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집값 양극화, 주요국 중 1위...주거비 상승에 서울살이 팍팍

16일 남산에서 본 서울 시내 모습. 연합뉴스

16일 남산에서 본 서울 시내 모습. 연합뉴스

서울과 지방의 집값 격차가 더욱 벌어지면서 주거비 등 인플레이션 양극화도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거주자의 체감 자가주거비는 전남의 4배가 넘는다. 결국 다른 소비를 줄여야 하는 만큼 서울살이는 팍팍해지고, 지방은 집값 하락에 경기가 악화하는 추세다.  

18일 한국은행 ‘주택가격 양극화의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서울과 전국간 집값 상승률 격차는 69.4%포인트로 주요 7개국 중 1위였다. 그만큼 서울 집값이 다른 지역에 비해 크게 올랐다는 의미다. 해당 기간 서울 집값이 112.3% 오를 때 전국 평균 집값 상승률은 42.9%에 그쳤다.  

최근 부동산 경기 부진을 겪고 있는 중국은 베이징과 전국의 집값 상승률 격차가 49.8%포인트로 2위였다. 이어 일본 도쿄(28.1%포인트), 캐나다 토론토(24.5%포인트), 호주 시드니(9.8%포인트), 미국 뉴욕(-16.3%포인트), 영국 런던(-19.1% 포인트), 순이었다. 미국과 영국은 뉴욕ㆍ런던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집값도 상승하면서 마이너스 격차를 기록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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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2014년부터 수도권 인구집중이 본격 확대되기 시작해서다. 젊은층이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몰리면서 수도권은 신규 주택에 대한 수요가 점차 늘었다. 반면 비수도권은 청년 인구 유출로 고령화가 가속화하다 보니 주택 수요기반도 약해졌다. 그 사이 수도권과 비수도권간 경제력 격차는 더욱 커졌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5년을 기점으로 지역내총생산(GRDP) 중 수도권 비중이 비수도권을 넘어섰으며, 최근에는 53%까지 커졌다.  

과거의 부동산 경기 부양 정책도 집값 양극화를 부추긴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2014~2016년 건설경기 부양을 위한 대출규제 완화 및 주택공급 확대 정책 등으로 분양물량이 크게 증가했다”며 “이는 2~3년의 시차를 두고 주택공급 확대로 이어졌고, 2021~22년에도 비수도권 분양 물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최근까지도 해당 지역의 주택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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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양극화는 주거비를 포함한 체감물가 양극화로 이어지면서 소비를 짓누르고 있다. 한은 연구진 분석 결과 지난 3월 기준 지역별 체감 자가주거비(대출 이자, 자기자본의 기회비용 등) 수준은 서울이 229만원으로 전남(49만원)의 4.7배였다. 서울과 세종(172만원), 경기(140만원)를 제외한 나머지 14개 시ㆍ도의 체감 자가주거비는 전국 평균치(114만원)보다 낮았다. 

장태윤 한은 물가동향팀 과장은 “누적된 체감물가 부담은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소비 여력을 제약하는 요인”이라며 “소비부진 완화를 위해서도 주거비를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과거처럼 비수도권 주택건설을 통해 건설투자를 견인하는 부양책을 쓰는 건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