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줄 치며 ‘김민석 공세’한 뒤 자녀, 부모 등기 털렸다…與 공적된 ‘나홀로 저격수’ 주진우

주진우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이 지난 3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민원실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초선 의원, 방송인 김어준 씨 등 71명에 대한 내란음모 혐의 관련 고발장을 접수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주진우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이 지난 3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민원실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초선 의원, 방송인 김어준 씨 등 71명에 대한 내란음모 혐의 관련 고발장을 접수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여권의 공적(公敵)으로 떠올랐다.  

주 의원은 최근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불법 정치자금 및 금전 거래 의혹을 적극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주 의원은 19일 국민의힘 인사청문회 대책회의에 김 후보자의 최근 5년간 수입·지출 내역을 ‘월별 가계부’ 형태로 갖고 왔다. 그러면서 “일반 가정으로 치환해서 봤을 때 910만원 정도 버는 가정이 2150만원 정도를 쓴 것”이라며 “이런 가계부가 나올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주 의원은 전날에도 페이스북에 자신이 직접 빨간 줄을 그은 김 후보자의 소득금액증명서를 올리며 “2020년도 이후로 수입 대비 8억원이 빈다. 5억원을 벌고 13억원을 썼다. 김민석 후보자는 스스로 부의금, 강연료 등 기타 소득이 더 있다고 했지만, 자료는 못 내고 있다”고 적었다. 이처럼 김 후보자 의혹을 제기한 페이스북 글만 일주일에 20개에 달한다.

여당은 되치기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인사청문특위 소속 박선원 의원은 지난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저도 주진우 의원 방식대로 묻겠다”며 “주 의원 본인의 70억원대 재산에도 불구하고, 사인 간 채무 2억 8000만원이 존재한다”고 역공했다. 한준호 최고위원도 18일 “주 의원 아들은 7억원 이상 예금 보유하고 있다고 하는데, 국회의원 아빠 없는 사람 서러워서 살겠나”고 따졌다.

이에 주 의원은 “아들 재산은 전액을 증여세를 완납하고 할아버지로부터 받아 예금했을 뿐이고, 나머지 재산 형성에 문제가 없는데 아무런 객관적 근거 없이 허위 의혹을 제기했다”고 반박했다. 주 의원은 이들을 허위사실 유포로 형사 고발하겠다고 했다.


양측 공방이 격화하면서 온라인에서는 주 의원 명의로 등록된 부동산 등기부 등본까지 퍼져나갔다. 이 건물에 주 의원의 모친과 그 자녀가 유흥업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주 의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여당의 주 의원 트집 잡기가 이어지는 건 그만큼 그의 공격이 매섭기 때문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원래 보좌관이나 비서관 등 실무진의 단체 대화방에 참여하지 않던 주 의원은 인사청문 국면이 전개되면서 이 대화방에 들어가 ‘팀플’을 하듯 실무진들과 밤낮으로 일하는 중이라고 한다. 주 의원실 관계자는 “시간을 따지지 않고 새로운 게 있으면 바로바로 소통하면서 일하고 있다”며 “상식의 기준에서 문제가 있으면 지적하고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소명으로 할 뿐”이라고 말했다.

주 의원은 형사부, 특수부를 두루 거친 검사 출신이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 시절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하며 이름을 알렸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도 2011년 대검찰청에서 2년간 같이 일한 경험이 있다. 

정치권 입문 후에도 전공을 적극적으로 살리고 있다. 지난해엔 법률자문위원장을 맡아 여권과 얽힌 대부분의 고소·고발을 도맡았다. 고소·고발을 워낙 많이 해 당에선 ‘프로 고발러’라는 별명도 얻었다. 또 개인 유튜브 채널 ‘주진우의 이슈해설’을 운영하며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등 사건의 불법 논리를 조목조목 비판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그러나 ‘나 홀로 저격수’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선 패배 후 “당권을 놓고 서로 싸우기만 할 뿐, 인사청문회는 포기했다고 봐야 한다”(중진 의원)는 식의 무기력증에 빠진 당 분위기 속에 결국 혼자 다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재선 의원은 “주 의원이 지금 칼날 위에 서 있다. 초선 의원이 무리하게 혼자 나섰다가 오히려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