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의혹에 성차별 발언 신임장관들···마크롱 흔든 佛 개각

지난 6일 단행된 프랑스 개각 후폭풍이 거세다. 신임 내무 장관과 법무부 장관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두 신임 장관은 각각 성폭행 혐의와 성차별적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인물들이다. 여성 인권단체의 반발이 이어지는 와중에 전 양성평등 장관이 이번 인사를 옹호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현지 언론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남은 임기에 '빨간불'이 켜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10일 프랑스 파리 시청 앞에서 열린 프랑스 여성 인권단체 시위 현장. 시위대는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내무장관과 미투 운동을 비판해온 법무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AP=연합뉴스]

10일 프랑스 파리 시청 앞에서 열린 프랑스 여성 인권단체 시위 현장. 시위대는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내무장관과 미투 운동을 비판해온 법무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AP=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프랑스 BFM TV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이 새 내각을 발표한 이후 파리 곳곳에서 신임 내무장관과 법무장관 사퇴 요구 시위가 일주일 째 이어지고 있다.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신임 내무장관 . [AFP=연합뉴스]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신임 내무장관 . [AFP=연합뉴스]

 
다르마냉 신임 내무장관은 2009년 노르드주 의원 재직 시절 여성 당직자를 성폭행한 의혹을 받는다. 2017년 검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됐다. 이후 다르마냉이 여성을 무고혐의로 고소하며 소송전이 오갔고, 지난달 파리 항소법원이 검찰의 재수사 요청을 받아들여 수사가 재개됐다.
 
다르마냉은 2014~2017년 프랑스 북부 투르코잉 시장 시절 또 다른 여성에게 대가성 성관계를 요구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듀퐁 모레티 신임 법무장관은 2018년 프랑스 정부의 캣콜링 처벌법을 조롱해 물의를 빚었다. 캣콜링은 거리에서 여성을 향해 휘파람을 부는 등의 성희롱을 뜻한다.
 
듀퐁 모레티는 당시 "일부 여성들은 캣콜링을 그리워한다"며 성차별적 발언을 해 비난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SNS에 미투 운동과 관련해 "권력에 끌리는 여성들이 있다"고 적어 논란에 휩싸였다.
 
에릭 듀퐁 모레티 신임 법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에릭 듀퐁 모레티 신임 법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여성 인권단체들은 두 신임 장관 임명에 즉각 반발했다. 7일 파리에서 사퇴 요구 시위가 시작됐고, 지난 주말 동안 전국으로 번졌다. 12일 프랑스 파리 시청 앞 집회에만 1000여명이 참가했고, 독일·스페인·호주 등 프랑스 대사관과 영사관 앞에서도 항의 시위가 열렸다.
 
여기에 전 양성평등 장관인 마들렌 시아파의 신임 내각 옹호성 발언이 반발 시위에 더욱 불을 지폈다. 시아파는 이번 개각에서 시민사회 문제 담당 부장관에 임명돼 다르마냉과 함께 일하고 있다.
 
BFM TV에 따르면 시아파는 13일 RM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여전히 페미니스트다. 성폭행 의혹을 받는 남성과 일한다는 것을 알았다면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르마냉의 성폭행 혐의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임명에는 문제가 없다는 의미로, 사실상 다르마냉을 옹호했다.
 
여성 단체들은 양성평등 장관을 지낼 당시 "성폭행 피의자는 칭찬하지 않겠다"는 시아파의 과거 발언과 비교하며 '이중 잣대'로 성폭행 사건을 다루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프랑스 여성인권단체는 10일 파리 시청에서 모여 신임 내무장관과 법무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항의시위를 벌였다.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여성인권단체는 10일 파리 시청에서 모여 신임 내무장관과 법무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항의시위를 벌였다. [로이터=연합뉴스]

 
여성 인사들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사회당 소속 로랑스 로시뇰 상원의원은 "마크롱 대통령이 성폭력과 성차별에 저항해온 모든 이들에게 한 방을 날린 셈"이라고 비판했다. 페미니스트 정치인인 캐롤라인 드 하스도 SNS를 통해 "마크롱 대통령은 여성 폭력 피해자들에게 직접 침을 뱉었다"며 "마크롱 대통령은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이번 임명에 대한 거센 저항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계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엘리제 궁은 일단 "문제없는 인사"라는 입장이다. 프랑스24에 따르면 엘리제 궁 관계자는 "다르마냉의 성폭행 혐의는 임명 절차에 장애물이 되지 않으며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보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