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 속인 죄…토종 보톡스 메디톡스 퇴출, 14년 쓴 소비자는

메디톡스 보툴리눔 톡신 A형 '메디톡신'. 뉴스1

메디톡스 보툴리눔 톡신 A형 '메디톡신'. 뉴스1

국내 판매 1위 토종 ‘보톡스’가 퇴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메디톡스가 생산한 메디톡신주를 비롯해 메디톡신주 50단위, 메디톡신주 150단위 3개 품목의 허가취소 처분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해당 제품은 미간 주름 개선 등 미용성형 시술에 주로 사용되던 의약품이다. 사용중지 2개월 만에 시장에서 쫓겨났다.

원료 바꿔치기에도 출하승인 

이번 결정의 핵심은 원료 속이기에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메디톡스는 2012~15년 생산과정에서 허가받지 않은 원액을 사용했다. 허가는 A원액으로 받은 뒤 실제로는 B원액을 쓴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서류도 조작했다는 게 식약처 설명이다. 제품의 품질 시험결과도 마치 적합한 것처럼 꾸몄다고 한다.

이처럼 조작된 자료는 식약처에 그대로 제출됐다. 결국 이를 근거로 ‘국가출하승인’이 이뤄졌다. 시중에 판매하기 전 식약처가 품질을 확인해주는 승인제도다. 

지난달 22일 대전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메디톡스의 보툴리눔톡신제제 '메디톡신(50·100·150유닛)'의 품목허가 취소 여부를 최종 결정짓는 청문이 열린 가운데 관계자들이 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2일 대전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메디톡스의 보툴리눔톡신제제 '메디톡신(50·100·150유닛)'의 품목허가 취소 여부를 최종 결정짓는 청문이 열린 가운데 관계자들이 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메디톡스에 1억7000만원 과징금도 

식약처는 메디톡신주 등 3개 품목의 허가 취소 외에 역시 미용성형 시술용 의약품으로 쓰이는 ‘이노톡스주’의 경우 제조·업무정지 3개월에 상당한 1억7460만원의 과징금 처분도 내렸다. 이밖에 메디톡신주 등 3개 제품이 시중에 유통되지 않도록 회수·폐기할 방침이다. 


메디톡스는 이외 약사법 위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이미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2006년 허가받은 토종 보톡스 

메디톡신은 국내 ‘토종’ 보툴리눔 톡신 제제(일명 보톡스)로 잘 알려져 있다. 2006년 처음 허가받은 제품이기도 하다. 식약처는 일단 안전성 우려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보툴리눔 제제는 일정 기간 효과를 나타낸 뒤 체내에서 분해되는 특성 등이 있다”며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자문 결과 이번 사건 의약품으로 인한 안전성 우려는 크지 않은 것으로 의견이 모인 바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대전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메디톡스의 보툴리눔톡신제제 '메디톡신(50·100·150유닛)'의 품목허가 취소 여부를 최종 결정짓는 청문이 열린 가운데 관계자들이 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대전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메디톡스의 보툴리눔톡신제제 '메디톡신(50·100·150유닛)'의 품목허가 취소 여부를 최종 결정짓는 청문이 열린 가운데 관계자들이 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부작용 입증돼야 손배제기 가능 

식약처 설명대로 안정성 우려가 크지 않다면 당장 소비자 입장에서는 메디톡스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는 쉽지 않다. 

의료관련 소송을 주로 담당하는 방승환(제이씨앤파트너스) 변호사는 “허가받은 원료를 사용하지 않아 부작용이 발생했다면 소비자로서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게 가능해 보인다”며 “하지만 반대의 경우는 어렵다. 제조물책임법도 원료 등 뭔가의 ‘결함’으로 인한 손해가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 요청한 또 다른 변호사 역시 “메디톡스를 수사한 검찰에서도 ‘사기 혐의’를 적용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결국 민사인데 손해(부작용)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변호사는 “100% 부작용이 없다고 단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만일 피해모임이 결성된 뒤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부작용 사례가 모이면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GMP '구멍'도 확인 

메디톡스 퇴출 사태를 계기로 우수 의약품 제조·품질 관리기준(GMP·Good Manufacturing Process)상의 ‘구멍’도 확인됐다. 제조·품질관리 자료 가운데 시험 과정에 대한 기록을 누락해도 걸러내지 못했다. 또 동물시험처럼 연구자가 허위로 시험결과를 기록하거나 데이터를 조작하는 문제 역시 검증에 한계를 드러냈다. 

식약처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식약처 관계자는 “GMP 데이터 작성부터 수정·삭제·추가 등 변경 이력을 추적할 수 있는 ‘관리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시험결과뿐만 아니라 시험과정 전반에 걸친 데이터를 관리하겠다. 특히 허위·조작 가능성이 높은 시험항목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