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론 로고가 표시된 스마트폰이 컴퓨터 마더보드에 놓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마이크론은 12일(현지시간) “미국 내 메모리 제조에 약 1500억 달러(205조원), 연구·개발(R&D)에 500억 달러(68조원)를 투자해 9만개의 직·간접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확장안에는 아이다호주 보이시에 두 번째 최첨단 메모리 생산 공장을 짓고, 버지니아주 머나사스에 위치한 기존 제조 시설을 확장 및 현대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마이크론이 현재 건설 중인 아이다호의 첫 번째 공장은 2027년 D램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번 발표는 미국 정부의 추가 보조금 없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12월, 마이크론의 1250억 달러(약 171조 원) 규모 공장 건설 계획에 맞춰 61억6500만 달러(약 8조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한 바 있다. 마이크론이 이날 3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를 발표하자 상무부는 2억7500만 달러(약 3700억원)의 지원을 추가로 언급했지만, 이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체결된 예비거래각서(PMT)를 공식화한 수준에 불과해 실질적인 증액으로 보긴 어렵다.
마이크론은 이번 결정을 두고 “D램 생산량의 40%를 미국에서 만들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내 폭증하는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고 미국의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는 동시에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겠단 것이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는 “미국 메모리 제조 및 R&D 계획은 혁신을 주도하고 국내 반도체 산업을 강화하려는 의지”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정치적 함의가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지난 4일 의회 청문회에서 “반도체 보조금이 과도하게 관대해 보인다”며 일부 기업과 재협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 보조금 지급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에 발맞춰 마이크론이 선제적으로 투자 확대에 나선 것이라는 풀이다.
향후 한국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론의 이번 ‘보조금 증액 없는 투자 확대’가 미국 정부의 기준점이 될 경우, 한국 기업들에도 유사한 추가 투자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