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그룹 회장. 임현동 기자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26일 최 회장과 SK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처분 등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SK 측 손을 들어준 원심의 결론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SK는 2017년 1월 반도체 웨이퍼 생산업체 LG실트론(현 SK실트론) 지분 51%를 인수한 뒤, 같은 해 4월 나머지 지분 49% 중 19.6%를 추가 매입했다. 남은 29.4%는 최 회장이 사들였다.
공정위는 29.4%의 지분 처리 과정에서 SK가 공개 입찰에 참여하지 않고 최 회장에게 양보한 것은 총수 일가에 ‘사업 기회’를 제공한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라고 보고 지난 2021년 12월 최 회장과 SK에 각각 과징금 8억원을 부과했다. 최 회장의 지분 인수가 지주회사 SK가 누려야 할 경제상 이익을 가로챘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공정거래법 위반이 아니라고 최종 판단했다. SK가 해당 지분을 보유하거나 처분 권한을 갖고 있지 않았던 점, 이미 지분 70% 이상을 확보해 안정적인 경영권을 가진 상황이었던 점 등 SK 측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대법원은 “구 공정거래법 23조2의 1항 2호상 총수 일가 등 특수관계인에 대한 ‘사업 기회 제공 행위’는 계열사가 해당 사업 기회를 규범적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이 사건은 공정위가 ‘지배주주의 사업 기회 이용’에 제재를 가한 최초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사업 기회 제공’ 행위가 대법원에서 쟁점이 된 것 역시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