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첫 시정연설서 ‘경제’ 24번 언급…“외교엔 색깔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취임 후 첫 시정연설에서 “무너진 경제를 회복하고 민생경제를 살리는 일은 지금 우리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고 성장의 기회와 결과를 함께 나누는 ‘공정 성장’의 문을 열어야, 양극화와 불평등을 완화하고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가경정예산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가경정예산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 시정연설을 통해 “‘경제는 타이밍'이라는 오랜 격언이 있는데, 지금이 바로 그 타이밍”이라며 “신속한 추경 편성과 속도감 있는 집행으로 우리 경제, 특히 내수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18분간 연설에서 ‘경제’를 모두 24차례 언급하며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현시기 경제 상황에 대해 이 대통령은 “매우 엄중한 시기”라고 진단했다. 이 대통령은 “수출 회복이 더딘 가운데 내수마저 꺼지고 있다”며 “경제성장률은 4분기 연속 0%대에 머물고 심지어 지난 1분기는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냈다”고 했다. 또 “올해 1분기 정부소비, 민간소비, 설비투자, 건설투자가 모두 줄어들었다”며 “취약계층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또 급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래서 지금은 경제가 다시 뛸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설 때”라며 “경제위기에 정부가 손을 놓고 긴축만을 고집하는 것은 무책임한 방관이자, 정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일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국민의 삶을 지키는 정부, 그리고 위기 앞에 실용으로 답하는 정부라야 한다”며 “이념과 구호가 아니라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실천이 새 정부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취임 후 첫 추가경정예산(추경)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취임 후 첫 추가경정예산(추경)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취임 22일 만의 시정연설에서 이 대통령은 새 정부의 국정 기조도 설명했다. 외교와 관련 이 대통령은 “외교에는 색깔이 없다. 진보냐 보수냐가 아니라, 국익이냐 아니냐가 유일한 선택 기준이 되어야 한다”며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로 통상과 공급망 문제를 비롯한 국제 질서 변화에 슬기롭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평화가 밥이고, 평화가 곧 경제”라며 “평화가 경제 성장을 이끌어내고, 경제가 다시 평화를 강화하는 선순환을 통해 국민의 일상이 흔들리지 않는 나라를 꼭 만들겠다”라고도 했다.


경제 성장의 방법으로는 ▶자본시장 정상화 ▶첨단기술 산업 투자 ▶에너지 전환 등을 열거했다. 이 대통령은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회복하면 경제도 살고, 기업도 제대로 성장·발전하는 선순환으로 코스피 5000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 반도체 등 첨단기술 산업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조속히 완료하여 기후 위기와 RE100에 대응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새로운 나라,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은 대통령 혼자 또는 특정한 소수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각계각층의 협조를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예측 가능하고 합리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최소한의 합의를 꼭 지켜야 한다”며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일 역시 모두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에서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시정연설을 한 후 국민의힘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에서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시정연설을 한 후 국민의힘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은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이번 추경안은 경제위기 가뭄 해소를 위한 마중물이자, 경제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며 야당의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추경안에 담지 못한 내용이 있다면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주저하지 마시고 의견을 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또 “다행히 새 정부 출범 이후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소비심리가 많이 개선되고 있다”며 “정부는 앞으로도 든든한 민생의 버팀목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오직 실용 정신에 입각하여 국민의 삶을 살피고, 경기 회복과 경제 성장의 새 길을 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연설에 앞서 이 대통령은 국회 관계자들과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만나 26분간 사전 환담을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주재한 환담엔 김병기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함께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라는 건 직진하는 집행 기관이다. 그게 바른길인지 점검하고 함께 검토해주는 의회의 기능이 있는데, 의회에서 견제와 감시를 적정하게 잘해주고 할 수 있는 일은 함께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김 위원장, 잘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의견이 서로 다를 뿐 틀린 건 아니라는 생각으로 다름을 인정하고 공존·존중하면서, 국민 저력을 모아 이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고 대한민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로 함께 우뚝 설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행정부와 입법부, 여당과 야당이 서로 소통해가며 새롭게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길을 만들어야 할 때”라며 “대통령이 적극 소통하려 노력하고 정치 복원에 애쓰는 모습이 국민통합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높여가는 과정”이라고 평했다. 이 대통령이 “제가 이제 을(乙)이기 때문에 각별히 잘 부탁드린다”고 하자, 참석자들은 손뼉을 치며 활짝 웃기도 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마친 뒤엔 용산 대통령실 앞 대구탕 집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이 대통령은 “골목 상권이 살아야 경제가 살고 민생이 산다”고 강조하며 점심을 먹는 시민과 대화를 나누고, 자영업자인 상점 주인과 체감 경제 현황을 살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식사를 마친 뒤엔 반가워하는 상인·시민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