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의 우라늄 농축시설. 쿠웨이트 외교부
표적은 테헤란 지역 내 미사일 생산용 산업시설과 구성 부품 및 엔진 주조용 원자재 공장, 핵무기 연구·개발 기관인 ‘방어혁신연구기구(SPND)’ 본부 등이라고 했다. SPND는 2020년 암살된 이란 핵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가 창설한 조직으로, 이스라엘은 과거 ‘아마드 프로젝트’(이란의 비밀 핵무기 프로그램)의 연장선에 있다고 보고 교전 초기부터 이곳을 주요 타격 대상으로 삼았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작전의 성과와 관련해 “테헤란의 심장에 일련의 타격을 완성했다”고 자평했다.
같은날 월스트리트저널은 20일(현지시간) 익명의 이스라엘 관리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테헤란에서 드론을 이용해 무기 전문 과학자 한 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이 과학자는 자택 밖 인근에서 은신해 있었다고 한다. 이는 이스라엘이 이란과의 현재 갈등을 시작한 이래 살해한 10번째 핵분야 과학자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아라크 중수로 핵시설과 나탄즈 농축시설, 부셰르 원전 등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아라크 중수로의 주요 시설이 피해를 입었다. 해당 시설의 원자로는 가동되지 않았고 핵물질도 없었기 때문에 방사능 오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부셰르 원전 공격에 대해선 추후 “착오”라며 정정했다. 러시아 기술로 완공된 부셰르 원전이 공격받을 경우 ‘체르노빌급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걸프 연안이 방사능으로 오염되면서 중동 전역의 식수 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란 역시 반격을 계속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이란은 이스라엘의 아라크 중수로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19일 집속탄 탄두를 장착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집속탄은 목표물 인근 상공에서 수백 개의 자탄(子彈)으로 분산돼 적을 공격한다. 살상 범위가 넓은 만큼 민간 피해 가능성이 커 국제사회에서 비인도 무기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이란과 이스라엘은 집속탄 금지 협약(CCM)에 가입돼 있지 않다. 이스라엘군은 “자탄 수십 개가 약 8km 반경에 퍼지면서 (이스라엘) 중부 아조르 주택가에 피해를 줬다”고 밝혔다.
20일엔 마이크로소프트 사무실이 위치한 이스라엘 남부 베르셰바의 기술 단지 근처에 이란이 쏜 미사일이 떨어졌다. 이 공격으로 7명이 부상당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이날 뉴르 뉴스 등 이란 국영 언론은 지난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했다던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복심’ 알리 샴카니 전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의장이 살아있다고도 전했다. 샴카니는 병원으로 이송된 뒤 현재 회복 중이라며 하메네이에게 “승리의 새벽이 다가왔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이스라엘군이 19일(현지시간) 이란 아라크 의 핵시설을 공습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스라엘군 미사일(노란 원)이 핵무기용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중수로(돔 모양의 건물)를 타격하기 직전의 모습. 사진 이스라엘군 영상 캡처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이 시설이 가동될 경우 이란의 네 번째 농축시설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로시 총장은 시설이 “매우 거대하다”고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위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그로시 총장은 이날 CNN에 출연해 “군사 행동은 그것이 어디에서 벌어지든 정치적인 결정이며, 우리가 말한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지난 5일(왼쪽)과 19일(오른쪽) 카타르 알우데이드 미군 공군기지의 위성사진. 왼쪽엔 활주로에 항공기가 다수 주기돼 있지만 오른쪽 활주로는 텅 비어 있다. AFP=연합뉴스
그러면서도 이란의 기습 공격에 대비해 중동 전역의 미군기지 경계 태세를 격상하고, 바레인 주둔 제5함대 전력 중 일부도 이동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위성사진 판독 결과 최근 카타르 알우데이드 미군기지에 주기 중이던 정찰기·수송기 40여대 중 3대만이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현지 방송에서 “우리는 미국의 도움 없이도 이란의 핵시설을 포함한 전체 표적을 공격할 수 있다”며 “이란 체제 붕괴는 목표가 아닌 결과”라는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서 귀국한 시민들이 리스본 피구 마두로 공항에서 이집트발 항공편에서 내리고 있다. 포르투갈행 항공편에는 포르투갈, 독일, 이스라엘, 체코, 스페인, 오스트리아, 불가리아, 아르헨티나, 우크라이나 국적 시민들이 탑승했다. 13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각국 정부는 수천 명의 자국민을 대피시키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은 지난 18일부터 항공·선박 등을 이용한 대피 작전에 나섰고, 독일은 18~19일 양일간 요르단을 경유하는 항공기로 자국민을 대피시켰다. 이탈리아는 이스라엘에서 이집트를 경유하는 전세기를 오는 22일 띄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