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산업현장 첫 방문지는 AI데이터센터…최태원 만나 "애썼다"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산업현장 방문지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였다. 이 대통령은 대선 때 핵심 산업 공약으로 AI 육성 방안을 발표하고 ‘AI 3대 강국’ 도약을 비전으로 제시했는데, 이를 달성하기 위한 시동을 건 것이다.

이 대통령은 20일 울산 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AI 데이터센터 출범식에 참석했다. SK그룹이 세계 1위 클라우드 기업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손잡고 약 7조원을 투자해 울산 미포 국가산업단지에 구축하는 데이터센터다. 약 6만 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투입되고 103㎿(메가와트) 규모로, 완공될 경우 국내 최대가 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인공지능(AI) 글로벌 협력 기업 간담회에서 최태원 SK 회장(왼쪽)의 발언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인공지능(AI) 글로벌 협력 기업 간담회에서 최태원 SK 회장(왼쪽)의 발언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은 출범식 격려사에서 “경부고속도로가 대한민국 산업화 성공을 이끌었던 것처럼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시작으로 과감한 세제 혜택, 규제혁신을 통해 민간의 투자를 촉진하고 대한민국 AI 대전환의 성공을 이끌 AI 시대의 고속도로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당시 ‘AI 고속도로’ 구축을 공약했다. 고속도로라는 인프라를 통해 기존 산업이 성장했듯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를 확충해 AI 발전을 뒷받침하겠다는 뜻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인공지능(AI) 글로벌 협력 기업 간담회 뒤 AI 제품·서비스 시연을 참관하며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인공지능(AI) 글로벌 협력 기업 간담회 뒤 AI 제품·서비스 시연을 참관하며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은 “AI 생태계의 핵심 자원인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혁신 인재 양성에 적극 나서겠다”며 “세계적 수준의 AI 개발을 위한 민간의 노력을 집중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수도권이 아닌 지방인 울산에 대규모 데이터 센터가 마련된다는 것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AI 데이터센터 출범식에 앞서 AI 기업인들과 간담회를 갖고 산업계 의견을 들었다. 이 자리엔 최태원 SK 회장, 정신아 카카오 대표, 이준희 삼성SDS 사장, 배경훈 LG AI연구원장,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이 대선 기간 방문했던 퓨리오사AI의 백준호 대표도 자리했다. 사회는 네이버클라우드 출신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이 맡았다.


기업인들은 자유롭게 정책을 제안했다. 최태원 회장은 “정부가 (AI 시장의) 수요자가 되어달라”고 요청했다. 각 부처가 사용할 AI 어플리케이션을 기업에 발주하면 5년간 약 5조원의 공공 수요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또 ▶AI 원스톱 바우처(AI 솔루션 이용 지원) 사업 확대 ▶AI 스타트업 펀드 ▶AI 국가 인재 양성 ▶울산 AI 특구 지정도 제안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인공지능(AI) 글로벌 협력 기업 간담회 뒤 AI 제품·서비스 시연을 참관하며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인공지능(AI) 글로벌 협력 기업 간담회 뒤 AI 제품·서비스 시연을 참관하며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은 최 회장의 AI 인재 양성 제안을 듣고 “교육 과정을 바꾸는 것은 정말 고려할 부분”이라며 “최 회장 말처럼  초중고든 대학이든 필수 과정의 일부로 (AI를) 가르쳐야 되지 않을까 하는데, 어떤 게 가능한지 꼭 검토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배석한 김용범 정책실장에게 “(최 회장) 얘기를 한번 메모를 해달라”고도 했다.

조준희 한국 AI·SW협회장은 소버린 AI(한국의 자체 AI)를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저도 똑같은 답답함을 가지고 있다”며 “‘챗GPT가 있는데 소버린 AI를 왜 개발하냐, 낭비다’라는 얘기는 ‘베트남에 쌀 생산 많이 되는데 뭘 농사를 짓냐, 사 먹으면 되지’ 이런 얘기와 똑같은 것”이라며 공감을 표했다. 

이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기업인들을 지목하며 격려해 눈길을 끌었다. 울산에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결정한 최 회장에게 “애썼습니다”라고 했고, 정신아 카카오 대표에겐 “정말 뛰어난 능력으로 우리 대한민국 산업경제를 이끌어 주고 계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0일 울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출범식 참석 직후 근처에 있는 알프스시장을 깜짝 방문해 시민들과 만났다. 사진 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은 20일 울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출범식 참석 직후 근처에 있는 알프스시장을 깜짝 방문해 시민들과 만났다. 사진 대통령실

이 대통령은 행사를 마친 뒤엔 울산 언양 알프스 시장을 방문했다. 예정에 없었지만, 이 대통령이 즉석에서 결정해 방문한 것이라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시장이 너무 어려우니 도와달라”는 한 상인의 호소에 이 대통령은 “재래시장을 위해 추가경정 예산으로 소비 쿠폰 13조 원을 쓰게 했으니 앞으로 더 잘 될 것”이라고 답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했다.

한편 3년 반 만에 코스피가 3000선을 돌파한 데 대해 이 대통령은 “국내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더 높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