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점유율 2위인 삼성전자가 3위인 중국 SMIC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독주 중인 대만 TSMC와의 점유율 격차가 워낙 큰 상황에서, 이제는 2위 자리마저 위협받는 모양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9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상위 10개 파운드리 업체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총 364억300만 달러(약 49조원)로 전 분기 기록한 384억8200만 달러(약 52조원)보다 5.4% 감소했다. 트렌드포스는 “통상 1분기는 계절적 비수기에 해당하지만, 미국의 상호 관세 면제 기한 직전 고객사 주문량이 늘었고, 지난해 중국의 소비자 보조금 프로그램의 효과가 이어지면서 하락분이 일부 상쇄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시장 점유율이다. 1위와 3위 사이에 낀 삼성전자의 입지가 더 위태로워졌다. 1위 TSMC의 경우 1분기 매출액은 255억1700만 달러(약 35조원)로 전 분기 대비 5%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시장 점유율은 0.5%포인트 상승한 67.6%를 기록했다.  

 
반면 삼성전자의 1분기 매출액은 전 분기 대비 11.3% 줄어든 28억9300만 달러(약 4조원)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시장 점유율도 8.1%에서 7.7%로 0.4%포인트 하락했다. 트렌드포스는 “삼성 파운드리 하락은 중국 보조금 수혜가 제한적인 데다 미국의 첨단공정 수출 규제가 겹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1위 TSMC와 시장점유율 격차는 전 분기 59%포인트(p)에서 59.9%p로 더 벌어졌다

삼성전자가 고전하는 사이 중국 SMIC는 맹추격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1분기 SMIC의 매출액은 작년 4분기 대비 1.8% 늘어난 22억4700만 달러(약 3조원)로 톱3 국가 중 유일하게 상승했다. SMIC가 미국 관세와 중국 보조금에 대응해 재고를 조기에 확보한 덕분에 수혜를 입었다는 풀이다. 시장 점유율도 5.5%에서 6%로 0.5%포인트 상승했다. 이로써 삼성전자와의 격차는 지난해 4분기 2.6%포인트에서 1.7%포인트로 좁혀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2분기에는 관세 회피 수요가 줄면서 파운드리 시장은 전반적으로 둔화할 전망이다. 다만 중국의 보조금 수요와 신규 스마트폰 모델 출시 전 재고 확보 움직임, 고성능 컴퓨팅 수요 등이 톱10 업체들의 가동률을 뒷받침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