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버랜드 큰고니. 에버랜드
경기 용인 에버랜드 동물원의 큰고니(백조) 부부 ‘날개(수컷)’와 ‘낙동(암컷)’ 부부의 늦둥이 ‘여름’이가 올봄 러시아로 이동했다. 에버랜드는 큰고니 여름이 야생 큰고니 무리와 함께 비행해 러시아 프리모르스키(연해주) 지역으로 이동하는 데 성공했다고 26일 밝혔다.
큰고니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자 천연기념물 제201-2호다. 에버랜드는 그동안 낙동강하구 에코센터, 조류생태환경연구소와 함께 큰고니 야생 방사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2023년 6월 에버랜드에서 태어난 큰고니 여름이 프로젝트 대상자로 선정됐다. 같은 해 10월 부산 을숙도 철새 공원으로 이송된 여름은 야생 큰고니 무리와 어울리며 먹이활동, 비행 능력, 사회적 행동 등을 자연스럽게 익혔다. 조류는 성체가 돼야만 성별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야생에 방사된 여름의 성별은 확인되지 않았다.

큰고니 여름의 이동 경로. 에버랜드
연구팀은 그동안 여름의 등에 부착한 GPS를 통해 활동량, 활동 반경 등을 체크하며 생태 연구를 했다. 방사 첫해 을숙도에서만 머물렀던 여름은 올봄엔 인근 수십㎞를 이동해보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4월 30일 큰고니 무리와 을숙도 철새 공원을 떠났다. 출발 하루 만에 함경북도까지 이동해, 한 달간 쉬었고, 지난 5월 28일 이른 새벽 러시아 프리모르스키에 도착해 총 2300㎞의 긴 비행을 무사히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는 큰고니들의 여름 서식지이자 번식지다. 여름의 부모인 날개와 낙동의 고향이기도 하다. 날 수 없게 된 날개와 낙동의 고향을 자녀인 여름이 찾아간 셈이다. 에버랜드 정동희 동물원장은 “여름이가 좋은 짝과 함께 올겨울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늦둥이 ‘여름’의 러시아행…엄마 낙동은 지난주 하늘나라로

에버랜드 큰고니 아빠 날개(왼쪽) 엄마 낙동(오른쪽). 사진 에버랜드
에버랜드에 둥지를 튼 날개와 낙동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건강을 되찾았다. 하지만 총상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탓인지 새끼 부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2020년 첫 새끼 미오를 시작으로 2022년 4마리, 2023년 여름을 포함한 4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평균 수명이 25년 정도인 큰고니의 생태를 고려하면 사람 나이로 80세에서 100세 가까이에 늦둥이를 본 것이다.
하지만 여름의 비상과 맞물려 안타까운 소식도 찾아왔다. 엄마 낙동이 지난주 30년의 생을 마감했다. 사람이라면 100살을 한참 넘긴 나이였다. 평소처럼 남편 날개와 꼭 붙어서 잠을 자다가 하늘나라로 갔다고 한다. 에버랜드는 홀로 남은 날개도 고령인 만큼 집중적으로 보살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