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뉴딜 펀드 띄우기를 시작했다.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현장간담회를 열고 민간 참여를 당부했다. 이 대표는 인사말에서 “(한국형 뉴딜 사업에) 2025년까지 약 160조원이 투자될 거라고 보는데 상당 부분은 정부 재정이지만, 민간 부분에서도 10% 가까이 투자를 하는 구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말 중점 사업들에 뉴딜 펀드로 민간 자금 16조원 이상을 끌어오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간담회에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정부 부처와 금융투자협회, 은행연합회, 경영자총연합회, 신용보증기금 등 금융권 주요 협회 관계자를 두루 불렀다. 최영권 우리자산운용 대표, 김재익 KDB인프라자산운용 대표 등 펀드 운용사 대표들도 나와 뉴딜 펀드의 구체적 설계 방향을 제시하고 토론에 참여했다.
“개인뿐 아니라 연기금, 기관투자자 모두에게 좋은 ‘1석 3조’ 펀드”(홍성국 민주당 의원)라는 메시지를 강조하려는 의도다. 이호형 은행연합회 전무이사는 간담회 직후 통화에서 “부동산 대책 이후에 이런 (그린·디지털 뉴딜 등) 신산업 쪽으로 물꼬를 틀겠다는 상징적 의미의 행사였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비공개 토론에서는 정부 주도 방식의 뉴딜 펀드에 대한 몇 가지 의문이 제기됐다고 한다. 전례 없는 형태의 관제 인프라 펀드인데, 현재까지 알려진 ‘원금 보장, 연 3%대 수익률’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가 논의의 핵심이었다. 간담회에 참석한 김동욱 한국경영자총협회 본부장은 “인프라 사업이란 게 한두 해에 끝나는 게 아니다. 5년, 10년씩 가고 그 기간에 계속 수익이 나야 하는데 지금처럼 시중 유동성이 큰 상황이 유지될지 등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퇴직연금 같은 국민 다수의 저축성 재원이 (뉴딜 펀드에) 투자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하겠다”(윤관석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는 당·정의 구상이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참석자는 “퇴직연금뿐 아니라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금을 뉴딜 펀드에 많이 가져오고 싶다는 건데, 현 정권이야 법까지 개정해 근로자 목숨줄과도 같은 노후 자금을 지켜준다지만 훗날에라도 정권이 바뀌면 지속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당·정은 뉴딜 펀드를 ‘국민 참여형 인프라 펀드’라고 소개한다. 미래에셋대우 대표이사를 지낸 홍성국 의원은 “한국에서 한 번도 안 해본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어떤 사업에, 어떤 형태로 투자하게끔 구조를 짜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K 뉴딜위원회 관계자는 “민간이 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그린·디지털 관련 인프라 사업에 정부가 규제 완화로 판을 깔아주고 ‘여기 와서 한번 놀아봐라, 비즈니스를 만들어봐라’고 하려는 건데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릴 것 같다.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뉴딜 펀드의 구체적 투자처도 일부 공개됐다. 대량의 데이터를 외부에서 저장·관리하는 역할을 전문으로 하는 ‘코로케이션 데이터 센터 인프라 펀드’와 ‘5G 통신 3사 공동 네트워크 인프라 펀드’ 등 디지털 뉴딜 관련 투자 사업이다.
그린 뉴딜과 관련해선 구체적인 사업이나 지역이 거론되지 않았지만 앞서 진행된 태백 가덕산 풍력, 새만금 2구역 태양광, 신안군 풍력 사업 세 가지가 투자 예시로 제시됐다. 민주당에서 뉴딜 펀드를 고안한 이광재 의원은 “정부는 마중물 역할만 할 뿐, 민간이 실질적 투자 주체가 되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심새롬·김홍범 기자 saero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