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 연속 진단〈37〉

이재명 대통령(오른쪽)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카나나스키스 G7 정상회의에서 회담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올해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맞아
한·일 협력하면 평화와 생존력 높여
K컬처 공감대, 경제·안보로 넓혀야
이재명 정부 미래지향적…긍정 평가
한·일 협력하면 평화와 생존력 높여
K컬처 공감대, 경제·안보로 넓혀야
이재명 정부 미래지향적…긍정 평가
한·일, 미·중 틈 함께 공존할 전략 필요

한국은 일본과 함께 미국과 중국의 틈을 벌려 그 틈에서 함께 살아남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한·미·일 협력이 공고해지면 중국의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를 사전에 억제할 수 있다. 첨단 과학기술, 인공지능(AI)·양자·수소 문제에 있어 한·일 간에 자원과 과학기술자 풀을 활용하지 않으면 미국과 중국의 경쟁 시대에 살아남기 어렵다. 한국과 일본은 공급망 협력이 중요하다.
안보 협력의 여지는 더 크다. 일본과 우리는 북한 및 러시아 문제, 중국 문제에서 이해관계가 합치하기 때문에 서로 도움이 많이 된다. 자유무역협정(FTA)이나 화폐 통합까지는 어렵더라도 유럽연합(EU) 수준의 한·일 경제통합은 어떤가. 양국 젊은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문화 콘텐트 협력으로 나타났다. 한·일 공동기금을 만들면 그중에 청년을 대상으로 한·일 프로 스포츠를 통합하고 프로 축구, 야구 리그를 만들면 어떨까.
미래 강조한 DJ-오부치 선언 새겨야
▶신각수 전 주일대사=한국의 새 정부가 출범했고, 전임 정부의 기조를 이어받는다는 메시지가 일본 측에서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 것 같다. 이제는 천천히 서둘러야 한다. 미래를 통해 과거를 해결하려면 신뢰 자산을 늘려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늘리면 암초를 넘어설 수 있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서유럽의 독·불 두 나라는 200년간 싸웠던 역사 문제를 극복하고 EU를 만들어 서유럽을 평화 공간으로 바꾸어 놓았다. 20세기의 독·불 관계를 21세기 한·일 관계와 비유할 수 있다. 한·일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이처럼 공유됐던 시기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정재정 서울시립대 명예교수=지난 60년 동안 한·일이 동반 성취를 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싶다.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 선언의 진짜 의미는 한·일이 협력함으로써 서로 자신의 발전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라고 본다. 선언의 핵심은 앞으로 나아가자는 것이었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미래 60년을 시야에 둔 한·일 경제공동체의 첫걸음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이 될 수 있다. 이제는 일본이 한국 참여를 희망하고 있다.
한·일 문화 공동체로 발전해 나가야
▶박홍규 고려대 교수=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 학회에서 가장 핫했던 이슈가 동아시아 공동체였다. 그 이후 중국이 부상하면서 공동체론은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다. 그러나 한·일 공동체를 한·일 간의 중장기적인 큰 프레임으로 볼 수 있게 됐다. 특히 안보·경제보다 문화 공동체가 우선이다.
▶이근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스위스 제네바에서 멀지 않은 라쇼드퐁은 두메산골 같은 곳인데 이곳도 한류가 위력을 떨치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은 어떤가. 학교에 있다 보면 젊은 세대 학생들은 미래에 대해 상당히 암담해 한다. 기성세대가 돌파구를 마련해줄 의무가 있다고 본다.
▶이하경 중앙일보 대기자=한·일 관계는 갈등을 넘어 협력으로 향하는 특이점에 다가가고 있다. 미래를 통해 과거를 해결해야 한다. 한일비전포럼은 6년 전부터 협력적 한·일 관계의 필요성을 공론화했고, 이런 논의를 윤석열 정부에 이어 이재명 정부도 수용했다. 한·일 글로벌 협력은 9세기 통일신라 때부터 있었다. 당나라에 먼저 진출한 신라인들은 일본 견당사 일행이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스포츠를 통한 문화 교류는 미래세대를 묶어낸다. 먼저 축구·야구 교류 행사를 시작하면 어떨까. 문화 엑스포도 좋다. 다만 영토 문제는 현상유지 원칙에 따라 새롭게 얘기하면 안 된다. 한국도 거듭된 사과 요구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

왼쪽부터 이근관 교수, 권태환 회장, 박홍규 교수, 김광두 원장,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재단 이사장, 박문수 회장, 정재정 명예교수, 이원덕 교수, 조양현 교수, 신각수 전 주일대사, 김병연 교수, 양기호 교수, 서석숭 부회장, 조용병 회장, 이혁 전 주베트남 대사, 김진표 전 국회의장, 최상용 명예교수, 이하경 대기자, 신현호 변호사. 김경록 기자
▶권태환 한국국방외교협회 회장=최근 주일미군 통합사령부 신설이 추진되고 있다. 주일미군 통합사령부의 임무와 사령관의 계급(3성 또는 4성급) 여부는 향후 한·미·일 안보협력의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신현호 해율 변호사=사법 협력도 필요하다. 노동시장의 경우 민사나 형사적인 사법 협력 절차가 있어야 하지 않나. 기술 교류가 되면 한·일이 협력해 관련 범죄 처벌 방지도 필요하지 않을까. 일본 사람들이 성형수술하는 경우에도 의료사고가 나면 협력이 필요하다.
▶이혁 전 주베트남 대사=새 정부의 한·일 관계는 미래지향적으로 출발했고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중·일 협력은 지역의 안정과 평화에 기여한다. 한·미·일 협력과 상충하지 않는다는 점을 미국에 설득해야 한다. 한·일이 아세안에 공동진출하는 방안을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한국은 미국의 관세 폭탄과 중국의 ‘제조 2025’ 양쪽에 걸려 있는 상황이다. 이걸 어떻게 충격을 완화해 나가는 방법이 뭘까 고민해야 한다. 한·일 간 미래를 통해 과거를 극복하는 수단이 문화와 스포츠라는 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경제안보 협력은 일본 의향도 살펴야
▶조용병 전국은행연합회 회장=그동안 한국은 금융 때문에 어려움이 생기곤 했다. 꼬리가 몸통을 친다. 일본은 기축통화국이다. 금융위기 때 일본 때문에 극복한 사례도 있었다. 향후에도 한·일이 디지털 화폐를 통해 협력이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
▶이창민 한국외대 교수=경제안보 협력은 상대방이 할 의향도 중요한데, 일본이 2023년에 특정 중요물자 11개, 나중에 하나 더해서 12개를 지정하고 정부가 특별히 관리하겠다고 했다. 전기통신·철도와 관련된 인프라 사업자도 이미 지정돼 있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전반적으로 이재명 정부의 상인 감각이 발휘되고 있다. 그 뒤를 들어가면 우리 쪽은 실용외교와 국익외교라고 하는데, 따져보면 구체적인 콘텐트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게 자연스럽다. 어떤 구체적인 안을 갖고 한다면 다양한 반론이 제기된다.
▶서석숭 한일경제협회 상근 부회장=발제에서 제시된 한·일 공동기금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듣기에는 대단히 아름답게 들리면서도 실무에서는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누가 비용을 낼 것인가를 봐야 한다.
한·일·중 축구·야구 통합리그 해볼 만
▶박문수 미래와가치 회장=경제협력이라든가, 문화라든가 다 동의를 하는데 특히 안보 문제는 좀 의문이다. 전시작전권이 없는 나라가 과연 한·미·일 안보에 동참해서 어디까지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볼 필요가 있다.
▶최상용 고려대 명예교수=55년 전에 케인스의 평화의 경제적인 귀결을 읽고 감동했다. 한·일 관계에서도 평화가 좋은 국가 관계를 만든다. 민주·경제·문화가 모두 평화로 연결된다. 이 세 가지가 딱 들어맞는 관계가 한·일 관계다.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K컬처는 이미 시장의 힘에 의해 진행되는 것 같다. 산업 경쟁력에서 우리가 압도적인 우위를 갖고 있다. 스포츠 리그 통합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야구는 연례행사를 하고 축구는 한·중·일로 넓혀서 시작해 볼 만하다. 관광 분야도 일본과 크루즈를 연계하면 북한 원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환동해를 연결할 수 있다. 국민 간의 감정은 많이 풀어졌다. 이걸 바탕으로 과거사 청산이 이뤄지게 된다면, 부상하는 중국에 대한 공동 대처, 중국까지 포함한 동북아 평화와 협력의 구조를 만들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한반도평화만들기=한반도 평화 정착에 기여하기 위해 2017년 11월 출범했다. 산하의 한일비전포럼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실질적이고 전략적 해법을 찾고 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가 위원장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