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옌쉐퉁 중국 칭화대 국제관계연구원 명예원장이 제13회 세계 평화포럼 사전 기자간담회에서 트럼프와 국제질서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중국 국가지도자가 참석하는 개막식은 다음달 3일 칭화대 본관에서 개최된다. 신경진 특파원
옌 교수는 우선 미국이 이란 핵 시설을 폭격한 과정을 추적하며 미국이 이스라엘에 끌려 주도권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최고 결정권자이자 군 통수권자가11일 만에 180도 다른 결정을 내렸다”며 “꼬리가 개를 흔드는 것은 국제 관계에서 흔한 현상이지만 국제 안보를 보장하기는 어렵게 됐다”라고 지적했다.
옌 원장은 “냉전 이후 국제질서는 미국이 제안하고 여러 유럽 국가가 지지하는 방식으로 ‘규칙에 기반을 둔 질서’라고 불렀다”며 “이제 미국은 이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신 “중국은 이전에 이 개념을 지지하지 않았지만, 이제 중국 정부가 규칙에 기반을 둔 질서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옌 원장은 트럼프의 톱다운 방식의 전화외교의 불확실성을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의 전화 외교는 국가 최고지도자들에게만 전화하고 하급 지도자에게는 전화하지 않는다”며 “의사 결정권자개인 간 거래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가 형성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정상 간의 전화 합의는 “두 사람이 전화로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 아무도 모르고, 두 사람이 전화에서 같은 내용을 이해했는지 다른 내용으로 이해했는지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26일 옌쉐퉁 중국 칭화대 국제관계연구원 명예원장이 제13회 세계 평화포럼 사전 기자간담회에서 트럼프와 국제질서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중국 국가지도자가 참석하는 개막식은 다음달 3일 칭화대 본관에서 개최된다. 신경진 특파원
미국의 상호관세에 대해서는 국가 간 경제적 협력 대신 경제 제재가 일상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옌 원장은 “관세를 통해 다른 나라에 제재를 가하는 것이 미국이 국제 협력을 수행하는 기본적 수단이 됐다”며 “먼저 제재를 가하고, 협력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뉴노멀이 등장했다”고 말했다.
안보 측면에서는 군사충돌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옌 원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지난 2월 18일 휴전협상이 시작됐지만 넉 달 넘게 공전하고 있다”며 “1차 대전은 1년 1개월 7일, 한국전쟁은 2년 17일, 베트남 전쟁은 3년 5개월 24일, 이스라엘과 이집트 전쟁은 5년 5개월 1일이 걸렸다”며 휴전의 어려움을 강조했다. 또 이번 미국의 이란 폭격으로 비핵국가들이 핵보유국을 신뢰할 수 없게 되면서 국제 핵확산 위험은 증대됐다고도 지적했다.
칭화대 국제관계연구원이 주최하는 연례 세계평화포럼은 다음 달 3일 칭화대 본관에서 중국 국가지도자가 참석한 가운데 개막한다. 올해 포럼에 한국에서는 김성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문정인 전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보좌관,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등이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