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IPO 앞뒀는데…카카오게임즈, 난데없는 '페미'논란

카카오게임즈. [카카오게임즈 제공]

카카오게임즈. [카카오게임즈 제공]

내달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카카오게임즈가 난데없는 암초를 만났다. 이 회사에서 유통 중인 모바일게임이 '페미니스트' 논란에 휩싸여 매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내달 1~2일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받아야 하는 카카오게임즈는 난감한 표정이다.

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가디언테일즈'는 지난 2일 게임 속 대사 한 줄을 고쳤다가 일부 남성 사용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 게임은 미국의 콩스튜디오가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유통과 마케팅을 맡은 신작이다. 기존 '걸레 같은 X' 대사를 '광대 같은 게'라고 수정했다가 남성 사용자들이 집단으로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디언테일즈는 국내에서 12세 이용가로 서비스되고 있다. 기존 대사의 영문 버전은 "You whore(매춘부)"로 돼 있어 일각에서는 청소년도 이용할 수 있는 게임에 등장하는 대사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일부 남성 사용자들은 '걸레 같은 X' 대사를 '광대'로 바꾼 것이 급진적 페미니즘 때문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들은 "카카오게임즈 내부에 급진적 페미니스트가 있는 것 아니냐"며 이른바 '페미 사냥'을 시도하고 있다. 페미사냥은 남성 중심의 사용자 집단이 게임사를 대상으로 페미니스트, 페미니즘 프레임을 씌워 불매운동 등으로 압박하는 행위를 말한다. 국가인권위에서는 이같은 압박에 못 이긴 게임업체가 특정 직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인권침해 사례로 판단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가 유통 및 마케팅을 담당하는 신작 모바일게임 '가디언테일즈'가 '이 걸레 X이'(왼쪽)라는 기존 게임 속 대사를 '망할 광대 같은 게'(오른쪽)로 수정했다가 '페미사냥' 논란에 휩싸였다. [가디언테일즈 캡처]

카카오게임즈가 유통 및 마케팅을 담당하는 신작 모바일게임 '가디언테일즈'가 '이 걸레 X이'(왼쪽)라는 기존 게임 속 대사를 '망할 광대 같은 게'(오른쪽)로 수정했다가 '페미사냥' 논란에 휩싸였다. [가디언테일즈 캡처]

 
이날 남성 중심의 게임 커뮤니티 등에서는 일부 사용자들이 "가테(가디언테일즈)는 다시 살아나기 힘들지", "가테 열심히 했는데 페미 (논란) 터지고 접었다" 등 비난과 비아냥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가디언테일즈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평점이 4.9점(5점 만점)을 기록했는데, 논란 뒤 이틀 만에 2.2점으로 추락했다. 매출 순위도 동반 하락세다. 이날 시장조사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3일 구글플레이 기준 매출 순위 5위에 기록됐던 가디언테일즈는 이날 밤 12시 기준 24위까지 떨어졌다. 사용자들의 집단 반발이 실제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사용자들의 반발에도 동종 게임업계마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페미사냥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견해가 대다수다. 지난 3일 익명 기반 직장인 소셜미디어 블라인드에는 가디언테일즈 논란과 관련해 "이미 갑질하는 데 맛 들인 유저들은 마음에 조금만 안 들면 낙인찍고 마녀사냥 할 것" "한국판 주홍글씨" 등 남성 사용자들의 집단반발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3일 금융위원회에 코스닥 시장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오는 26~27일에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하고, 내달 1~2일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을 받는다. 코스닥 상장 예정일은 오는 9월 11일이다.

카카오게임즈는 가디언테일즈 논란에 대해 "오늘 추가로 입장정리를 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