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인 조란 맘다니(33)가 25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예비선거 파티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뉴욕시장 경선에서 승리한 정치 신인 조란 맘다니(33)를 두고 외신들은 이렇게 칭했다. 무명이나 다름없던 그가 민주당의 아성인 뉴욕에서 중진 정치인을 꺾고 후보에 오르자 정치권은 물론 미국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인도계 무슬림인 그가 시장에 당선되면 최초의 무슬림 뉴욕시장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치러진 민주당 예비선거(프라이머리)에서 맘다니는 43%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예비선거는 특정 후보가 과반을 차지할 때까지 거듭하지만, 이미 표차가 상당해 초반부터 승리를 확정지었다.
그와 경쟁한 이는 당내 거물인 앤드루 쿠오모(67) 전 뉴욕주지사다. 쿠오모 전 주지사는 뉴욕주에서만 내리 3선을 지냈고, 조 바이든 전 행정부에선 법무장관 후보로 거론됐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CNN 간판 앵커였던 크리스 쿠오모의 친형이기도 하다. 이날 쿠오모 전 주지사는 맘다니에 축하 전화를 하며 패배를 인정했다.
무슬림·이민자·래퍼, 젊은 층에 통했다
이런 배경으로 '엘리트 집단' 출신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스스로는 '민주사회주의자(democratic socialist)'라고 자평할 만큼 진보적 색채를 띠고 있다. 대학에서 친(親)팔레스타인 단체를 조직해 활동했고, 졸업 후엔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상담사 등 여러 직업을 가졌다. 래퍼 활동을 한 이색 이력도 있다.
올해 초 결혼한 아내 라마 두와지(27)는 시리아계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두와지는 애니메이터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이스라엘의 가자전쟁을 비판하는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두 사람이 데이팅앱으로 만났다는 사연은 젊은 세대의 공감을 이끌었다.

맘다니(왼쪽)와 그의 아내 라마 두와지(27). 로이터=연합뉴스
소셜미디어(SNS)를 적극 활용하는 등 젊은 지지자들을 겨냥한 선거운동도 유효한 것으로 분석됐다. 21㎞에 이르는 맨해튼 거리를 행진하며 기존 정치인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도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선거구별 결과를 보면 맘다니는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가 많은 지역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쿠오모는 처음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처럼 출마했다"며 "초반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렸던 쿠오모는 선거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고 했다.
뉴욕 최초 무슬림 시장 탄생할까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이 지난 2월 5일 뉴욕 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민주당 내에서도 맘다니 지지 여부를 두고 고심이 깊다. 민주당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뉴욕주 하원의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지지는 맘다니에 큰 힘이 됐지만, 지도부는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맘다니의 증세안에 대해 민주당 소속인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세금 문제는 주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맘다니의 제안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쿠오모를 지지했던 월가에서는 아예 애덤스 시장을 밀어 맘다니를 견제하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맘다니의 승리가 발표된 이후 월가에서는 수천만 달러를 투입해 맘다니 당선을 막기 위한 지상 작전을 기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맘다니가 시장이 되면 그의 급진적인 정치 성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딪힐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트루스소셜에서 "민주당이 선을 넘었다. 100% 공산주의 성향인 조란 맘다니가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해 시장이 될 길로 나아가고 있다"고 견제구를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