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홀 10타, 이후 4연속 버디...마스터스 냉온탕 오간 '골프 황제' 우즈

제84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 라운드에서 악몽같은 12번 홀을 보냈던 타이거 우즈. [AP=연합뉴스]

제84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 라운드에서 악몽같은 12번 홀을 보냈던 타이거 우즈. [AP=연합뉴스]

 
 '골프 황제'가 '아멘 코너'에서 가장 악명 높은 홀을 넘지 못했다. 타이거 우즈(45·미국)가 제84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드문 장면을 선보이면서 곤혹스런 하루를 보냈다.

16일(한국시각)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 12번 홀(파3)에서 우즈는 악몽 같은 시간을 보냈다. 155야드로 세팅된 이 홀에서 기준 타수보다 7타 많은 '셉튜플 보기(Septuple bogey·7오버파)'를 기록했다. 첫 번째 티샷부터 문제였다. 143야드를 날아간 공은 그린에 올라가지 않고 턱에 맞고 그린 앞 물에 빠졌다. 우즈는 드롭존으로 이동해 세 번째 샷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 공 역시 스핀이 걸리고 다시 물에 빠졌다. 같은 곳에서 시도한 다섯 번째 샷은 그린 뒤 벙커에 빠졌다. 그러나 여섯 번째 샷도 불운했다. 그린에 올라갔다가 다시 빠졌던 물에 굴러 들어갔다.

우즈는 같은 벙커에서 8번째 샷을 시도해 겨우 그린에 공을 올렸고, 2퍼트로 홀아웃했다. 이 홀에서만 7타를 잃은 우즈의 스코어는 3언더파에서 4오버파로 순식간에 바뀌었다. 우즈 개인으론 PGA 투어 대회 한 홀 최다 타수 기록이었다. 1997년 메모리얼 토너먼트 파3 3번 홀에서 9타 만에 홀아웃한 기록이 깨졌다. 하마터면 마스터스 역대 한 홀 최다 타수 불명예를 안을 뻔 했다. 해당 기록은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와 토미 나카지마(일본)가 기록한 ‘옥튜플보기(Octuple bogey·8오버파)’가 있다.

제84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 라운드 2번 홀에서 칩샷을 시도한 직후 클럽을 떨어트리는 타이거 우즈. [AP=연합뉴스]

제84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 라운드 2번 홀에서 칩샷을 시도한 직후 클럽을 떨어트리는 타이거 우즈. [AP=연합뉴스]

 
오거스타 내셔널의 11~13번 홀은 선수들에게 악명 높은 구간이라 해서 '아멘 코너'로 불린다. 특히 골프장에서 가장 짧고, 워터 해저드와 벙커가 자리한 12번 홀은 마스터스에서 많은 역사를 만들어냈다. 우즈는 앞서 2000년 이 홀에서 첫날 트리플 보기를 범하는 바람에 우승을 놓치고 한 해 그랜드슬램(4개 메이저 대회 석권)도 실패했다. 2011년 4퍼트했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2016년 쿼트러플 보기를 기록했던 조던 스피스(미국), 지난해 더블 보기를 넣었던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 등 우승 경쟁하던 선수들이 12번 홀에서 미끄러졌다. 2013년엔 전년도 우승자였던 버바 왓슨(미국)이 이번 우즈처럼 이 홀에서 3차례 공을 물에 빠트려 10타를 적어낸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우즈는 힘을 냈다. 곧장 510야드 13번 홀(파5)에서 투온에 성공하고 버디를 넣었다. 이어 15·16·17·18번 홀에서 4홀 연속 버디를 기록했다. 뒷심이 좋았다. 이날 버디 6개, 보기 3개, 그리고 옥튜플 보기 1개를 기록한 우즈는 4타를 잃고 합계 1언더파 공동 38위(16일 오전 3시40분 현재)에 자리했다. 악몽 같은 12번 홀을 파로 막아냈다면 10위권까지 바라볼 수 있었다. 디펜딩 챔피언으로 이번 대회를 앞두고서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던 우즈는 12번 홀이 두고두고 아쉬울 법 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