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人터뷰] 이상하지만 이상하지 않은, 배우 박은빈이 말하는 우영우

 “저는 우영우입니다.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지난 18일 종영한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주인공 우영우가 자기소개를 할 때 하는 말이다. 극 속에서 우영우는 소음에 민감하고 다른 사람들과 눈을 맞추기 어려워하는 자폐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지만 법조문과 판례를 통째로 외우는 천재적인 암기력을 가진 신입 변호사로 나온다.

 대형 로펌 한바다에 입사하게 되며 진행되는 여러 에피소드 속에서 우영우는 고저 강약이 거의 없는 말투로 얘기하며, 좋아하는 고래에 대해서는 빠른 말투로 속사포처럼 얘기한다. 

 비교적 인지도가 부족한 채널 ENA에서 방영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1화에서는 시청률이 0.9%에 불과했으나 급속도로 입소문을 타고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 최종화에서 17.5%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이례적인 흥행을 이룬 이 드라마는 신드롬이 되어 전국을 강타했다.

 우영우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독창적인 방법으로 여러 에피소드를 해결한다. 다른 변호사가 생각지 못한 부분을 짚고,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해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우영우를 보며 시청자들은 우영우가 어떤 식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갈지, 언제 고래 얘기가 나올지 기대하며  바라보았다.

 우영우는 매회 여러 사건을 겪으며 변호사로서, 인간으로서 성장해나간다. 재판에서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며 변호사로서의 사명감을 익히고, 공동체 생활을 하며 좌절과 성공, 사랑과 같은 인간관계를 겪는다. 자신이 가진 장애에 좌절하기도 하지만 결국 이겨내고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은 이상하지만 이상하지 않은 우영우에게 마음을 빼앗겨버렸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타이틀롤 ‘우영우’를 맡은 배우 박은빈은 특유의 섬세한 연기력으로 극 중에서 우영우을 연기했다. 이상하지만 이상하지 않게 보여야 하는 어려운 역할과 방대하고 어려운 법조문 용어를 완벽하게 소화한 박은빈은 이 드라마가 성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아역을 시작으로 올해 26년 차에 접어든 베테랑 배우 박은빈은  ‘청춘시대’ 부터 '스토브리그',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연모’, 그리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까지 흥행에 성공하며 그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믿고 보는 대세 배우’로 떠올랐다.

 

<프로필>

본 명: 박은빈

생년월일: 1992년 9월 4일

데 뷔: 1996년 아동복 카탈로그 <Pippy-삐삐>


- 영화

1998년: 남자이야기

2000년: 소녀의 기도

2002년: 메모리즈, 피아노 치는 대통령

2004년: 내 남자의 로맨스, 1.3.6 - 소나기는 그쳤나요?

2010년: 고死 두번째 이야기: 교생실습

2013년: 은밀하게 위대하게

2022년: 마녀(魔女) Part2. The Other One


- 드라마

2012년: 프로포즈 대작전

2013년: 구암 허준

2014년: 비밀의 문: 의궤 살인 사건

2016년: 청춘시대

2017년: 청춘시대 2, 이판사판

2018년: 오늘의 탐정

2019년: 스토브리그

2020년: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2021년: 연모

2022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외 다수


(※ 본 인터뷰는 라운드 인터뷰로 진행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 종영 소감 영상에서 눈물을 보이시며 이런 감정이 정말 오랜만이라고 하셨습니다. 끝나고 나서 어떤 기분이 드셨나요?

 사실 드라마를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배우들의 마음가짐에 따라 다를 것 같은데 저는 믿어주실 지 모르겠지만 제가 그동안 한 모든 작품 캐릭터를 모두 동일하게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그날 흘린 눈물은 정말 몇 년 만에 흘린 눈물이었던 것 같긴 해요. 왜냐하면 언제부터인가 작품 하나하나 끝날 때마다 이 프로젝트는 끝났다라는 아쉬움이 커서 눈물이 났을 때도 많고, 어쨌든 한 인생을 잘 키워서 보냈다는 마음이 커서 눈물이 났던 거 같아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와 ‘연모’를 촬영할 때는 눈물이 날 법도 한데 안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때 생각한 것은 주연으로서 제가 항상 무사히 잘 끝내는 것이 목표였고, 끝냈다는 안도감이 더 커서 제가 눈물이 안 났나보다하고 생각했는데요. 

 우영우같은 경우에는 무사히 끝냈다는 안도감이 가장 컸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긴장감도 컸던 거 같아요. 왜냐하면 16부를 보시면 아셨겠지만 배우로서는 되게 부담되는 장면들과 잘 해내야만 하는 장면들이 많았기 때문에, 정말 끝날 때까지 모든 사력을 다했던 작품이었다 보니 정말 끝났다는 안도감 + 그동안 힘들었던 나날들이 쭉 스쳐 지나갔던거 같아요. '정말 오랜만에 결국 잘 해냈구나'라는 마음이 들어서, 복잡 미묘한 감정때문에 눈물이 났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옆에서 울면 그게 또 그대로 오잖아요. 그래서 그 현장에 계시던 제작 피디님들도 참 고생 많이 하셨거든요. 작품의 기획부터 참여하신 피디님들이 제가 울컥하는 것을 보고 또 함께 울컥해주는 모습이, 서로서로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 그런 눈물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정말 아프지 않고 잘 끝내서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처음 캐스팅 때 고사했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때 안되겠다고 말씀하셨던 이유와 다시 해야겠다고 결심한 과정이 궁금합니다.

 쉬운 마음으로 접근하면 안될 것 같은 작품이었기 때문에, 되게 좋은 작품이라는 느낌은 왔지만 배우로서 어떻게 할 수 있을까라는 걸 생각하면 암담하긴 했습니다.

 제가 그동안 시놉시스를 읽거나 대본을 볼 때 한번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영상화 작업도 거쳐보는데 그럴 때면 '아마 이 드라마는, 혹은 이 캐릭터는 이런 느낌으로 하면 되겠다. 내가 이런 모습도 보여줄 수 있겠구나'라는 어떤 예상이 가는 작품들이 대부분이라면, 이 작품만큼은 대본은 잘 쓰여져있는데 제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제가 어떤 목소리로 어떤 톤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될지 전혀 감이 안 잡히고, 지금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는 모습을 내가 과연 구현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에, 연모라는 작품은 여배우로서는 하기 힘든 조선시대 왕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당시에는) 연모를 선택했었습니다. 그래서 우영우는 다른 좋은 배우들이 있다면 언젠가 좋은 작품으로 제가 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기다려주셨어요. 그래서 솔직히 많이 부담됐던 거 같아요.

 제가 그냥 어떤 작품을 재어보고, '이것보단 이게 나아'라고 결정했던 게 아니고 진심으로 제가 왜 우영우여야만 생각하시는지, 또 제가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저를 제외한 모두는 그렇게 생각해 주는지, 제 자신이 스스로 확신이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고사를 여러 번 했었는데, 감독님과 작가님을 만나보고 이 이야기를 나눠보면 어떻겠느냐라는 얘기까지가 나왔어요.

 그래서 감독님과 작가님을 만나 뵙게 됐었을 때도 이런저런 말씀을 드리고 저는 자신이 없다를 말씀드리러 갔었는데 참 좋은 얘기를 많이 해 주셨던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연기를 할 때, 캐릭터를 만들 때 혼자였던 것 같아요. 혼자 캐릭터를 만드는 게 익숙했고 또 그게 편했고. 그런 방식을 취해 왔는데 이 작품 같은 경우에는 혼자서는 절대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러니까 '누가 나 좀 도와주세요'라고 되게 절실하게 뭔가 끈을 붙잡고 싶은 그런 느낌이었는데 작가님과 감독님께서 '모두가 다 함께 좋아할 수 있다. 함께 만들 기회를 주지 않겠냐'라고 말씀을 해 주셔서, 조금씩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했던 것 같아요.  

 근데 결과적으로 기다려주신 만큼 뭔가 제가 저도 모르겠었던 신뢰와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었고 결과적으로 함께 영우를 완성시킬 수 있었습니다.  

- 현재 우영우의 느낌이 조금 남아있는 것 같은데 굉장히 공들여 준비한 캐릭터라 빠져나오기 싶지 않을 것 같습니다. 캐릭터의 여운이 얼마나 남아있는 것 같나요?

 사실 저는 캐릭터의 온오프가 좀 뚜렷한 상황인 것 같아요. 물론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제가 연기하는 데 있어서 캐릭터와 제 삶의 균형을 어떻게 추구할 것인가를 좀 시행 착오를 겪다보니 캐릭터는 캐릭터대로 살아 숨쉬고 오프가 될 때는, 촬영하지 않을 때는 온전히 제 삶을 영유하는 것이 좀 더 행복도 측면에서 제가 바라는 삶인 것 같고요.

 그래서 사실 영우가 끝난 지금, 물론 영우를 사랑해 주시는 분들이 아직 있고 또 오늘같이 아직 영우를 떠나 보내기 전에 영우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되는 자리가 있긴 하지만, 사실상 영우로 살면서 힘들었던 것을 박은빈의 삶에서 느끼고 있지 않아서 그런 캐릭터의 온오프는 확실한 편인 것 같습니다.


- 배우님이 보시기에 우영우는 어떤 사람이라 생각하시나요?

 저는 영우가 박은빈보다 훨씬 언니라고 생각하는데요. 그 이유가 영우는 용감하고 씩씩한  것 같고, 또 두렵고 불편한 부분이 있을지라도 항상 해보겠다고 본인이 하고 싶어하는 그런 용기를 내는 측면이 더 어른스럽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영우한테 배운 게 많습니다. 영우의 있는 그대로 사람을 받아들이고, 특별히 판단하지 않고, 사람들을 자기 잣대로 평가하지 않는 부분들이 영우에게 배울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고사의 이유가 부담스러워라고 하셨는데 작품을 선택하시고 캐릭터를 어떻게 구성하셨나요? 레퍼런스를 참고한 것이 있나요?

 사실 '연모' 촬영이 막바지까지 고행이었습니다. '연모' 촬영을 끝내고 우영우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사실상 2주일밖에 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시간을 낭비하면 안되겠다는 절박함이 저한테 가장 컸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가장 효율적으로 빠르게 캐릭터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최단 경로가 무엇일까를 이제 생각해내야만 하는 그런 상황이었는데요.

 물론 훌륭한 레퍼런스가 많다는 건 알지만 영우의 캐릭터 자체가 어떤 캐릭터를 모델링해서 만든 것이 아니고 우영우 세계관 내에서 우영우만이 보여줄 수 있는 어떤 고유함이 있다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우리 드라마에서 우영우를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니까 우영우라는 캐릭터는 제가 다른 캐릭터들을 보면서 모방할 필요가 없겠다고 하는 생각이 첫 번째였고요. 그리고 이차적으로는 제가 실존 인물들을 모방을 하면 그분들의 실생활을 수단 삼아 연기하는 것이 될까 봐 그런 부분에서 영상 레퍼런스를 최대한 배제시키려고 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먼저 작가님과 감독님, 그리고 자문 교수님께서 대본을 탄탄하게 구축해 주시고 계셔서 그분들이 생각하시는 영우의 느낌을 들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했던 작업이라면 저는 아무래도 학부생 시절 교과서로 공부하는 게 익숙했던 사람으로서 자폐인에 대한,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관한 진단 기준들을 참고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우 캐릭터가 어려웠던 부분은 특히 극 초반에 촬영되는 것들은 딱 봐도 이상해 보여야 되지만 변호사로서 일을 해야 되기 때문에 누군가는 이상하지 않게 봐줘야 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한, 뭔가 그런 모순적인 특성들이 강했기 때문에 그 정도를 정하기가 스스로 굉장히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여러 모험 끝에 지금 보시는 영우가 완성되었습니다.


- 캐릭터 구축에 있어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현실, 비현실성 이런 거에 대해서는 당연히 이야기가 없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거 같아요. 드라마에서는 어떤 인물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창작물의 자유가 있을 거잖아요. 그래서 그런 면에서 영우라는 캐릭터를 자폐 스펙트럼에 한정 지어서 스스로 한계를 짓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좀 강했던 거 같아요. 구현에만 초점을 맞춰서 제가 연기를 하면 드라마 안에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잘 전달이 안될까 봐 아무래도 드라마적 허용을 한 부분이 있었고요.

 여러모로 우리나라에서 자폐인 분들께 최대한 상처가 되지 않는 방향이 어느 쪽일까를 제일 많이 고심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양상이 다양하다면 영우의 진심을 배우로서 표현할 수 있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런 면에서 우영우가 이제 세상을 마주하고 어떻게 어떤 과정을 듣고 어떻게 성장해 나가는지 그 과정 속에서 제가 거짓됨 없이 진실되게 연기하면,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아주신다면 좀 불쾌한 부분이 사라지지 않을까라고 배우로서 희망을 가지고 연기했습니다.
 

- 결과가 폭발적이었고 인기가 시작부터 가파른 상승세였습니다.

 정말 솔직하게는 (우영우는) 작품성에 심혈을 기울인 작품인 것은 맞지만 대중성에 있어서는 대중분들의 몫이라고 이미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시청률도 목표하는 게 전혀 없었고 그래서 뒤로 갈수록 입소문이 난다기보다는 기대 이상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내주셔서, 정말 솔직한 개인심정으로는 무서웠어요.

 제가 가볍게 대한 것이 아니라 진중하게 접근하고자 노력했었고, 그래서 진정성 부분은 자신이 있었지만 제가 모르는 감수성이 있을 수 있는 거고 제가 모르는, 어떤 무지했던 부분이 있을 수 있는건데 너무나 많은 분들이 보시면 그만큼 다양한 반응이 있을 예정일테니까 과연 괜찮을까하는 위협이 됐던 것 같아요.

 제가 영우를 통해 배운 것이 모두 포용할 수 있어야겠다는 마음이었기 때문에 사실 겸허하게 관망하는 자세로 지켜봤어요. 저에게 일어나는 일이라기보다는 영우 팀에게 보내주는 관심이라고 생각해서 크게 도취되어 있지는 않았습니다.


- 작품이 가진 메시지에 대해 얘기해주세요.

 저는 최종회가 좋다고 얘기한 이유가 배우로서 부담스러웠던 씬이었지만, 가장 최애 장면을 꼽으라면 저는 인사청문회에 들어가기 전인 태수미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었는데요. 거기서 외뿔고래 얘기를 하면서 '이게 제 삶이니까요'하고 인정하는 영우의 모습과 '자기의 삶은, 제 삶은 이상하고 별나지만 가치 있고 아름답습니다'고 얘기하는 자체가 꼭 우영우라는 자폐인을 넘어서 이 세상의 모든 외뿔고래들에게 전해주는 작품의 메시지인 거 같아서 그 장면이 정말 좋아하는 장면이자, 배우로서는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많은 고심을 했던 장면이었습니다.

 하지만 연기할 때만큼은 모든 것을 다 지우고 사람에 몰입하니 그런 장면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이 세상의 자폐인 분들께 제가 뭐라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이 세상에 흰고래 무리들과 살아가는 외뿔고래들에게는 외뿔고래가 많다고 얘기해 주고 싶네요. 같이 잘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 여러 반응 중에서 굉장히 마음에 남았던 반응이 있다면요?

 이 얘기를 제가 해도 좋은지 모르겠는데 제 팬분들 중에서도 아스퍼거인이라고 본인을 소개해오시는 해외 분들도 계셨고, 또 지인의 가족이 같은 장애가 있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회를 보고 얘기해 주시는 걸 듣고 깜짝 놀랐었는데 사실 이 모든 반응이 되게 뿌듯하기도 하지만 감당하기 좀 어려울 때도 있었거든요. 근데 감동적인 말씀들이 되게 많이 힘이 되었던 거 같아요.

 예를 들어, 자기 가족의 반향어를 듣고 이 드라마를 본 사람이라면 갑작스러운 반향어를 듣고 소스라치게 놀라거나 적어도 피하지는 않지 않겠냐는 그런 점에 있어서 '참 고맙다' 이런 반응을 해 주신 걸 듣고, 정말 저는 감사했습니다.


- 법정씬을 하면서 법 조항을 암기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이 있지 않았나요?

 하나 다행인 것은 제가 이판사판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판사 역할을 경험해 봐서 법 조항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는데요. 사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사가 훨씬 많았고 그냥 대사를 읽는 게 아니라 정말 빠른 속도로 속사포처럼, 내 머릿속에 있는 백과사전을 그냥 펼쳐서 읽는 느낌으로 대사를 해야 되기 때문에 그게 정말 어려웠던 작업이었습니다. 

 그리고 사실 법정씬뿐만 아니라 다른 장면에서도 본인 이야기를 할 때나 다른 카테고리별로도 대사가 많았었지만 특히 법정씬같은 경우에는 저를 향한 눈빛들이 너무 많았던 것 같아요. 일단 방청객분들뿐만 아니라 특별 출연으로 나오시는 피고인분들과 증인분들도 많아서, 국민 참여 재판일 때는 배심원분들까지 늘어나서 다 합치면 수십 쌍의, 수백 쌍의 눈빛들이 저를 향해있는 게 처음에 되게 적응이 안 됐던 거 같아요.

 체력적으로도 제가 완전히 충전되지 않은 상태에서, 영우와 친해지기 전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는데요. 아무래도 법정에서는 플러스 알파로 중압감이 훨씬 밀도가 높아졌었기 때문에, 한 번은 정말 법정씬 트라우마라고 할 정도로 한번 호되게 소진이 된 이후로는 더 열심히 극복해보고자 노력을 했던 그런 기억이 남습니다. 

 그래서 1화 법정씬이 기억에 남는 게 사실 1화, 2화, 3화까지는 신입 변호사 우영우로 출근을 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맞닥뜨리는 말 그대로 신입이었기 때문에 긴장감이 가장 최고조라는 설정으로 시작을 했어요. 그래서 뒤로 갈수록 점점 일을 하면서 즐거움을 주고 신나하는 영우. 이런 식으로 점점 농도를 좀 바꿔봤는데요. 근데 초반에는 제가 굳이 설정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폐부에 스며들더라고요. (웃음) 저도 또한 영우와 함께 적응해나가는 과정을 거쳤었습니다.


- 제작사에서는 시즌2를 기획하고 박은빈 배우님 스케줄을 체크한다고 들었습니다.

 사실 시즌 2 이야기는 저도 기사로 처음 봤는데. '저희 시즌 2 해요? 이게 뭐죠?'하고 놀라던 기억이 나네요. 아무래도 시즌 2에 대해서 기대감을 가져주시는데, 그만큼 영우를 사랑해 주셨기 때문인걸로 느껴지는데, 정말 많은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많은 사랑을 받는 만큼 후속작을 내보낸다면 오리지널을 뛰어넘는 어떤 혁신과 자신감이 있어야만 그 사랑과 기대에 보답할 수 있는 길이라고 저는 생각하는데요.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논의된 게 없기 때문에 제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 배우들과의 호흡과 현장의 분위기가 궁금합니다.

 일단 한바다즈의 케미는 최상이었다고 생각해요. 말씀드렸듯이 제가 항상 현장에서 웃는 편이고 좋게 좋게 현장을 이끌어가고 싶어하는 분위기지만 우영우를 연기하는 것은 사실 대사도 외울게 너무 많았고, 매일같이 이어지는 7개월의 연속이었다 보니 힘에 부칠 때가 많았는데 그 공백을 저희 팀들이 함께 잘 채워줬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법정씬을 촬영할 때 한 번씩 퓨즈가 끊겼었어요. 그래서 급속충전해 주고 그러다가 저사람이 좀 배터리가 떨어진다 싶으면 또 충전해주고 그런 식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배터리가 되어서 잘 챙겼던 기억이 납니다.

- ENA가 신생 채널이다보니 그에 대한 고민이 있었나요?

 처음부터 ENA가 아니었던 걸로 기억을 하고요. 넷플릭스 동시방송이라고 이제 알고 있는 상황에서 ENA로 가게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채널쪽에서는 3%만 나와도 대박이라고 내부적으로 평가하셨다는 얘기도 들었었는데 제가 시청률을 목표로 연기했던 사람도 아니거니와 대중분들의 반응은 말 그대로 대중분들의 선택에 맡겨야 하기 때문에 크게 기대한 건 없었습니다.

 그래도 조금 희망을 가져보자면 전 세계로 방송되니까 아무래도 자폐인 커뮤니티가, 우리나라보다는 미주 쪽에 활발하니까 과연 어떻게 우리 드라마를 평가해 줄까 궁금한 건 있었던 거 같아요. 결과적으로 ENA 채널에서도 그렇게 될 줄 몰랐고, 넷플릭스도 현재 스코어가 아주 좋다라는 얘기를 전해 들었는데 뿌듯합니다. (웃음)

 사실 에피소드를 말씀드리자면 저희가 지방 촬영도 꽤나 많았었는데요. 어르신들의 통행을 저희 진행팀과 활동 보조팀들이 항상 자초지종 설명해 드리고 가시는 길을 우회시켜드리고 했는데, 어르신들께서 많이 물어봤다고 해요. '뭐 찍어요?' 이러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요'  '어디서 해요?' 이러면 저희 친구들이 '넷플릭스요. 인터넷으로 보면 돼요.'  '우린 그런거 없어. TV 어디서 하는데' 'ENA요' '몇 번인데?' 근데 저희 팀들도 몇번인지 몰라서 곤란했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많이들 알게 돼서, 우영우를 좋게 평가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 극 중에서 감정을 삼켜야 하는 상황이 많았는데 힘들었던 대사나 장면이 있었나요?

 슬펐어요. 저는 박은빈의 삶과 캐릭터의 삶을 구분해서 생각하려고 하지만 아무래도 제가 인격을 완벽히 나눠서 연기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캐릭터의 감정이 저한테 온전히 스며들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제가 우영우의 진심을 담고자 했다는 것은 박은빈이 느끼는 감정 + 우영우의 진심을 합쳐서 가장 좋은 부분을 보여드린 것 같아요. 근데 우영우는 아무래도 감정 표현에 있어서 자기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좀 미숙한 부분이 있다 보니 제가 이 감정을 어떤 것이라고 느끼는 것보다는 (영우가) 자기에게 떠오르는 감정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는 표현을 했어야 했기 때문에 잘 분리해서 생각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이를테면, 8부 엔딩 장면인 '나를 원망했니?' 장면에서 진경 선배님(태수미 역)을 처음 만난 날 촬영하게 되었어요. 다른 소덕동 에피소드 이전에 엔딩부터 촬영하게 되어서 '드디어 고대하던 선배님을 직접 만나 뵙는구나' 싶었는데요.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눠보는 그때 그 감정은 제가 대본을 읽으면서 생각한 것 이상으로 슬픔과 아픔이 밀려오더라고요.

 그래서 이것을 마음껏 표현하는 거는 좀 지양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감독님이 두세 번 테이크를 세이브해놓으셨는데 첫번째는 제가 느끼는 감정 그대로의 울컥함, 나를 기억하지 못하시는 어머니에 대한 어떠한 아픔과 원망이 뒤섞인 표현으로 촬영을 했었다면 두 번째는 그거를 이제 꼭 누르는 장면으로, 그러다가 '나를 원망했니?'라는 말에 감정의 둑이 터진 것 마냥 감정이 밀려오는 그런 식으로 표현을 했던 거 같습니다.

 그런 감정 표현에 있어서 제가 직관적으로 느끼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훌륭하신 유인식 감독님과 편집팀 분들이 머리를 맞대어서 '영우라면 어떻게 표현했을까'를 항상 같이 조언해주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결과적으로 시청자분들이 보신 것이 모두의 합의를 거친 영우입니다.


- 기존 영화나 드라마 속 자폐인 캐릭터는 우울하거나 외톨이였는데 우영우는 그렇지 않아서 사람들이 좋아한 것 같습니다. 배우로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가 배우로서 우영우로서 해야 할 숙제는 시청자들을 내 편으로 만들기였던 것 같은데요. 
그렇지만 시청자분들이 우영우을 응원하게 만드는 것은 배우로서 과제였고, 또 영우로서 해야 될 그런 몫이었다면 저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영우를 응원해 주지 않아도  영우 혼자서도 잘 해보려고 노력하는 친구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마냥 도움이 필요한 존재라기보다는,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지만 도움을 꼭 주지 않아도 혼자서 해보려는 노력을 하는 친구가 저는 영우라고 느껴졌기 때문에 그런 영우의 용기 있는 선택들이 항상 응원하게 되는 순환되는 구조가 있었던 거 같았어요. 제가 영우 자체이기도 했지만 친구로 여기기도 했고, 감히 말씀드리자면 영우의 부모같은 마음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시청자 입장에서 러브라인에 대한 호불호가 있었습니다. 러브라인을 연기하는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개인적으로는 인간사에 있어 성장이 사랑에 의해서만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이 있긴 합니다만, 영우는 작가님께서도 비슷한 얘기를 하셨지만 자기로만 가득 찬 세계에 나와 너로 이루어진 타인을 소개하는 것은 굉장한 성장이라고 얘기해 주셨던 것 같아요.

 나로만 이루어진 세계에서 사는 영우보다는 나를 알고 너도 아는, 나와 너로 이루어진 세계를 함께 합칠 수 있다는 것이 의미가 있는 일이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 해외 반응이 궁금하시다고 했는데 해외 커뮤니티 등에서 반응을 보신 적이 있나요? 해외 시청자분들에게 어떤 점을 어필하고 싶었나요?

 말씀드린 대로 해외 자폐인 커뮤니티는 우리나라보다 더 오래되었고 체계화되었다고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한국에서 자폐 여성 캐릭터를 정면에 내세웠을 때 해외에서는 더 활발할 담론이 이루어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있었던 것 같아요.

 실제로 제가 커뮤니티를 모니터링해 보지는 못했지만 그런 반응은 본 적이 있었습니다. 항상 자폐인하면 남성의 비율이 많아서 남성 출연자들을 많이 봤다면 이번에 한국에서 여성 자폐인을 1인칭으로 내세워서 하는 드라마가 있다니 라는 반응을 본 적이 있습니다.

 작가님도 증인에서처럼 누군가 자폐인을 관찰하는 시선을 넘어서 영우가 직접적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도전이라는 말씀을 비슷하게 해주셨던 것 같은데, 저는 조금 의미가 있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 재판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어떤 타이밍에 고래가 나와서 법리를 한 번에 볼 수 있을 것인가 기대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판례를 기준으로 에피소드를 나눴는데 가장 재미있고 인상적인 에피소드가 있다면 어떤 에피소드였나요?

 저는 사실 고래 얘기를 할 때마다, 대본을 보면서 조금 가슴이 막막했었는데요. (웃음) 이번엔 또 이 고래가 나왔네 하고. 고래 대사를 외우는 박은빈은 전혀 신나지 않았지만, 영우의 신남을 연기했더니 방송을 볼 때는 또 신나더라고요. 저래서 '고레카'라고 이름 붙여진 그 장면을 좋아해 주시는구나. 또 저도 시청자로서 언제 나오려나하고 기다려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음. 참 많은 에피소드들이 스쳐 지나가는데 어떤 에피소드가 좋았냐를 고르기가 어렵습니다. 근데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어했던 회차는 4회 삼형제의 난 회차가 재밌었던 것 같아요. 5회를 빨리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회차였고요. 사실 4회 법정씬 자체가 너무 많이 어려워서, 법정 안에서 고비를 겪었다는 게 사실 4회였기 때문에 많이 어려웠지만 개인적으로는 재미있었던 회차였습니다.


- 우영우가 권민우와 부딪혔을 때 공정과 역차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것 같습니다. 연기하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공동체에 들어간 이상 주변인과 함께 부딪치며 살아가는 건 그 모두가 겪은 일이겠지만 우영우 옆에 봄날의 햇살 최수연이 있는 것과 권모술수 권민우가 있는 것은 어찌 보면 양극단에서 균형 잡힌 사람들이 있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습니다. 심지어 우영우도 '이런 사람도 세상에 존재할수 있지 않을까요'를 얘기해 주는 게 저희 드라마였던 거 같아서 여러 각양각색의 인간 군상들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 박은빈 관련 영상이 온라인에서 화제였습니다. 격한 운동도 연기에 지장이 생길까 봐 안 해왔다는 말이 있고 연기에 인생을 쏟아부었다는 말도 있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가 유튜브를 많이 보지 않아서 저에 대한 알고리즘이 뜨지 않고 있는데요. 근데 이제 정말 기억도 안 나는 어린 시절의 영상이라든지 여러 방송국에서 야속하게도 하드 털이를 막 해주고 계시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차마 감사하다고는 못하겠더라고요. (웃음)  

 물론 어린 시절 소중한 제 필모그래피를 찾아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아무튼 제가 새롭게 느낀 것은 필요 이상의 좀 왜곡된 정보들도 같이 섞여 있는 것 같고요. 또 이제 가짜 뉴스들도 가짜 영상들도 많은 것 같아요.

 제가 연기자로서의 어떤 진리를 추구하고 싶다라는 그런 거창한 꿈은 절대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제가 연기를 위해 모든 생활을 포기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조명이 되는 것은 정말 아닌 것 같고요. 나름대로 잘 정말 재밌게 즐기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필요 이상으로 개인 신상과 관련해서 '그래서 너무 조심하는 거다. 그래서 다칠까 봐 전전긍긍한다.' 이런 쪽으로 걱정해 주시는 분들도 많아졌는데 사실무근입니다.

- 일각에서 페미니즘과 같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대세 배우로서 차기작을 고를 때 이런 소재가 나오는 작품을 고르거나 배제하는 모종의 기준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  배우로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실 어떤 논란이 있다는 것을 제가 지금 정확히 파악을 하고 있지 못하고 있어요. 
제가 사는데 바빠가지고 아무래도 모든 반응을 체크를 하지 못해서 그냥 큼지막하게 사실이 아니라는 그런 기사 정도만 봤는데요. 어떤 논란인지 제가 지금 정확하게 파악을 하고 있지 못해서 말씀드리기가 조금 조심스럽긴 한데 제가 작품을 고르는 기준을 물어보시는 거라면 언제 제가 대본을 보느냐가 되게 중요한 것 같더라고요.

 미묘하게 기준들이 매일 달라지고 있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통해 교훈을 얻고, 답습을 안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아직 개인사적인 모든 것을 흔들만한 사건은 겪어보지 못했으므로 그냥 소신대로 살 것 같습니다.


- 자폐에 대한 희화화 논란이 있었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은빈 배우님한테도 (우영우의) 고래 같은 존재가 있나요?

 토끼요. 토끼 좋아합니다. (웃음) 근데 토끼를 좋아하는 거를 너무 많은 분들이 알게 되어서 조금 숨기고 싶은데요. 이미 많이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패러디같은 논쟁은 일단 우영우를 연기한 배우로서 말씀드리자면, '제가 연기하는 우영우는 우영우 세상 속에서만 살았으면 좋겠다'가 배우로서 드릴 수 있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우영우를 사랑해 주셨던 분들이 어떤 의도로 구현을 하실지에 대해서는 이제 극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발생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그런 방향은 아무래도 의도와는 다른 반응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조심을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하는 거고요. 그래서 저는 우영우 연기는 극 내부에서만 보여드리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나름대로 재밌게 살고 있다고 하는데 개인적인 삶과 하반기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지금 사실상 촬영을 끝내고 아직 휴식을 취하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련의 일들이 지나가고 소강상태가 되면 개인적으로 오랜만에 휴식을 가지면서 여행도 가고 차기작을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 차기작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고 검토도 미처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다음 작품으로 앞으로 또 어떤 모습을 보여드릴까 고민되는 하반기가 될 것 같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웃음)


 -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어린 시절 영상을 봤습니다. 당시에는 어머니가 매니저 역할을 하며 동행을 하셨는데 이번 작품 이후에 가족들, 특히 어머니께서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그것이 알고 싶다'같은 경우에는 저희 엄마 매출이 노출된 유일한 영상이기도 하고 또 저희 고등학교 친구들이 노출되었기 때문에. 특히 고등학교 친구들이  제발 그 영상만큼은 풀리지 않았으면 하는 영상이었습니다. 그 친구가 말을 하고 이틀 뒤에 그 영상이 풀리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너무 미안해서. (웃음) 나중에 연락 오기를 그때 자신과 지금의 자신은 다르기 때문에 그때의 자신을 자신의 전부라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아무튼, 엄마와는 저와 14년, 15년 이상을 제 전담 매니저였기 때문에 엄마 이상의 매니저로서의 의미가 크고, 저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분이세요. 이번에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서 감사한 반면에 아무래도 저희 엄마 같은 경우에는 제가 이루 다 말할 수 없지만, 어떤 부분을 힘들어하는지 아시니까 좀 짠해하시기도 하고 복잡 미묘한 감정을 함께 느껴주셨던 것 같습니다.


- 굉장히 많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마지막으로 30대 배우로서 지금 개인적으로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아직 만 29세입니다만. (웃음) 제가 먼 훗날의 미래까지 생각하는 편은 아니라 일단은 이번 주에는 오늘 이렇게 기자님들을 만나는 것이 저의 가장 큰 고민이었고요. 오늘을 또 잘 넘기면 또 행복한 내일을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많은 기자들 앞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도 박은빈은 긴장하는 모습 없이 순수하고 친절한 웃음으로 시종일관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듣던 대로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임을 느끼게 해주었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인터뷰를 시작할 때부터 질문 하나하나에 곰곰이 생각하며 정성스럽게 답변을 해주는 모습이었다. 어떤 질문이라도 당황하지 않고 밝은 목소리로 자신의 생각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모습은 베테랑 배우로서의 내공이 엿보였다. 인터뷰 말미에 배우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울컥하는 그의 모습에서 모녀간의 깊은 신뢰와 애틋한 감정이 느껴졌다.

 아역 배우로 시작해 많은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며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해 온 박은빈 배우는 근래 다양한 장르와 다양한 매력을 가진 여러 캐릭터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해주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대세로 떠오른 그는 이후 강행군으로 지친 몸을 추스르고 휴식을 가지겠다고 밝혔다. 넓은 연기 스펙트럼과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로 많은 사랑을 받은 그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사진 = 나무엑터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