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까지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 의료비 ‘0원’ 만든다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7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7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이를 키우는 2040세대의 양육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의 의료비를 전액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젊은 세대가 출산을 기피하지 않도록 아동수당 지급액과 대상을 크게 확대하고 육아기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한편,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을 20%로 끌어올린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7일 이런 내용을 담은 ‘저출산ㆍ고령사회 정책 로드맵’을 발표했다.

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1세 미만 아동의 의료비를 사실상 0원으로 만드는 데 이어 2025년까지 취학 전 모든 아동에게 같은 혜택을 줄 계획이다. 내년에는 먼저 1세 미만의 외래진료비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을 줄여주고, 나머지 의료비는 임산부에게 일괄 지급되는 국민행복카드로 결제할 수 있게 한다.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맨 오른쪽)이 7일 오전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6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맨 오른쪽)이 7일 오전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6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향후에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더 강화하고 지방정부가 아동의 본인부담금을 대납하는 방식으로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에 대한 ‘의료비 제로화’를 추진한다.

조산아와 미숙아, 중증질환에 걸린 아동의 의료비도 줄여준다. 의료비 본인 부담률을 10%에서 5%로 줄이고, 왕진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만혼 추세를 고려해 난임에 대한 지원은 더 확대된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난임 시술비 본인 부담률(현행 30%)을 더 낮추고, 건강보험 적용 연령(만 45세 미만)도 높인다.

임신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배우자 출산 휴가 등이 당연한 권리가 될 수 있도록 제도를 확대한다. 내년 하반기부터 만 8세 이하의 자녀를 둔 부모라면 임금 삭감 없이 근로시간을 1시간 단축할 수 있다.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은 현행 유급 3일에서 10일로 확대된다.  


장기적으로는 육아ㆍ학업ㆍ훈련 등 생애주기별 여건에 따라 근로시간을 조절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을 도입한다. 소득감소를 걱정해 육아휴직을 안 쓰는 일이 없도록 급여액을 인상하고, 휴직 초기에 급여를 많이 받고 후기로 갈수록 급여가 낮아지는 계단식 급여 체계를 만들기로 했다. 이를 통해 육아휴직자 중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을 13%에서 2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그래픽] 저출산 고령사회 정책 주요 내용.[연합뉴스]

[그래픽] 저출산 고령사회 정책 주요 내용.[연합뉴스]

 
이날 정부는 출산 장려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모든 세대가 함께 행복한 지속 가능 사회’라는 비전 아래 삶의 질 향상, 성 평등 구현, 인구변화 대비에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3차 기본계획에서 강하게 내세웠던 ‘2020년까지 합계 출산율 1.5명 달성’ 등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날 로드맵을 발표한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출산율은 중요한 지표 중 하나지만 목표를 출산율 하나에 맞추는 폐단을 없애고 정책의 패러다임을 ‘삶의 질’로 전환했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이번에는 제시하지 않았다”며 “출산율 (하나만을) 앞세워 추진해왔던 정책적 시도 등을 지양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다양한 여러 지표를 통해 모든 세대의 삶의 질과 성 평등이 향상하면 자연스레 출산율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결혼과 출산을 하더라도 삶의 질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희망을 드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