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28일 오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 화성행궁광장에서 열린 ‘2025년 제17회 노인일자리 채용 한마당’에서 구직자들이 구인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60대와 20대의 고용률 역전이 임박했다. 고용률은 인구 중 취업자의 비율을 뜻하는데, 고령층 취업 증가와 청년 구직난이 겹친 현상으로 풀이된다.
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4월 60대(60~69세) 고용률은 전년 동기보다 1.1%포인트 오른 60.0%를 기록했다. 역대 4월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모든 월 기준으로는 지난해 10월(60.0%)·11월(60.1%)에 이어 세 번째로 60%대를 보였다. 60대 고용률은 처음 집계된 2018년 1월(51.2%) 이후 상승세다.
연금 등 노후 소득 안전망이 부실한 가운데 갈수록 평균 수명이 늘어나자 은퇴 대신 일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낸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대부분(84.8%)은 생계비 혹은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 일을 한다. 송준행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지난해를 보면 돌봄 서비스 일자리가 포함된 보건업과, 정부의 직접 일자리 사업과 연관된 사회복지서비스업 등을 중심으로 60대 고용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박경민 기자
반면 4월 20대 고용률은 전년 동기보다 0.9%포인트 떨어진 60.3%를 나타냈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8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60대와의 차이는 불과 0.3%포인트다.
이는 우선 20대 취업자 수가 줄어서다. 경제성장률 하락세에 따라 기업이 만드는 신규 일자리가 감소했다. 기업이 인력 교육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신규 채용보다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원하는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취업을 준비하는 기간이 길어진 점도 한몫했다. 지난해 5월 기준으로 청년층(15~29세)이 학교 졸업 후 첫 일자리를 잡을 때까지 걸리는 평균 기간은 11.5개월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앞으로 60대 고용률이 20대를 추월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가 고령층뿐만 아니라 20대 고용률을 높이는 데도 신경 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20대 고용률이 낮아지면 혼인과 출산이 순차적으로 지연되면서 저출산 현상을 심화시키고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리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가 공약한 정년 연장(60→65세)이나 주 4.5일제 도입 등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늘리고 자칫하면 신규 채용을 더욱 위축시켜 20대 고용률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런 부작용을 막으려면 고용 유연화 등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며 “근본적으로 인공지능(AI) 등 양질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에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