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감염폭증 원인은 ‘번화가 술집’?...’24시간 레스토랑’도 문닫는다

일본 도쿄도(東京都)에서 26일 역대 최대치인 47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나온 가운데, 감염 확대의 주범으로 번화가 술집이 떠오르고 있다.

도쿄도 내 감염자 수는 3월 들어 증가세를 보이다가 지난 23일 16명, 24일 17명에 이어 25일 갑자기 41명, 26일 47명으로 크게 늘었다. 27일에도 신규 확진자 40명이 확인됐다.

이는 불과 나흘 동안 122명이 늘어난 것으로, 도쿄도 전체 감염자수 236명 가운데 절반이 최근 나흘 동안 발생한 것이다.

이 가운데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케이스가 25일 13명, 26일 24명으로 확인됐다. 

27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도쿄도가 이들의 행동이력 등을 조사해보니, 어디서 감염이 됐는지는 단정할 수 없지만 일정수의 감염자가 밤에 번화가 음식점에서 식사를 했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6일 한 식당 종업원이 마스크를 한 채 식당 앞에 서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6일 한 식당 종업원이 마스크를 한 채 식당 앞에 서 있다. [AP=연합뉴스]

 
이들은 대규모 연회 뿐 아니라 적은 인원의 회식에 참석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염자가 번화가를 다니면서 감염이 한꺼번에 확산돼, 폭발적으로 감염자가 증가할 우려가 높아졌다고 도쿄도와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가 기자회견에서 △낮에는 되도록 재택근무를 하고 △밤에는 외출을 하지 말 것을 당부한 것은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즉, 저녁 약속을 잡거나 술 마시러 나가지 말라는 얘기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지난 2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밀접한 공간이나 많은 사람들이 밀집하는 장소, 밀접 접촉하는 대화는 피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지난 2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밀접한 공간이나 많은 사람들이 밀집하는 장소, 밀접 접촉하는 대화는 피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일본에선 2월말부터 재택근무와 휴교가 이뤄졌던 만큼 ‘자숙(자제)모드’에 지친 시민들이 3월 중순이 되면서 외출을 재개하기 시작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실제 주요 번화가인 긴자(銀座) 지역의 3월 첫째주 체류인구는 60% 정도였지만 3월 셋째주엔 80%대까지 회복했다. 대표적인 벚꽃놀이 명소인 우에노(上野) 공원의 입장 인원은 3일 연휴였던 지난 20일~22일 직전 주말에 비해 4배나 늘어났다. 

전날 도쿄도와 인근 수도권 4개현은 공동으로 “사람이 몰리는 곳으로 불필요한 외출은 자숙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24시간 영업을 해오던 패밀리레스토랑도 ‘심야 영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가스토, 죠나산 등을 운영하는 스카이락은 오는 주말부터 도쿄도내 578개 점포 가운데 심야영업을 하는 275개 점포의 영업시간을 단축해, 밤 12시까지만 문을 열겠다고 밝혔다.

지난 26일 도쿄 시민들이 마스크를 낀 채 벚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6일 도쿄 시민들이 마스크를 낀 채 벚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본 최대규모 영화관 체인인 ‘TOHO 시네마즈’는 도쿄도, 가나가와(神奈川)현, 사이타마(埼玉)현 등 수도권에 있는 영화관의 영업을 주말동안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주말 상춘객 12만명이 몰린 신주쿠교엔(新宿御苑)은 이번 주말부터 당분간 문을 닫기로 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