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이용해 습도 정밀 측정한다...“질병 분석에도 응용”

일상 속에서 쉽게 버려지는 머리카락을 이용해 습도를 정밀 측정할 수 있는 ''기계 공진기'가 개발됐다.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고정시키고 레이저를 쏴 진동수를 분석하는 방법이다. [중앙포토]

일상 속에서 쉽게 버려지는 머리카락을 이용해 습도를 정밀 측정할 수 있는 ''기계 공진기'가 개발됐다.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고정시키고 레이저를 쏴 진동수를 분석하는 방법이다. [중앙포토]

사람의 머리카락을 이용해 습도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연구재단은 2일 KAIST를 비롯한 국내 연구진이 머리카락 고유의 진동수를 이용해 습도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머리카락은 습한 환경에서 쉽게 팽창하는 성질 때문에 오랫동안 습도를 감지하는 데 사용됐다. 실제로 상대습도가 0%에서 100%로 증가할 때 머리카락은 약 2% 팽창한다. 1783년 스위스 물리학자 오라스 소쉬르는 머리카락의 이 같은 성질을 이용해 최초의 머리카락 습도계를 발명했고, 현재까지도 일부 사용되고 있다.

1783년 스위스 물리학자 오라스 소쉬르가 개발한 '머리카락 습도계'로 이탈리아 파도바대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습도가 높아지면 머리카락 길이가 길어지는데 이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자료제공=파도바대]

1783년 스위스 물리학자 오라스 소쉬르가 개발한 '머리카락 습도계'로 이탈리아 파도바대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습도가 높아지면 머리카락 길이가 길어지는데 이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자료제공=파도바대]

연구를 진행한 이정철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그러나 머리카락 길이 변화를 기반으로 한 습도계는 반응 속도가 느리고, 지속해서 수치를 보정해야해 정밀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며 “이에 머리카락 길이 대신, ‘공진 주파수’를 측정해 습도 변화를 감지하는 기계 공진기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공진 주파수란 물체가 자유진동할 때 생기는 고유한 주파수다. 습도가 높아지면 머리카락 길이가 길어지면서 공진 주파수가 감소하기 때문에, 주파수의 변화를 측정하면 반대로 습도 변화도 알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공진기에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고정시켜 놓은 후 습도 변화를 가해준다. 습도가 높아질수록 머리카락 길이가 길어지고, 이 때문에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힘인 '인장력'이 약해져 주파수 또한 낮아지게 된다. [그래픽제공=한국연구재단]

공진기에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고정시켜 놓은 후 습도 변화를 가해준다. 습도가 높아질수록 머리카락 길이가 길어지고, 이 때문에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힘인 '인장력'이 약해져 주파수 또한 낮아지게 된다. [그래픽제공=한국연구재단]

습도와 머리카락 주파수 간 관계를 정밀하게 측정하기 위해 작은 방 안에 기계 공진기를 설치하고 습도에 변화를 줬다. 이후 635㎚ 파장의 레이저를 머리카락에 쏴 공진 주파수를 정밀 측정했다. 그 결과 머리카락의 공진 주파수가 습도에 따라 0.295~1.78%로 민감하게 변화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 교수는 “이 기술을 이용하면 머리카락의 영양을 분석해 사람의 건강 상태도 모니터링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질병 분석에도 이 기술을 응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