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빛난 K 뮤지컬 국내 팬들 속속 만난다

미국 브로드웨이를 비롯해 해외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한국 뮤지컬이 올 하반기 속속 국내 관객을 찾는다. 소규모 극장에서 시작해 해외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뒤 규모를 키워 다시 한국 팬을 찾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해외 시장 문을 먼저 두드린 후 국내에선 첫선을 보이는 한국 뮤지컬도 있다.

토니상 6관왕을 차지한 '어쩌면 해피엔딩'은 오는 10월 10주년 공연으로 국내 무대를 찾는다. 지난해 다섯번째 시즌 공연 모습. 사진 CJ ENM

토니상 6관왕을 차지한 '어쩌면 해피엔딩'은 오는 10월 10주년 공연으로 국내 무대를 찾는다. 지난해 다섯번째 시즌 공연 모습. 사진 CJ ENM

 
올해 공연계의 아카데미상으로 통하는 토니상에서 뮤지컬 부문 작품상을 비롯해 6관왕에 오른 ‘어쩌면 해피엔딩’은 오는 10월 30일부터 내년 1월 25일까지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이 작품은 21세기 후반 서울을 배경으로 사람을 돕는 로봇인 헬퍼봇 사이의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지난 2016년 약 300석 규모의 대학로 극장인 DCF 대명문화공장에서 초연했다. 입소문을 타며 국내에서 다섯 차례 공연했고 지난해 11월 미국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뒤 올해 토니상 최다 수상작이 됐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지난 2020년 국내에서 초연했다. 당시 여주인공을 맡은 전미도의 연기 모습. 사진 CJENM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지난 2020년 국내에서 초연했다. 당시 여주인공을 맡은 전미도의 연기 모습. 사진 CJENM

 
이번 공연은 약 600석 규모 극장에서 진행된다. 한국 최초 토니상 수상자(각본상·작사작곡상)로 이름을 올린 박천휴 작가는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그간의 여정을 되돌아보며 새로운 공연장에 맞춰 자연스럽게 다듬어질 예정”이라며 “극장이 조금 더 큰 무대로 바뀌면서 시각적인 요소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과거에 함께했던 배우들이 이번 무대에 다시 오를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도 있다”고 전했다. 이 작품은 초연 당시 남녀 주인공인 올리버와 클레어 역할을 맡았던 전미도·정문성을 비롯해 정욱진·김재범·전성우·최수진·한재아·박진주 등이 거쳐 갔다.

김유정과 이상이 참여한 모임 구인회를 모티브로 만든 창작 뮤지컬 ‘팬레터’ 의 지난 2021년 공연 모습. 사진 라이브

김유정과 이상이 참여한 모임 구인회를 모티브로 만든 창작 뮤지컬 ‘팬레터’ 의 지난 2021년 공연 모습. 사진 라이브

 
뮤지컬 ‘팬레터’는 일본과 중국에서 호평을 받은 뒤 다시 국내 팬을 찾는다. 팬레터는 1930년대를 배경으로 천재 작가 이상과 김유정 등이 참여했던 모임 ‘구인회(九人會)’를 모티브로 삼은 창작 뮤지컬이다. 이 작품은 지난해 12월 일본 ‘오다시마 유시 번역 희곡상’에서 작품상과 번역상을 받았다. 이어 지난 1월에는 중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뮤지컬 분야 시상식인 ‘중국뮤지컬협회 연례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등 7개 부문을 석권했다. 2016년 초연한 이 작품은 12월 5일부터 내년 2월 22일까지 서울 CJ토월극장에서 10주년 기념 공연을 한다.


과학자 마리 퀴리의 생애를 그린 국내 창작 뮤지컬 '마리 퀴리'의 지난해 공연 모습. 사진 라이브

과학자 마리 퀴리의 생애를 그린 국내 창작 뮤지컬 '마리 퀴리'의 지난해 공연 모습. 사진 라이브

 
폴란드 과학자인 마리 퀴리의 생애를 담은 창작 뮤지컬 ‘마리 퀴리’도 해외에서 여러 성과를 낸 후 다시 국내에서 공연한다. 이 작품은 2022년 퀴리의 고국 폴란드의 ‘바르샤바 뮤직가든스 페스티벌’에서 그랑프리 격인 ‘황금물뿌리개상’을 받았다. 2023년 일본 도쿄와 오사카에서 라이선스 초연을 했다. 지난해 한국 뮤지컬 최초로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현지 프로덕션으로 장기 공연을 올리기도 했다. 2020년 초연한 이 작품은 다음 달 25일부터 10월 19일까지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네 번째 시즌을 공연한다. 

영어로 공연하는 K-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오는 8월 1일 처음으로 한국 관객을 만난다. 사진 오디컴퍼니

영어로 공연하는 K-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오는 8월 1일 처음으로 한국 관객을 만난다. 사진 오디컴퍼니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소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의 경우 해외를 거쳐 한국 무대에 처음 선보이는 사례다. 처음부터 미국 시장을 겨냥해 지난해 4월부터 브로드웨이에서 오픈런(폐막일을 정해두지 않고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토니상 의상상을 받으며 한국 뮤지컬 작품으론 첫 토니상 수상작으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4월부터는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공연하고 있다. 한국에선 8월 1일부터 11월 19일까지 서울 GS아트센터에서 열린다. 3개국에서 동시 상영하는 첫 한국 뮤지컬이다.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는 “오리지널 프로덕션의 압도적인 스케일과 퍼포먼스를 국내 관객 여러분에게도 고스란히 전달하고 싶다”라며 “투어 공연이 아닌, 브로드웨이 시스템을 적용하고 더 발전시켜 오로지 한국의 관객만을 위해 꾸린 오리지널 프로덕션”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원작의 감성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영어 버전의 공연을 먼저 선보이고, 내년에는 한국 배우들이 출연하는 한국어 버전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