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참사’ 중처법 위반 첫 재판…이범석 청주시장 “시 책임아냐”

2023년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발생한 지하차도 침수 현장에서 소방당국이 구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2023년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발생한 지하차도 침수 현장에서 소방당국이 구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검찰 "하천시설물, 제방 관리 못 한 책임"

14명이 숨진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시민재해 치사) 혐의로 기소된 이범석 청주시장이 12일 첫 공판에 출석해 혐의를 부인했다.

 
오송 참사는 2023년 7월 15일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침수돼 지하차도에 갇힌 14명이 사망한 사고를 말한다. 당시 지하차도에서 350여m 떨어진 미호강 변 임시제방이 터지면서 대량의 하천수가 차도 안으로 유입돼 인명 피해가 컸다. 검찰은 지난 1월 참사의 직접적 원인으로 붕괴한 임시제방을 지목하며, 제방을 포함한 하천시설물 관리 책임이 있는 이범석 청주시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공사 발주처 책임자였던 이상래 전 행복도시건설청장, 임시제방을 쌓은 시공사의 전 대표 A씨와 법인도 같은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이 문제 삼은 미호강 임시제방은 자연제방을 헌 자리를 모래주머니 등으로 메꾼 둑이다. 행복도시건설청이 발주한 오송~청주(2구간) 도로확장 공사를 하면서 시공사가 공사 차량 이동 편의를 위해 제방을 훼손했다가, 우기를 앞두고 임시로 쌓은 것이다. 검찰은 재판에서 “임시제방은 기존 자연제방보다 낮은 데다 흙 다짐도 미흡했었다”고 지적했다. 사고 전날 임시제방 붕괴 우려에 대한 주민 민원과 사고 당일 오전 4시 홍수 경보로 미호강 범람 우려 등으로 있었으나, 청주시와 행복청·시공사 모두 조처를 소홀히 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이범석 청주시장이 12일 청주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을 앞두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최종권 기자

이범석 청주시장이 12일 청주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을 앞두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최종권 기자

이범석 시장 측 "중처법 상 실질적 책임자 아냐"

검찰은 임시제방이 불법으로 축조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검찰은 “시공사는 금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공사 구간에 하천점용허가를 받았으나, 이곳엔 자연제방 절개나 임시제방 설치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하천법은 제방을 무단 훼손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임의로 하천구역 내 시설을 변경하거나 영향을 주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제방 붕괴가 발생한 미호강은 환경부가 충북도지사에게 관리를 위임하고, 충북도가 청주시장에게 재위임한 곳이어서 이범석 청주시장에게 유지·보수 의무가 있다”며 “연중 순찰과 정기안전점검, 불법점용 시설 관리 등을 통해 제방 기능이 온전한지 확인해야 했으나, 실질적인 점검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청주시 하천과 국가하천관리팀 관리가 미흡했던 점도 지적했다. 검찰은 “청주시 하천과는 2021년께부터 안전점검 필수인력(기술자격자)도 없이 하천 안전점검을 하거나, 제방 점검을 생략하고도 시설물안전관리시스템(FMS)에 이상이 없는 것처럼 허위 내용을 등록했다”며 “부실 점검이 이뤄지는 상황에서도 하천과의 업무실태, 인력·예산 상황을 점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오송참사유가족협의회 등이 12일 청주지법 앞에서 참사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오송참사유가족협의회 등이 12일 청주지법 앞에서 참사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유가족 "청주시장 엄벌, 충북지사는 재조사해야" 

이범석 시장 측은 공소 사실을 부인했다. 평소 미호강 관리 책임이 청주시에 있는 건 맞지만, 당시 교량 공사가 진행 중이던 사고 구간(임시제방 포함)은 환경부에 관리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 시장 측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은 청주시가 사고 발생 원인이 된 '공사구간 내 (임시)제방'에 대한 보수 유지·관리를 전제로 하고 있는데, '공사구간 내 제방'의 법령상 유지·관리 의무는 환경부 장관에게 있다"며 "청주시는 실질적인 지배·운영·관리 주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청주시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상 사고가 발생한 시설(임시제방)의 실질적 지배·관리·운영상의 총 책임자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공소사실을 부인한다”고 말했다.

한편 오송참사유가족·생존자협의회와 시민대책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참사 책임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범석 시장은 여전히 피해자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도,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에 대한 책임 있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며 “법원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청주시장에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어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재난관리 책임에 있음에도 불기소 처분된 김영환 충북지사 역시 검찰이 다시 조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