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에 기반한 디지털 치료가 자폐스펙트럼·사회적의사소통 장애를 가진 청소년에게 적용됐더니 사회성 향상 등의 효과를 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독 유발' 비판을 받아온 게임이 올바르게 쓰이면 '약'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정유숙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유재현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최태영 대구가톨릭대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팀은 이러한 내용의 논문을 16일 공개했다.

연구팀은 2023년 8~11월 자폐스펙트럼장애나 사회적의사소통장애를 진단받은 10~18세 청소년 38명을 모집했다. 이들 청소년을 약물·심리 등 기존 방식 치료군(19명)과 모바일 게임 병행 치료군(19명)으로 나눴다. 게임 치료군에겐 스마트폰에 설치된 훈련 프로그램(NDTx-01)을 사용하게 했다. 

이는 연구팀과 디지털 치료제 개발 업체 뉴다이브가 협업해 학교에서 주로 접하는 다양한 상황을 제시하고, 사용자가 미션을 수행하며 문제를 해결하도록 설계된 치료용 게임이다. 지난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혁신 의료기기로 승인받았다. 

정유숙 교수는 "교우관계 등과 관련한 시나리오가 제시되면 거기에 대한 청소년 반응이 어떻게 되는지 보는 방식이다. 게임에서 그 반응에 따른 피드백을 주게 된다"면서 "게임을 활용한 추가 임상 연구를 진행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두 그룹의 사회적 의사소통 기술이나 적응 능력 등이 6주 뒤에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했다. 분석 결과, 기존 치료와 게임 치료를 같이 진행한 경우에 일상생활 적응도가 뚜렷하게 개선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의사소통 수준 등을 점수화한 '적응행동조합' 평가에서 기존 치료군은 1.21점 올랐지만, 게임 치료군은 5.89점 증가했다. 특히 사회성 부분만 따로 떼 보면 게임 치료군은 6.05점, 기존 치료군은 0.42점으로 상승 폭 차이가 더 컸다. 또한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주요 특징인 '반복 행동·특정 주제 관심' 수준도 게임 치료군이 치료 전보다 9.11점 줄었다. 기존 치료군(2.89점)보다 감소 폭이 3배 이상 큰 셈이다.

정유숙 교수는 "게임 형태의 치료 적용 기간이 짧은데도 상당한 효과를 본 게 의미 있다"면서 "학령기 아동은 학교·학원 사정 때문에 대면 치료를 꾸준히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게임 방식의 프로그램으로 그런 아이들도 치료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다만 "게임만으로 성과를 봤다기보단 재미있는 게임을 활용한 사회성 치료 프로그램이 도움이 됐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