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2에서 반란에 실패한 성기훈(이정재)이 병정들에게 끌려나가고 있다. 사진 넷플릭스
“아무리 생각해도 세상이 참 불공평하다. 못된 놈들은 나쁜 짓을 해놓고도 남 탓 하며 편히 사는데, 착한 놈들은 조금만 잘못되어도 자기 탓을 하면서 자기 가슴을 쥐어뜯는다.”
아들(양동근)과 게임에 참가한 장금자(강애심)가 남긴 말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3’이 27일 공개됐다. 총 6부작. 불공평한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고, 한 번 악에 물든 사람들은 계몽하기 어렵다는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안타까운 모녀 서사를 가진 박용식(양동근)과 엄마 장금자(강애심).사진 넷플릭스
게임장 관리자와 참가자의 대결 구도였던 시즌2와 달리, 관리자끼리의 충돌 및 참가자들 간의 갈등으로 중심축이 이동한다. 참가자들은 ‘민주적 투표’라는 포장 아래 게임을 스스로 만들기도 하면서, 게임장 안에서 더욱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방식으로 진화한다. 관리자 내부의 갈등은 강노을(박규영)이 안면이 있는 246번 박경석(이진욱)을 살리려고 나서면서 심화된다.

북에 아이를 두고 온 강노을(박규영)은 자신의 모성애를 박경석(이진욱)의 아이에 투영한다. 사진 넷플릭스
게임장 추적단 사이에서도 갈등이 본격화된다. 박 선장(오달수)의 정체를 의심하는 최우석(전석호)은 박 선장에 대한 믿음이 남아있는 황준호(위하준)를 설득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앞서 설탕 뽑기, 공기 놀이 등 한국의 게임들을 변형했던 ‘오징어 게임’ 시리즈는 이번 시즌에선 술래잡기, 줄넘기, 밀어내기를 보여준다. 첫 게임인 술래잡기에서는 빨간 옷을 입은 술래가 초록 옷의 참가자를 죽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 반면 초록 옷 참가자들은 부여받은 열쇠로 문을 열고 탈출하거나, 게임 종료 시까지 살아남아야 한다. 누군가를 죽여야만 생존 가능한 구조 속에서, 사람들은 스스럼없이 서로를 배신하고 제거한다.

성기훈은 시즌2의 반란으로 투표 기회를 잃는다. 사진 넷플릭스
두 번째 게임은 철수와 영희가 돌리는 줄을 넘으며 좁은 다리를 건너는 줄넘기. 먼저 건넌 참가자들이 뒤따라 오는 이를 일부러 밀어내거나 가로막는 등, 극단적인 이기심이 그대로 드러난다. 사람들은 더 이상 생존의 윤리를 고민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돈으로 환산되는 비정한 판단만이 작동한다.
이 흐름은 마지막 게임까지도 이어진다. 기훈이 처음 ‘오징어 게임’에 참여했던 몇 년 전보다 인간은 더 이기적이고 더 잔혹해졌다는 메시지가 무겁게 전달된다. VIP들 역시 더 자극적인 재미를 원한다. 프론트맨(이병헌)은 성기훈(이정재) 앞에 가면을 벗고 자신이 1번 참가자였음을 알려주며 성기훈의 분노를 더욱 자극하기도 한다.

"나만 아니면 돼"라는 인간들의 사고 방식을 이용하는 프론트맨(이병헌). 사진 넷플릭스
잔혹함과 인간의 이기심이 반복돼 시청 피로도가 높은 편이다. 극중 인간의 선함을 믿어온 성기훈이 점점 인간에 대한 환멸을 느끼는 만큼, 시청자도 괴롭다. 연출자 황동혁 감독은 ‘오징어게임은 과연 끝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시청자들에게 던지는 듯 하다.
출산 연기와 함께 모성애를 보여준 조유리, 무서울 정도로 이성적인 판단이 우선인 캐릭터 내면을 표현한 임시완, 평범한 사람이 약쟁이가 되는 과정을 보여준 이다윗, 타노스(탑)를 모방해 웃음을 안긴 노재원 등 배우들의 열연은 인상적이다. 다만 등장인물마다 풀어낼 이야기가 너무 많아, 전개가 다소 느리게 진행되는 점은 아쉽다. 대표적으로 시즌2 내내 배에서 벗어나지 못한 황준호(위하준)는 시즌3 5화까지도 같은 배에 머물고 있다. 사건이 풀린다는 느낌이 시원하게 들지 않아서 황준호가 안타까울 지경이다.

조유리는 극중 양수가 터저 출산을 하는 급박한 상황을 연기했다. 사진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