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부분은 강 대변인은 전하지 않았던 내용이다. 일본은 1970~1980년대 일본인 17명이 북한에 납치됐다고 파악하고 있고, 이 문제는 북·일 간 주요 외교 쟁점이다. 과거사 문제에 대한 대화가 오갔냐는 질문에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서로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첫 통화인 만큼 전체적으로 한·일관계 발전의 방향성에 대해서 논의를 했다”고 답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연합=AFP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연합=AFP

 
이번 정상 통화는 정오부터 시작해 약 25분 이어졌다. 지난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 통화 이후 두 번째다. 이 대통령이 어느 국가 정상과 두 번째 통화를 할지는 관심사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두 번째 정상 통화를 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통화가 두 번째였다. 여권 관계자는 “일본과 먼저 통화를 하는 건 한·미·일 협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국의 요구에도 맞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통화로 이 대통령은 대일(對日) 외교의 첫발을 뗐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일본과 관계에 대해 과거사는 과거사대로 원칙적 대응을 하고, 경제·안보 협력 등엔 실리에 따라 대응한다는 ‘투트랙’ 기조를 밝혀왔다. 이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와 통화 후 소셜 미디어에 “올해는 한·일관계 정상화 60주년, 광복 80주년이 되는 의미 있는 해인 만큼 새 시대가 요구하는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