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전국 교회가 12일 부활절을 맞았다. 두 달 가까이 온라인으로 예배를 한 교회들 중엔 이날 현장 예배를 연 곳도 있었다.
서울 중구 새문안교회와 중랑구 금란교회는 현장 예배를 열었고 서초구 온누리교회는 '드라이브 인' 예배를 했다. 교회 관계자들은 "성도들이 온라인 예배만 드리는 상황에 많이 답답해 했다"며 "미리 신청을 받아 인원수를 제한해 현장 예배를 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1만석 교회에 800명 입장
새문안교회 관계자는 "총 2300석 중 100명이 예배당에 들어왔기 때문에 2m 간격을 충분히 지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교회 입구에는 전신소독기가 설치돼 있었고, 교회 직원이 나와 사전신청자 명단과 방문자의 신원을 확인했다. 교회 관계자는 "부활절은 크리스마스와 함께 기독교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라며 "7주간 온라인 예배만 하다가 '부활절에는 현장 예배를 하고 싶다'는 의견이 많아 2주간 준비 끝에 오늘 하루 현장예배를 열었다"고 했다.
교회 관계자는 "전체 1만석 중 오늘 예배를 위해 지정된 좌석은 800석이다, 그나마 신청 규모보다 덜 와서 600석 정도 찼다"고 전했다. 감리교단 최대 규모(신도 10만명)의 금란교회는 이날 6번의 예배를 드렸다.
예배를 마치고 나온 교인들은 "온라인과 현장 예배는 완전히 다르다"며 "오랜만에 예배를 드려서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교회 현장에 예배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에 서운한 마음을 털어놓는 교인도 있었다. 딸과 함께 예배에 참석한 30대 교인은 "사회 모든 곳이 돌아가고 있고 술집처럼 밀접 접촉이 이뤄지는 곳은 그냥 열게 두면서 교회만 다소 심하게 통제하는 것 같다"며 "교회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헌금으로 지역상품권 구입
온누리교회는 '드라이브 인' 부활절 예배를 열었다. 온누리교회는 이날부터 10주 간 양재동의 한 주차장을 빌려 드라이브 인 예배를 할 계획이다.
5년째 교회를 다니고 있다는 50대 여성은 "많은 고민 끝에 나왔다"며 "드라이브 인 예배를 드리게 돼 정말 기쁘지만 국민으로서 방역에 대한 우려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온누리교회 신동식 부목사는 "늘상 해오던 예배지만 오늘은 참 어렵게 열었다"며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교회의 사회적 역할, 개신교 예배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 저절로 고민하게 된다"고 했다.
온누리교회는 이날 거둔 헌금으로 지역 상품권을 구입하기로 했다. 지역상품권으로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가게에서 필수품을 구매해 어려운 계층에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오후 새문안교회에서는 70개 개신교단 대표 100여명이 참석한 부활절 연합예배가 열렸다. 개신교 주요 교단 연합체인 한국교회총연합은 "부활절연합예배는 1947년부터 시작해 한국전쟁 때도 열렸다"며 "2020 연합예배는 74년 만에 코로나19 사태로 감염병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 참석자를 최소화하고 영상 생중계를 했다"고 밝혔다. 연합예배에 참석한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는 이날 오전 "한국 교회가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이웃들에게 사랑과 섬김을 감당해야 한다"고 부활절 메시지를 전했다.
정은혜·편광현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