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펑크에 경기부양 효과 적은데…딜레마 빠진 '전국민 25만원'

이재명 대통령이 내세운 ‘전 국민 25만원 지급’ 공약 추진에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재정 확대가 필요하지만, 3년 연속 ‘세수 펑크’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더 효과적인 부양책을 찾아야 한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아서다.

전 국민이냐 선별이냐…민생지원금 논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2차 비상경제점검태스크포스(TF) 회의에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2차 비상경제점검태스크포스(TF) 회의에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12일 대통령실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빠르면 이달 말 국무회의에서 구체적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확정한다. 전체 규모는 20조원가량으로 민생회복지원금(민생지원금)과 반도체 및 인공지능(AI) 관련 예산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개인에게 직접 현금성 지원을 하는 민생지원금은 대상을 전 국민으로 할지, 선별할지를 놓고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앞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총 13조원의 예산으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원금을 나눠주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정부 내에서 선별 지원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묘한 입장 변화도 감지된다. 전날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장은 자신의 SNS에서 “민생회복지원금은 보편지원이 바람직하다”면서도 “재정 여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일정한 범위를 정해 선별 지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현금 지원, 경기 부양 효과 가장 낮아

이른바 떨어지는 ‘가성비’ 때문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재정 전문가들은 현금을 직접 나눠주는 것은 경기 부양에 효과가 떨어진다고 본다.

한국은행은 ‘거시계량모형(BOK20) 구축 결과’ 보고서에서 재정을 쓰는 방식을 정부 소비·정부 투자·이전 지출 3가지로 나눠 분석했었다. 현금을 직접 주는 방식은 이전 지출에 해당한다.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을 1조원을 쓴다고 했을 때, 정부 소비 형태로 쓰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9100억원 느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를 정부 투자 방식으로 바꿔 쓰면 8600억원, 이전 지출 방식으로 하면 3300억원만 GDP 증가로 이어졌다. 같은 재정을 써도 현금을 나눠주는 방식(이전 지출)이 정부 소비나 투자 보다 경제성장률을 훨씬 적게 늘린 것이다.


지원금 나눠줘도 전부 안 쓰고 저축

'소비 대체 효과' 때문이다. 정부가 직접 재정을 써서 다리나 도로 같은 인프라를 지으면, 그만큼 건설 투자액이 늘면서 전체 GDP도 증가한다. 

하지만 재정을 현금으로 개인에게 나눠주면 이 돈을 전부 소비에 쓰지 않는다. 예컨데 한 달에 고정적으로 식비를 100만원 쓰는 사람이 100만원의 지원금을 받으면, 고정 식비를 지원금으로 쓰고 남는 자신의 돈은 저축하는 경향이 있다. 이럴 경우 나눠준 재정 중 일부만 소비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GDP 증가도 제한적이다.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스1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스1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20년 문재인 정부가 지급했던, 1차 긴급 재난지원금의 소비 증대 효과를 분석한 결과도 유사하다. KDI에 따르면 지원금 사용 가능 업종에서 전체 투입예산 대비 26.2~36.1%의 매출 증대 효과만 나타났다. 100만원을 지원금으로 줬지만, 실제 늘어난 소비는 20~30만원에 불과했다는 의미다.

인구 고령화로 씀씀이 자체를 줄이기 시작했다는 점도 현금 지원 효과를 떨어뜨리는 요소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73.6%였던 평균소비성향은 지난해 70.3%로 3.3%포인트 하락했다. 평균소비성향은 전체 소득 대비 소비하는 비율이다. 특히 은퇴 세대인 60대는 소득은 주는데 부채와 세금 부담은 유지되면서, 평균소비성향(69.3→62.4%)이 가장 많이 줄었다. 인구 고령화로 지갑을 닫은 고령층이 느는 상황에서 현금 지원만으로 내수 부양을 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3년 세수 펑크 가능성에 “효과 점검해 추경”

넉넉하지 않은 재정도 현금 지원을 쉽사리 늘리지 못하게 하는 요소다. 올해를 포함해 3년 연속 세수 펑크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20조 안팎으로 마련된 추경 예산의 효과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임기근 기획재정부 2차관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제 상황이 비상하게 어려운 만큼 속도감 있게 추경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효과를 점검해가며 알뜰하게 (추경) 사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재정지출의 효율성과 정책 효과성을 따져 재원을 배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장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현금을 나눠주기보다 인공지능(AI) 등 미래 산업 인프라 구축에 정부가 직접 돈을 쓰는 것이 낫다”면서 “현금 지원은 경기 부양보다는 저소득층 사회 안전망 강화를 위해 선별해서 써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