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직 해병 수사 방해 의혹 사건을 수사할 이명현 특별검사가 13일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순직해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 수사를 맡은 이명현 특별검사(특검)가 임명 뒤 첫 행보로 박정훈 대령(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변호인을 만나 ‘VIP 격노설’의 실체에 대해 물은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순직해병 사건 수사 결과에 대해 외압을 행사했는지, 이에 따라 군 수뇌부가 사건을 은폐했는지 등이 특검 수사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1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 특검은 박 대령 측 변호를 맡은 김정민 변호사와 지난 13일 약 3시간 동안 면담을 진행했다. 특검으로 임명된 지 하루만으로, 공식 사건 기록 등을 전달받기 전이었다.
면담에서 이 특검이 꺼낸 첫 질문은 “VIP 격노설의 실체가 무엇이냐” 였다고 한다. VIP 격노설이란 윤 전 대통령이 지난 2023년 7월 순직해병 사건 수사와 관련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을 혐의자로 적시하고 사건을 경찰에 이첩하겠다는 보고를 받은 뒤 화를 냈다는 의혹이다. 당시 해병대 수사단은 폭우로 실종된 이들을 수색 과정에서 순직한 채모 상병 사건의 원인과 책임 소재 등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느냐”며 격분했다는 의혹이 일었고, 이후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은 수사단 조사 결과 보고서에 결재했다가 이튿날 번복해 비판을 받았다. 이어 김건희 여사와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에 연루됐다는 논란도 일었다.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이에 김 변호사는 “VIP 격노설은 팩트”라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한다. VIP 격노설이 불거진 지난 2023년 7월 31일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과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 사이 통화 기록이 확인된 점, VIP 격노설을 부인하던 김 전 사령관이 지난해 6월 국회 청문회에선 증언을 거부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고 한다.
또 김 변호사는 이 특검에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이미 관련 수사가 상당 부분 진행된 점, 순직해병 사건이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촉발한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 등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특검은 김 변호사에게 특검보 자리를 제안하기도 했지만 김 변호사는 박 대령의 항명 사건 항소심이 진행 중이라 수사 공정성 문제 등을 이유로 들어 고사했다고 한다.
향후 순직해병 사건 수사외압 특검 수사는 윤 전 대통령의 외압과 김 여사 관여 여부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또 이 전 장관이 지난해 3월 공수처에서 수사를 받던 중 주호주 대사로 임명되면서 법무부가 출국금지를 해제한 과정에 법 위반 사항이 없었는지도 살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장관은 그간 대통령 격노를 접한 적 없고, 이첩 보류는 정당한 지시였다는 취지로 의혹을 부인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