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중공업이 제작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항해하는 모습. 사진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러시아 최대 조선소인 즈베즈다 조선소와 소송에 나선다. 18일 삼성중공업은 2020~2021년 즈베즈다 조선소와 체결한 총 4조8525억원 규모의 선박 기재자 공급 계약을 해지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공시했다. 즈베즈다는 러시아 극동 지역인 볼쇼이카멘에 있는 현지 최대 규모 조선소다.
삼성중공업은 2020년과 2021년 각각 쇄빙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0척, 단거리 유조선(셔틀탱커) 7척의 기자재와 블록(선박 구성하는 철 구조물)을 즈베즈다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중공업이 블록 등을 제작해 즈베즈다로 보내면 현지에서 최종 조립해 선박을 만드는 방식이다.

러시아 극동지역 볼쇼이카멘에 위치한 즈베즈다 조선소 모습. 사진 즈베즈다 홈페이지 캡처
문제는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불거졌다. 미국 정부가 즈베즈다를 특별 제재 대상(SDN)으로 지정하면서 거래를 할 수 없게 되자 양사는 선박 설계 공정을 중단하고 계약 이행 여부에 대한 협상을 진행했다. 지난해 6월 즈베즈다가 돌연 삼성중공업의 계약 불이행을 주장하며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삼성중공업은 ‘계약 해지가 위법하다’며 싱가포르 국제중재법원에 중재를 신청했다.
하지만 전쟁이 3년 넘게 이어지면서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자 삼성중공업도 결국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중공업은 미리 받은 선수금 8억 달러(약 1조1000억원)의 반환을 유보하고 이를 넘어서는 손해에 대해서는 배상을 청구하겠다고 즈베즈다에 통지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위법한 계약 해지로 인한 피해를 산정하고 있다”며 “국제중재를 통해 일방적인 계약 취소의 위법성을 밝히고 정당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원유 운반선이 항해하는 모습. 사진 삼성중공업
한편 조선업계에선 계약 해지로 인한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선박 설계 단계에서 사업이 중단돼 기자재 구매 비용 지출이 들지 않았고 러시아 현지에서 제작하는 방식이라 삼성중공업의 도크(선박 건조 시설)를 미리 비워두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사업 초기에 선박 제작이 중단된 만큼 피해 규모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계약 체결 당시 조선업 수퍼사이클(초호황기)이 시작되기 전이라 수주 가격이 높지 않아 계약 해지가 더 유리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