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도서관서 찾아낸 故 유현목 감독 ‘임꺽정’...60여년만에 한국 관객 만난다

60여년 만에 한국영상자료원에 의해 복원된 유현목 감독의 '임꺽정'이 26일부터 일반 관객들에게 상영된다.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60여년 만에 한국영상자료원에 의해 복원된 유현목 감독의 '임꺽정'이 26일부터 일반 관객들에게 상영된다.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신기하게도, 3년 전 유현목 감독님의 특별전을 기획하던 당시 갑자기 ‘임꺽정’이 나타났습니다. 이 영화는 ‘오발탄’ 직후 촬영된 작품입니다.
'유현목 감독 100년 기념 행사'에서 김홍준 한국영상자료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유현목 감독 100년 기념 행사'에서 김홍준 한국영상자료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김홍준 한국영상자료원장은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시네마테크 KOFA 1관에서 열린 ‘유현목 탄생 100년 전(展): 시대, 장르, 실천’(이하 특별전) 개막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원장 외에도 특별전을 만든 정재형 추진위원장, 한상준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과 김종원 영화평론가 등 영화계 관계자들이 자리해 인사말을 전했다. 

정 위원장은 “2022년 김홍준 영상자료원장이 취임하자마자 유 감독의 특별전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영상자료원은 특별전 기획 중 국내에는 없는 유현목(1925~2009) 감독의 영화 ‘임꺽정’(1961) 필름을 확인했고, 이번 특별전에 디지털 복원된 영화를 상영하게 됐다.

유현목 감독 '임꺽정' 현장스틸. '오발탄'과 비슷한 시기에 제작됐다.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유현목 감독 '임꺽정' 현장스틸. '오발탄'과 비슷한 시기에 제작됐다.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임꺽정’은 한국 리얼리즘 영화의 선구자로 불리는 유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다. 그는 1925년 태어나 영화 ‘교차로’(1956)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다. 이후 이범선 원작의 ‘오발탄’(1961)으로 당대 평단의 주목을 받았고, ‘김약국의 딸들’(1963), ‘카인의 후예’(1968) 등 문학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다수 만들었다.  

‘임꺽정’ 역시 홍명희 작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백정의 아들로 태어나 부패한 양반사회에 맞서 민중 봉기를 이끄는 인물 임꺽정을 조명했다. 임꺽정 역의 신영균 외에도 문정숙, 최무룡, 박노식, 엄앵란 배우 등 당대 스타들이 출연한다.


유 감독의 작품 중 보기 드문 사극이자 액션 장르물인 ‘임꺽정’은 개봉 직후 1962년 장기 상영 2위를 기록하고 약 1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작 반열에 올랐다. 이후 국내에 있던 필름이 유실되며 다시 보기 어려워졌다. 영상자료원은 “과거엔 원본 필름을 보관하는 개념이 강하지 않았고, 원본을 해외에 수출한 경우도 있어 이 과정에서 유실됐을 확률이 높다”고 전했다.

영상자료원은 북미 소재 자료 수집을 위해 2022년 미국 버지니아주 컬페퍼에 위치한 의회도서관 방문 조사를 하던 중 ‘임꺽정’ 필름을 발견했다. 의회도서관 산하 ‘패커드 영상음향보존센터’에 소장된 1800여 건의 한국 관련 영상자료 목록을 정리했고, 이중 주요 작품들을 선별해 현지에서 열람했는데 그 가운데 ‘임꺽정’이 있었다. 패커드 영상음향보존센터는 약 1000만 건 이상의 영상·음향 자료를 보존 중인 보존 전문 기관이다. 

영상자료원은 이 과정에서 ‘임꺽정’ 외에도 국내 미보유 극영화와 비(非)극영화 22편을 찾아냈다. 발견한 작품들은 심우섭(1927~2015) 감독의 ‘예산시악시’(1971)를 포함, 일제강점기 및 한국전쟁 전후 주요 기록영상이 주를 이룬다.

영상자료원은 “이번에 발굴된 필름은 1970년대 초까지 미국 상영을 위해 제작된 35mm 상영용 프린트로, 국내외 현존하는 유일본”이라며 “영화진흥공사 LA 사무소가 필름을 수집해 의회도서관에 기증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임꺽정’은 당대 화제작으로 필리핀 등 해외에도 활발히 수출됐다.

 1925년 황해도에서 태어난 유현목 영화감독은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47년엔 학내에 영화예술연구회를 조직하기도 했다. 중앙포토

1925년 황해도에서 태어난 유현목 영화감독은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47년엔 학내에 영화예술연구회를 조직하기도 했다. 중앙포토

 
영상자료원은 발견 이후 올해까지 의회도서관과의 협업을 통해 ‘임꺽정’을 4K 화질로 복원해냈다. 디지털로 복원된 ‘임꺽정’을 포함, ‘오발탄’, ‘장마’(1979) 등 유 감독의 작품 16편은 26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시네마테크 KOFA에서 만날 수 있다. ‘임꺽정’은 개막식이 진행된 26일 오후 6시에 시네마테크 KOFA 2관에서 상영한다. 한국영상자료원 홈페이지에서 예매 가능. 전 좌석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