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전공의 실형에 의사회 “표현의 자유, 공익적 문제제기” 주장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은 의사·의대생의 신상 정보가 담긴 블랙리스트 '감사한 의사'를 유포한 사직 전공의 정 모씨가 지난해 9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경찰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은 의사·의대생의 신상 정보가 담긴 블랙리스트 '감사한 의사'를 유포한 사직 전공의 정 모씨가 지난해 9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경찰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이른바 ‘의료계 블랙리스트’ 명단을 해외 사이트에 퍼뜨린 사직 전공의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자, 의사단체가  “법리를 무시한 정치적 판결”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내놨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임혜원 부장판사는 스토킹처벌법 위반,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 기소된 사직 전공의 류모(32)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류씨는 지난 8~9월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은 의사·의대생 2974명의 명단을 해외 사이트 ‘아카이브’ 등에 21차례 게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아울러 재판부는 류씨에게 자신이 다니던 대학병원 전임의ㆍ전공의 159명의 진료과목과 이름을 제공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정모(31)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판결 직후 서울시의사회(의사회)는 성명을 내고 “윤석열 전 정부의 무도한 의료 농단에 맞선 의료계 내부 표현의 자유와 공익적 문제 제기의 권리를 침해한 과도한 형사 처벌”이라며 1심 재판부를 비판했다. 이어 “추후 항소심 대응을 위해 유수의 법률 전문가와 공동으로 법률대응팀을 구성하고, 항소심에 필요한 모든 자료 지원과 전략적 자문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사회 측은 류씨의 행동에 대해 “표현 방식이 논란의 소지가 있다”면서도 “개인의 악의적 공격이 아닌 불공정한 현실에 대한 문제 제기이자 경고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표현했다.

류씨 등이 해외 사이트에 게시한 의료계 명단 일부. 사진 아카이브 캡처

류씨 등이 해외 사이트에 게시한 의료계 명단 일부. 사진 아카이브 캡처

의료법 8조, 65조는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의료인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관이 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류씨는 형이 확정되면 의사 면허가 취소될 전망이다. 다만 면허를 영구박탈당하는건 아니다. 의료법은 실형을 살고난 뒤 2년이 경과한 경우 면허 재교부 신청을 할 수 있게 열어놨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이날 중앙일보에 “판결문을 입수해 전체 판결 내용을 확인한 이후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라면서도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형이 너무 과도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앞서 의료계는 류씨 등이 기소되자 이들을 돕기 위한 모금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의사 커뮤니티에선 인증글을 통해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혐의를 받는 사직 전공의 후원을 독려했다. [사진 독자]

당시 의사 커뮤니티에선 인증글을 통해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혐의를 받는 사직 전공의 후원을 독려했다. [사진 독자]

 
이같은 의료계의 반응에 신현호 변호사(법률사무소 해울)는 “블랙리스트의 내용을 살펴보면, 사람을 완전히 털어버리는 도를 넘는 내용이 담겨있다”라며 “이는 표현의 자유라고 볼 수 없는 범죄”라고 지적했다. 신 변호사는 “의료계도 무작정 감쌀게 아니라, 건강한 발전을 위해선 잘못에 대해 자율적으로 정화를 해야한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