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깎인 영일만대교, 교착 조짐 신공항…불거지는 'TK 홀대론'

경북 포항시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이상휘(맨 왼쪽)·김정재(가운데)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4일 공동성명을 내고 정부 추경예산안에서 포항 영일만대교 건설 예산이 전액 삭감된 것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이상휘 의원 페이스북

경북 포항시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이상휘(맨 왼쪽)·김정재(가운데)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4일 공동성명을 내고 정부 추경예산안에서 포항 영일만대교 건설 예산이 전액 삭감된 것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이상휘 의원 페이스북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이 본격화하면서 추가경정 예산안을 통한 역점 정책 방향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대구경북(TK) 지역 숙원사업이 예산에 반영되지 않거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모양새를 띠면서 ‘TK 홀대론’이 불거지고 있다.

경북 포항시 숙원사업인 영일만 횡단대교(영일만대교) 건설 사업비 1821억원(공사비 1260억원·보상비 561억원)이 지난 21일 정부 추경 예산안에서 전액 삭감된 게 대표적이다. 영일만대교는 포항시 남구 동해면에서 북구 흥해읍을 잇는 해상교각(총 9㎞)이다.

영일만대교 예산, 추경안서 삭감

영일만대교는 2008년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광역경제권 발전 30대 선도프로젝트’에 포함되면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하지만 2011년 재정부담을 이유로 전면 연기됐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형인 이상득 국회 부의장을 둘러싼 ‘형님 예산’ 논란으로 역풍을 맞은 것도 악재였다.

이후 영일만대교는 고속도로 건설계획과 국가도로망종합계획 등에 매번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본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사업 적정성 검토에서 번번이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포항신항 안에 있는 해군 부두를 둘러싼 논란도 걸림돌이었다. 전 구간을 해상 다리로 연결하면 전쟁 등 유사시 전함 진·출입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지난해 조사설계비와 공사비 예산이 확보되면서 영일만대교 건설도 시작될 것이란 기대감이 일었지만, 이번 추경 예산안에서 영일만대교 건설 관련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영일만대교 연내 착공이 어려워지자,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정재·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4일 공동성명을 내며 반발했다.  


이들은 “포항과 경북의 숙원인 영일만대교 건설사업이 이재명 정부 시작과 함께 좌초 위기에 내몰렸다”며 “정부는 ‘불용’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추경안에서 영일만 횡단대교 공사비를 전액 삭감했다”고 지적했다.

포항 영일만대교 위치도. 사진 포항시

포항 영일만대교 위치도. 사진 포항시

 
이어 “현재 국토교통부는 최적 노선 선정을 위해 협의를 진행 중이고 정부 의지만 있다면 연내 착공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며 “사업연도 전반기가 마무리되기도 전에 불용 가능성을 핑계로 예산을 삭감한 것은 영일만대교 건설사업에 대한 의지가 부족함을 천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산 삭감 두고 정치권 갑론을박

국민의힘 김일만 의장 등 포항시의회 의원들도 지난 26일 시청 앞 광장에서 영일만대교 건설 예산 전액 삭감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통해 “이재명 정부의 영일만대교 건설 예산 삭감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지금이라도 예산 삭감을 철회하고 영일만대교 건설을 즉각 정상적으로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포항 북구, 남·울릉지역위원회는 같은 날 성명을 내고 “국민의힘은 영일만대교를 정쟁의 도구로 악용하지 말라”고 맞섰다. 이들은 “정부가 추경 예산에서 영일만대교 건설 예산을 뺀 것은 사업 계획 적정성 재검토 때문”이라며 “영일만대교는 이미 노선이 확정됐는데도 대안 노선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윤석열 정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힘 있는 여당의 국회의원이던 시기에 이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야당 국회의원이 되자마자 ‘삭감’이라고 주장하며 사업이 무산될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는 것은 스스로 무능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TK신공항 이전 TF도 구성해 달라”

이 대통령이 최근 광주광역시 군 공항 이전 문제를 ‘직접 챙기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과 관련해서도 현재 진행 중인 대구경북신공항 이전 사업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5일 광주광역시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호남 지역발전을 위한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5일 광주광역시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호남 지역발전을 위한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광주보다 절차상 앞서고 있는 TK신공항 이전 사업이 재원조달 문제로 교착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광주 군 공항 이전 문제를 담당하는 태스크포스(TF)를 대통령실 내에 만들게 되면 TK신공항 이전 사업이 뒷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대구시는 대구 군 공항 이전과 TK신공항 건설을 위한 TF 구성 역시 정부에 촉구할 방침이다.

대구국제공항이 위치한 대구 동구 지역구 의원인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광주 군 공항 이전 문제를 다루는 대통령실 TF 설치까지 약속한 만큼, 대구 역시 광주와 마찬가지로 속도감 있고, 균형감 있게 군공항 이전 사업이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