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은 1분만 멈춰도 생명에 치명적
환자 4명 중 1명은 퇴원 후 재입원
완치 개념 없어 꾸준한 관리가 중요

김민석 교수는 “모든 심혈관 질환의 마지막 합병증인 심부전은 안정적 증상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동하 객원기자
진행성 질환인 심부전은 발견이 늦을수록 심장 기능이 더 나빠지고 장기 예후도 불량하다. Health&·대한심부전학회 공동 선정 베스트 닥터인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김민석 교수는 “완치 개념이 없는 심부전은 안정적 증상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서울아산병원 심장 중환자실에서 중증 심부전 등으로 집중 입원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전담하는 심장 중환자실 전담의다. 심장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가장 흔한 원인은 심부전이다. 심장은 고작 1분만 멈춰도 신체 기능이 급속도로 나빠지면서 치명적인 상태로 악화한다. 그가 매일 아침·저녁마다 회진을 돌면서 환자 상태를 면밀히 살피는 이유다. 다음은 김 교수와 일문일답.
심부전을 의심하는 주요 증상은.
“계단 1개 층만 올라도 숨을 헉헉 몰아쉬는 호흡곤란, 하체가 퉁퉁 붓는 부종, 쉽게 피로해지는 전신 피로감이 대표적이다. 심부전으로 전신으로 혈액을 내뿜는 왼쪽 심장의 펌프력이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임상적 증상이지만 일반인은 늙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해 가볍게 넘긴다. 가만히 앉아 있을 때도 한숨을 쉬듯 몰아서 호흡하거나, 누워 있으면 숨쉬기 불편해 앉아서 지내는 것이 더 편하고, 저녁이면 발이 퉁퉁 부어 신발이 작게 느껴지고, 산책·장보기 같은 저강도 일상적 활동에도 피로감이 심하다면 심부전을 의심하고 심부전 바이오마커(NT-proBNP) 혈액검사, 심장 초음파 등으로 심장 기능을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심부전은 주로 약으로 치료하는데 입원 치료가 필요한가.
“물론이다. 입원 치료가 필요한 중증 심부전은 안정적인 증상 관리가 어려운 상태다.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전신 상태가 돌변한다. 아침엔 괜찮았어도 늦은 밤에 갑자기 호흡곤란이 나타나 생명이 위중해질 수 있다. 심부전은 심혈관 질환 중에서 사망률이 가장 높다. 그래서 집중 치료가 필요한 중증 심부전은 치료 인프라가 확보된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다. 치료 수준에 따라 중증 심부전 사망률을 60%나 줄일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다만 현재 한국에서 심부전은 중증도 구분 없이 일괄적으로 일반 질병 진료군으로 분류돼 있다. 상급종합병원 적합 질환인 중증 질병군 진료에서 빠져 있다. 임상적으로는 중증 환자인데 행정적 이유로 중증이 아니게 된 셈이다. 상급종합병원에서는 70%인 중증 진료 비중을 맞춰야 하는데, 중증 심부전으로 전신 상태가 나빠도 현실적으로 입원 치료가 어려워질 수 있어 걱정스럽다.”

반복적 급성 악화를 막으면 중증도가 높아지면서 심장 기능이 더 나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모든 약물치료에도 심부전 증상이 지속해서 악화할 때, 심부전으로 입퇴원을 반복할 때는 입원 치료를 통한 집중 관리가 필요하다. 현재는 심부전으로 가만히 앉아 있어도 숨을 몰아쉬는 심각한 호흡곤란 증상으로 응급실을 통해 입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장 펌프 기능이 약해지면 폐에 혈액이 고이는 폐부종이 발생해 물에 빠진 것 같이 숨을 쉬기 어렵다. 최근엔 심부전 급성 악화로 인한 재입원율을 줄이는 효과를 입증한 신약이 나오는 등 심부전 치료 환경이 좋아졌다. 김 교수는 “중증 심부전으로 입퇴원을 반복하면 의료비 지출이 늘면서 사회경제적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안정적인 증상 관리로 급성 악화를 예방하면 재입원을 막아 재정 지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