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代 김씨 벽화 중심에 김정은…“선대 보다 우월함 표출”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21일 김일성ㆍ김정일ㆍ김정은의 모습을 형상한 모자이크 벽화가 김정숙평양제사공장에 설치된 영상을 내보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21일 김일성ㆍ김정일ㆍ김정은의 모습을 형상한 모자이크 벽화가 김정숙평양제사공장에 설치된 영상을 내보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자이크 벽화가 선대인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벽화보다 눈에 띄는 위치에 설치된 장면이 북한 매체를 통해 포착됐다. 단순한 권력 계승을 넘어 김 위원장이 선대보다 더 우월한 위치에 있다는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조선중앙TV는 지난 21일 저녁 김 위원장이 2016년 현지 지도한 김정숙평양제사공장을 소개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영상 속 공장 외부에는 김씨 일가의 모자이크 벽화가 설치돼 있었으며, 김정은 위원장의 벽화가 정중앙에 자리해 시선을 끌었다. 양옆에는 김일성·김정일의 벽화가 각각 배치돼 있었다.

모자이크 벽화는 북한 내에서 대표적인 김씨 일가 우상화 수단으로 김 위원장의 벽화는 2022년 10월 연포온실농장 준공식에서 처음 등장했다.

과거 공개된 대부분의 3대 벽화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순으로 좌우에 배치됐으나 이번에 공개된 벽화에서는 김정은이 중앙에 위치한 것이 특징이다. 이는 해당 벽화가 비교적 최근에 설치됐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가 김정은 위원장의 업적을 선대보다 강조하려는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3일 연합뉴스에 “김정일 시대만 해도 김일성과 김정일을 함께 그리는 쌍상(雙像) 벽화 자체가 없었다”며 “살아있는 권력인 김정은의 얼굴이 선대와 함께 등장하는 것 자체도 파격인데 중앙 배치까지 한 것은 우상화의 구도를 재편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북한 매체에는 김정은의 혁명사상이 김일성·김정일주의보다 뛰어나다는 맥락의 표현도 등장하고 있다”며 “우상화의 중심을 김정은 본인에게 맞추려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선대 우상화를 일정 부분 거리를 두며 독자적인 우상화 노선을 강화해왔다.

집권 초기에는 새해나 태양절(4월15일), 광명성절(2월16일)마다 김일성과 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참배했으나 최근에는 이마저도 줄이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새해 참배를 생략했으며 태양절 참배도 3년째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지난해 10월부터는 각종 담화와 당 기관지 등에서 김일성을 상징하던 ‘주체 연호’ 사용을 중단했으며, 같은 해 6월에는 당 전원회의에 참석한 간부 전원이 김정은 얼굴이 단독으로 새겨진 배지를 착용한 모습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 같은 일련의 변화는 김정은 위원장이 단순한 선대 계승자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절대 권력자임을 각인시키려는 정치적 계산에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