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타(Meta) 로고. 연합뉴스
‘억’ 소리 나는 인재 쟁탈전
메타는 이달 중순 데이터 라벨링(AI가 학습할 데이터를 분류하고 이해를 돕는 작업) 스타트업 스케일AI에 143억 달러(약 19조원)를 투자해 지분 49%를 인수하고, 알렉산더 왕 스케일AI 최고경영자(CEO)까지 데리고 왔다. 회사를 인수함으로써 AI 개발에 필요한 핵심 기술과 인력을 동시에 확보한 것이다. 왕 CEO는 메타에서 초지능(Super Intelligence·인간 지능을 뛰어넘는 AI 시스템) 연구에 전념할 AI 연구팀을 이끌 예정이다.
메타는 왕 CEO에 이어 냇 프리드먼 전 깃허브 CEO, 오픈AI 수석 과학자 출신 일리야 수츠케버가 설립한 SSI(세이프 수퍼인텔리전스) 공동 창업자 대니얼 그로스 등도 영입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AI 분야 인재들에게 직접 이메일이나 왓츠앱을 보내 메타 합류를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WSJ 등 외신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최소 1000만달러(약 135억원)에 달하는 연봉을 제시했다고 한다.
인재 쟁탈전이 치열해지면서 빅테크 간 신경전도 벌어졌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17일 동생 잭 올트먼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에 출연해 메타가 자사 엔지니어들에게 이직 시 최소 1억 달러의 보상 패키지를 제안했다며 “미친 짓”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24일 참석한 뉴욕타임스(NYT) 행사에서도 “(저커버그는) 자신이 초지능이라고 믿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 AFP=연합뉴스
다른 기업들은 어때
당분간 빅테크 간 인재 쟁탈전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구글 딥마인드에서 비전 AI 기술과 오디오 요약 기능을 개발한 핵심 연구 인력 3명을 영입했다. 지난해엔 6억5000만 달러(약 8800억원)를 들여 AI 스타트업 인플렉션을 인수하기도 했다. 여기엔 딥마인드 공동창업자 출신인 무스타파 슐레이만 인플렉션 CEO를 비롯해 개발 인력 대부분을 함께 데려간다는 조건이 붙었다.
애플은 기업 가치 140억 달러(약 19조3000억원)에 달하는 AI 검색 스타트업 퍼플렉시티의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이 또한 퍼플렉시티 CEO인 아라빈드 스리니바스 영입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리니바스 CEO는 오픈AI·딥마인드 연구원 출신이다. 오픈AI도 애플의 전 수석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가 창업한 디자인 회사 io를 64억 달러에 인수했다.

김주원 기자
한국은 ‘AI 인재 유출’ 중
이재명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을 위해선 AI 인재 확보가 필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5일 AI 인재의 해외 유출을 막고 해외 연구자를 영입하기 위한 ‘이노코어’ 정책 추진을 발표했다. 국내외 포닥(박사 후 연구원) 400명을 채용해 피지컬 AI와 AI 모델 등을 연구하는 프로젝트다. 채용된 연구원에겐 국내 포닥 연봉 평균의 1.8배인 연 9000만원 수준의 연봉을 약속했다.
업계에선 더 적극적인 AI 인재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AI 스타트업 관계자는 “지금까지 AI 정책 논의는 데이터센터 확보 등 인프라 중심으로 이뤄져 인재 육성 계획이 드러나지 않았다”면서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