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 없다"지만…與 당권 경쟁, 친정 vs 친박 벌써 갈렸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박찬대 민주당 의원(오른쪽). 뉴스1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박찬대 민주당 의원(오른쪽). 뉴스1

 
더불어민주당 차기 대표를 뽑는 8·2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정청래(4선)ㆍ박찬대(3선) 의원이 차례로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이재명 정부와 호흡을 맞출 첫 여당 대표 레이스는 ‘찐명 2파전’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박찬대 의원은 23일 민주당사에서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기로 했다. 박 의원 측 관계자는 “당원들의 요구가 강해 출마를 결정하게 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원내대표를 했던 박찬대가 적임자”라고 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5월부터 이달까지 171석(현 167석) 거대 야당을 이끄는 원내사령탑 역할을 해왔다. 박 의원은 전직 원내대표 이력을 강조하듯 21일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 시절의 포퓰리즘 추경을 (민생회복 추경과) 비교하지 말고, 도탄에 빠진 민생을 위한 추경안 통과에 협력하라”고 썼다.

 
지난 15일 일찍이 출사표를 던진 정 의원은 발 빠르게 지방 선거 운동을 돌고 있다. 21일 봉하마을과 부산을 방문한 데 이어 22일에는 속초→신흥사→평창군 봉평장→원주 등 강원 지역을 순회했다. 정 의원은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며 눈물을 흘렸다. 너럭바위 앞에 큰절한 뒤에는 “대통령님, 정청래입니다. 잘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앞서 19~20일에는 출마선언 후 첫 지역일정으로 민주당원 수가 가장 많은 호남에 1박 2일 동안 머물렀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에 출사표를 던진 정청래 의원이 21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정청래의원실 제공.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에 출사표를 던진 정청래 의원이 21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정청래의원실 제공.

 
두 주자 모두 이재명 지도부 시절 민주당에서 주요 당직과 핵심 역할을 맡았다. 박 의원은 이재명 2기 지도부 때 원내대표로서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 줄탄핵에 앞장섰다. 정 의원은 같은 시기 국회 법사위원장으로 실질적 법안 처리를 주도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 당연직 탄핵소추위원장으로도 활동했다.

민주당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두 후보 모두 인지도나 대중성이 탄탄해 결국 누가 ‘명심(明心)’에 더 가까운지가 최종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과 박 의원은 이날까지 이 대통령의 ‘1호 인사’인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를 적극 방어하는 메시지를 경쟁적으로 쏟아냈다. “김민석을 지키자”는 내용의 ‘1일 1 페북’을 작성 중인 정 의원은 19일 김 후보자 후원금 안내글을 직접 공유했다. 박 의원도 같은 날 SNS에 김 후보자의 책 『이재명에 관하여』 판매 링크를 올리며 “함께 비를 맞는 심정으로 김민석을 응원합니다”라고 썼다.  


승부를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2강 구도가 형성되면서, ‘친(親) 정청래’, ‘친 박찬대’ 등 당내 세력화 움직임도 일찍이 시작됐다. 최근 정 의원의 지역 현장 일정에는 임오경ㆍ장경태ㆍ김영환ㆍ권향엽ㆍ양문석 의원 등이 함께하고 있다. 박 의원 주변에서도 직전 원내지도부 활동을 함께 한 박성준ㆍ김용민ㆍ윤종군ㆍ노종면ㆍ정진욱 의원 등이 출마를 돕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물밑 여론전은 이미 시작된 모양새다. 정 의원과 가까운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전국적 인지도와 파급력을 절대 무시하지 못한다. 무조건 정청래가 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을 돕는 수도권 지역 의원도 “야당이 아닌 여당 대표 선거다. 강성 이미지인 정청래보다는 박찬대에 여론이 기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찬대 의원이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박찬대 의원이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아직은 두 후보 모두 네거티브 경선을 자제하자며 ‘원팀 정신’을 내세우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당원 간 ‘정청래 vs 박찬대’ 설전 양상이 벌어지자 정 의원은 22일 “네거티브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라고 자제를 요청했다. 박 의원도 “내부를 향한 공격이나 비난을 중단해달라”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대의원 투표 15%, 권리당원 투표 55%, 국민 여론조사 30%가 반영되는 이번 전대 특성상 경선 후반부로 갈수록 강성 지지층의 당심을 얻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종 변수는 당 일각에서 나오는 ‘다크호스’ 격의 제3 후보 출마 가능성이 지목된다. 수도권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정권 초부터 강성 후보 일색의 당권 경쟁을 보고 싶지 않다는 여론이 있어 또 다른 친명 후보가 출마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만약 3파전이 된다면 명심(明心)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