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계 강타한 'FC서울 레전드' 기성용의 포항행...팬들 부글부글

기자
박린 기자 사진 박린 기자
프로축구 FC서울 레전드 기성용이 친정팀을 떠나 포항으로 향한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프로축구 FC서울 레전드 기성용이 친정팀을 떠나 포항으로 향한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프로축구 ‘FC서울 레전드’ 기성용(36)이 포항 스틸러스로 전격 이적한다.

K리그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는 지난 24일 중앙일보에 “FC서울과 포항간 기성용 이적에 대한 합의가 거의 마무리됐고, 최종 서명만 남겨뒀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25일 “기성용이 포항행 결정을 뒤집을 가능성은 없다. 계약 해지를 위해 서울 구단에 들어간다”고 전했다.

25일 FC서울 훈련장인 경기도 구리시 GS챔피언스파크를 찾은 기성용은 팬들 앞에서 “외부에서 시선은 괜찮은데 내부에서 믿음이 없다고 하니 이런 결정을 하게 됐다. 팬들에게 빨리 말씀 못 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서울 구단은 이날 “기성용과의 인연을 잠시 멈추기로 결정했다. 올 시즌 FC서울 선수단 운영 계획에 기회가 없음을 확인한 기성용이 남은 선수 인생에 있어 의미 있는 마무리를 위해 더 뛸 수 있다는 팀으로 가고 싶다는 요청을 해왔고, 이를 구단이 수용하며 이뤄지게 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프로축구 FC서울 기성용. [사진 프로축구연맹]

프로축구 FC서울 기성용. [사진 프로축구연맹]

 
축구계를 강타한 소식에 전날 기성용은 나무위키 실시간검색어 1위에 올랐고, FC서울 팬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서정원(1999년 안양 LG→수원 삼성), 데얀(2018년 FC서울→수원 삼성)과 함께 K리그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이적 중 하나다. 


지난 4월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던 기성용은 올 시즌 8경기 출전에 그쳤다. 최근 훈련에 복귀했고 연습경기에서 초장거리 골도 넣었지만, 지난 12일 전북 현대전 출전명단에서 아예 제외됐다.

김기동 서울 감독은 이달 중순경 기성용에게 “변화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전력 구상에서 배제하겠다고 말했다. 시즌 초도 아닌 중반에 플랜에 없다는 통보였고, ‘기성용이 팀에 필요 없다’고 팀 분위기를 가져간 것으로 전해졌다.

납득 못한 기성용은 친정팀 서울에 애정이 남다르지만 “(다른 팀에서라도) 뛰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기성용은 앞서 SNS에 “피지컬과 운동 능력이 중요한 시대지만, 축구는 공과 함께한다”는 의미심장한 글을 올리는 등 기성용과 김 감독의 불화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선덜랜드에서 기성용을 지도했던 거스 포옛 전북 감독은 “서울은 베스트11도 그렇지만 벤치 멤버가 정말 좋다. 기성용이 벤치에 앉지 못할 정도다. 지금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것 아닌가”란 뼈있는 말을 남겼다.  

2006년 서울에서 프로데뷔한 기성용은 2009년 유럽에 진출해 셀틱(스코틀랜드), 스완지시티, 선덜랜드, 뉴캐슬 유나이티드(이상 잉글랜드), 마요르카(스페인)에서 활약한 뒤 2020년 다시 친정팀 서울로 돌아왔다. 기성용은 국내에서는 서울 유니폼만 입고 10년간 198경기(14골 19도움)를 뛰었다. 친정팀에서 커리어를 마치고 싶어 돌아온 건데, 계약기간을 6개월 남기고 전력 외 취급을 당하자 주변에 은퇴를 고심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곁에 있던 아내 배우 한혜진씨가 “행복하게 축구하는 모습이 가장 기성용씨다운 모습”이라고 말해줬다.  

기성용이 다른 팀을 알아봤고, 포항이 기성용에게 큰 관심을 보였다. 특히 포항의 박태하 감독은 김인성(36), 완델손(36), 백성동(34) 등 베테랑을 존중하고 잘 활용하는 지도자다. 게다가 포항에는 기성용의 친한 선배 신광훈(38)도 뛰고 있다. 포항은 재정 건전화 규정으로 많은 연봉을 주지 못하는데도, 기성용은 백지 위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수 마지막을 초라하게 보내고 싶지 않았던 기성용은 마지막으로 축구를 할 수 있는 팀으로 포항을 택했다. 포항과 6개월 단기계약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FC서울 팬들이 훈련장에 보낸 근조화환. [사진 FC서울 자유게시판 캡처]

FC서울 팬들이 훈련장에 보낸 근조화환. [사진 FC서울 자유게시판 캡처]

 
서포터스 수호신을 비롯한 FC서울 팬들은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김 감독과 구단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25일 모기업인 GS그룹 본사 앞에서 트럭시위를 벌였다. 또 팬들이 서울 훈련장인 경기도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 보낸 근조화환에는 ‘레전드까지 내쫓는 감독’,‘김기동 나가’, ‘낭만과 성적 모두 놓친 구단’ 같은 문구가 써있다.  

앞서 서울 레전드였던 박주영과 이청용(울산), 오스마르에 이어 기성용까지 초라하게 떠나보낸 구단을 향해 ‘레전드를 이렇게 밖에 대우 못 하느냐’며 분노한 거다. 서울 팬들은 “기성용은 서울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선수다. 프로야구로 치면 한화가 메이저리그에서 뛰다 돌아온 류현진을 다른팀에 보낸 격”이라고 부글부글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 초 “FC서울이 기성용이고, 기성용이 FC서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올 시즌 기성용 대신 중원을 류재문, 황도윤, 이승모 등으로 꾸리고 있다. 그러나 정작 서울은 올 시즌 문선민과 정승원, 김진수 등 대대적인 선수보강에도 20경기 중 9경기나 비기며 7위(6승9무5패)에 그치고 있다.

프로축구 FC서울 출신 기성용(오른쪽)과 이청용. [중앙포토]

프로축구 FC서울 출신 기성용(오른쪽)과 이청용. [중앙포토]

 
서울팬들은 ‘쌍용’이라 불린 기성용과 이청용이 각각 포항과 울산 유니폼을 입고 ‘동해안 더비(포항과 울산의 맞대결)’를 펼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 박주영에 이어 이청용과 기성용마저 다른팀 유니폼을 입고 은퇴하는 모습을 바라봐야만 하는 처지다.

서울 구단은 “기성용이 은퇴한 뒤 은퇴식을 열고, 지도자로 제2의 축구인생 도전함에 있어서도 구단이 최선을 다해 조력하겠다”고 알렸다. 그러나 서울 레전드 출신 박주영은 현재 울산 HD 코치를 맡고 있다. 축구계에서는 “서울 구단은 팀의 정체성이 부족하다. 단기적인 성적과 계약에만 집착하고 상징적인 선수를 내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항 팬들은 기성용의 이적 소식을 환영하면서도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기성용이 중앙 미드필더 오베르단과 호흡을 맞추며 조르지와 김인성에게 패스를 찔러주는 모습을 기대한다. 올 시즌 4위에 올라있는 포항은 베테랑 미드필더 기성용의 가세로 선두권 경쟁에 큰 힘을 얻게 됐다. 기성용은 A매치 110경기(10골)에 나섰고 월드컵에 3차례(2010, 14, 18) 출전해 한국축구 역대 최고 미드필더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공교롭게도 이번 주말(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서울과 포항의 맞대결이 열린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