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보다 50년 앞선 금속활자? 제주서 나온 불경, 서울대의 의심

장윤석(맨 왼쪽)씨가 6일 제주도 의회에서 '석가여래행적송' 추정 상권을 들어보이고 있다. 최충일 기자

장윤석(맨 왼쪽)씨가 6일 제주도 의회에서 '석가여래행적송' 추정 상권을 들어보이고 있다. 최충일 기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인쇄 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 보다 약 50년 앞선 금속활자본으로 추정되는 ‘석가여래행적송(釋迦如來行蹟頌)’을 보관하고 있다는 소장자 주장이 제기됐다.  
 
소장자라고 밝힌 장윤석(51)씨와 임홍순(66) 서경대 명예교수는 6일 오후 제주도 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석가여래행적송 상권을 공개했다. 석가여래행적송은 1328년(충숙왕 15년) 승려 운묵(雲默)이 ‘게송’으로 읊고 주석한 책으로 추정된다. 게송은 부처의 공덕을 찬미한 노래다. 상·하 2권으로 돼 있으며, 상권은 석가모니의 일생과 인도불교 내용을 담고 있다. 하권에는 불교가 중국에 전래한 과정과 불교도에 대한 교훈 등이 담겨 있다. 
 
현재까지 전해 내려오는 원본격의 석가여래행적송은 서울대 규장각에 보관된 발간 연대 미상의 하권뿐이다. 그밖에는 조선 시대 원판을 고쳐 목판으로 인쇄해 다시 발간한 개판본이 대부분이다. 만약 제주도에서 발견된 상권이 개판본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 하권과 함께 석가여래행적송의 발간 시기를 알 수 있는 중요 사료가 될 전망이다.    
장윤석씨가 소장 중인 '석가여래행적송' 상권 추정 고서. 최충일 기자

장윤석씨가 소장 중인 '석가여래행적송' 상권 추정 고서. 최충일 기자

장씨와 임 교수는 이날 석가여래행적송 상권 원본이라고 강조하며 “규장각에 있는 하권과 이어지는 책”이라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규장각이 소장하고 있는 것과 비교 분석한 결과 동일한 시기에 동일한 제작기법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서문에 적혀 있는 연도 등을 통해 1328년에 책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하권의 발문에 적혀 있는 ‘천력삼년무진(天曆三年戊辰, 1328년)’이라는 문구를 그 근거로 들었다. 이는 장씨가 보관하고 있는 상권 서문에도 적혀 있는 만큼 “규장각에 있는 하권과 상‧하권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또 “학자들에 따라서는 규장각이 소장한 하권의 제작 시기를 조선 초로 보기도 하지만 고려 말에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증거도 확실하지 않다”며 “이 책이 1377년에 만들어진 직지심체요절보다 50여년 앞서 금속활자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어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글자 일부가 비뚤고 활자의 테두리가 연결되지 않는 등 인쇄 상태를 보면 금속활자본일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문가들이 더 감정해야 확실해지겠지만, 개인적으로 목판으로만 인쇄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규장각 소장본도 혼동(금속‧목판 혼용) 인쇄본으로 확인되고 있는 만큼 장씨가 소장하고 있는 석가여래행적송도 금속활자로 인쇄된 것인지 연구해볼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도민 장윤석씨가 소장 중인 '석가여래행적송 상권' 추정 고서. 최충일 기자

제주도민 장윤석씨가 소장 중인 '석가여래행적송 상권' 추정 고서. 최충일 기자

장씨는 해당 고서를 소장하게 된 경위에 대해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것”이라며 “최근에야 문화재 전문가들의 얘기를 듣고 이 책이 중요할 수 있다고 깨달았다”고 말했다. 또 “규장각에서도 이 책의 존재를 안 것이 불과 한 달밖에 되지 않은 만큼 발간 시기와 관련해 과학적인 감정을 받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서울대 규장각은 해당 고서의 발간 시기를 여전히 미상으로 보고 판단을 유보하는 분위기다. 규장각 관계자는 “소장자가 근거로 제시하는 서문과 발문 날짜가 인쇄할 당시의 시기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규장각 소장본의 경우 전문감정 결과 발간 시기 특정이 어려워 연대 미상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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