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 영등포구 글래드 호텔에서 스타트업얼라이언스·한국경영학회·한국소비자학회가 주최한 '파괴적 커머스 시대' 컨퍼런스에서 나온 얘기다. 이마트가 설립 16년 만에 지난해 2분기 첫 적자를 기록하고, 90년대 '닷컴 벤처' 신화를 쓴 옥션·인터파크가 더는 승자가 아닌 지금, 커머스는 어떤 격변기를 지나고 있는 걸까.
진화하는 온라인, 이젠 '버티컬'
김연희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아시아태평양 유통부문 대표는 이날 국내 온라인 유통시장을 3세대로 구분, 각 세대의 쟁점을 진단했다.
제품(Commodity) 중심의 1세대 유통에선 가전(시장규모 10조원)과 생필품(8조)이 대표 상품이었다. 먹거리(Grocery) 시대인 2세대 유통에선 식품(13조)이, 세분화·전문화된 버티컬(Vertical) 시장이 급성장한 3세대 유통의 주인공은 패션(25조)과 뷰티(9조), 그리고 리빙(3조)이라는 분석이다.

BCG가 본 유통 1~3세대. 그래픽=신재민 기자
"쿠팡·G마켓 검색 역량 없으면 네이버 못 넘어"
김 대표는 "코모디티(제품) 시장에선 검색 트래픽을 쥔 네이버를 넘지 못하면 승자가 될 수 없다"며 "아마존이 미국에서 1등인 이유는 소비자가 구글이 아닌 아마존에서 상품을 검색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프만 보면 쿠팡과 G마켓이 (시장을) 다 먹은 것 같지만, 검색 역량이 없기에 그 위로 치고 올라가긴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2세대인 식품 유통시장에서 기업의 고민은 온라인이 오프라인보다 '손해 보는 장사'란 점이다. 같은 물건이라도 온라인 구매에는 산지 픽업료와 배송료가 붙어 기업으로선 비용이 더 든다.
김 대표는 "온라인 소비자가격이 오프라인가보다 10~15% 정도는 높아야 손익이 맞는 상황에서 홈플러스·이마트 등 오프라인에서 이미 탄탄한 시장을 가진 사업자들이 온라인에서 얼마나 자리잡고 존재감을 가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기회는 있다. 김 대표는 "먹거리 시장에선 브랜드 헤리티지(누적된 브랜드 가치)가 여전히 중요하고, 전통 식품사업자는 농수산물 공급망과 신선식품 유통(콜드체인) 역량에서 공산품 사업자에 비해 유리하다는 점을 잘 살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新)격전지는 패션·뷰티
![김연희 BGC 아태유통 대표가 5일 '파괴적 커머스 시대' 트렌드 컨퍼런스에서 발제하고 있다. [사진 스타트업얼라이언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2/08/18c7e290-9fac-4e36-a3a9-8687179559bd.jpg)
김연희 BGC 아태유통 대표가 5일 '파괴적 커머스 시대' 트렌드 컨퍼런스에서 발제하고 있다. [사진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그는 "온라인에서의 미래 전쟁은 2~3세대에서 일어날 것이고, 쿠팡·네이버 등 기존 강자보단 혁신적인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앞으로 더 나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혁신적인 플레이어'가 생각하는 방식
용어사전 > D2C
Direct to Consumer. D2C 또는 DTC로 쓴다.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온라인 자사몰로 직접 판매하는 모델. B2C의 하위 모델이다.
임 센터장은 "창업 5년 만에 시총 50조원을 찍고 바이두를 넘어 중국 5대 인터넷 기업이 된 '핀둬둬(拼多多)'는 대도시에 살고 교육을 잘 받은 중국 고소득층을 타깃팅하는 알리바바·타오바오와 다른 모델"이라며 "판둬둬는 스마트폰과 모바일 결제가 중국 전역에 급속도로 퍼진 점을 활용해 시골에 사는 노인 등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동구매 모델로 고속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핀둬둬는 자사 앱에서 본 물건을 소셜 네트워크(SNS)에 공유하면 할인해주는 모델로 회원을 약 5억명까지 늘렸다. 타깃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고 '공유'와 '할인'으로 모객력을 확보한 것이다.

중국 10대 인터넷 상장사. 그래픽=신재민 기자
!['옷장 없는 미래'를 꿈꾸는 공유옷장 '렌트 더 런웨이' [사진 렌트더런웨이]](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2/08/13bf4fbb-49f3-4d3f-a580-0c82667cbb5c.jpg)
'옷장 없는 미래'를 꿈꾸는 공유옷장 '렌트 더 런웨이' [사진 렌트더런웨이]
기성 기업의 '프리미엄' 서비스에 의문을 제기한 것도 '혁신'이 됐다. 달러 쉐이브클럽은 월 3~9달러의 구독료를 내면 매달 면도날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창업자 마이클 더빈은 2012년 1분 30초짜리 광고 영상에서 "유명 브랜드 면도기에 월 20달러씩 쓰는 게 좋냐", "정말 전동 손잡이나 조명등, 10중 면도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냐"고 물었다. 영상을 올린 지 48시간 만에 유료 가입자 1만명을 끌어왔다. 달러 쉐이브클럽은 질레트가 70%를 점유하고 있던 면도날 시장에서 6년만에 점유율 14%를 가져오는 데 성공, 2016년 약 1조원에 유니레버에 인수됐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