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관련 뇌물공여 등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또다시 ‘충격’…“소니처럼 추락할 수도”
삼성전자의 고위 관계자는 “한마디로 ‘참담하다’는 말밖엔 할 말이 없다. 사실 회사 내에선 집행유예를 기대했던 터라 충격의 파장이 더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삼성전자 관계자는 “대부분 부서의 임원들이 오후 늦게까지 비상회의를 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만난 삼성의 한 계열사 직원은 “판결이 나왔을 때 사무실이 잠시 술렁였다. 준법감시위원회까지 만들어 온갖 요구를 하면서 ‘희망고문’을 하더니…”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 부회장은 4일 평택 반도체공장을 찾고, 이틀 뒤엔 삼성리서치센터에서 “선도기업으로서 몇백 배 책임감을 갖자”고 강조하는 등 연초부터 현장 행보를 이어왔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그런데 뜻밖의 결과를 받아 회사 전체가 망연자실한 상태”라고 말했다.
갈수록 신기술을 선점하는 타이밍이 중요한데, 이 부회장의 부재로 삼성이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손욱 전 삼성종합기술원장은 “삼성의 혁신 속도가 떨어질 게 걱정된다. 삼성이 한때 추락했던 소니의 수순을 밟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답답해했다.
“TSMC 같은 경쟁업체나 환영할 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하루 앞둔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 걸린 삼성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1/18/b057a544-39cd-430f-9edf-32d6dc8f809e.jpg)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하루 앞둔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 걸린 삼성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신성장동력 확보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이 부회장이 구속 중이던 2017년 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삼성전자에선 대형 투자가 ‘올 스톱’된 바 있다. 이 부회장이 구속되기 3개월 전인 2016년 11월 미국의 전장부품회사인 하만을 인수한 게 마지막이었다. 이번에도 이 부회장 주도로 진행 중인 시스템 반도체 사업 133조원 투자 계획이 삐걱거릴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이 부회장 구속으로 총수 차원에서 결정해야 하는 대형 인수합병이나 투자 관련한 의사결정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며 “대만의 TSMC 등 삼성전자와 경쟁을 벌이는 곳에선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서울고등법원에서 법정구속됐다. 사진은 이 부회장이 불구속 될 경우를 대비해 취재진이 설치해 놓은 포토라인의 모습. 우상조 기자
외신 “경쟁 기업과 사투에서 어려움” 전망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장기간의 리더십 부재는 신사업 진출과 의사결정을 지연시켜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3.41% 하락한 8만5000원에 마감했다. 하루 만에 시가총액이 18조원가량 증발했다.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6.84%)과 삼성생명(-4.96%), 삼성SDI(-4.21%), 삼성엔지니어링(-3.65%) 등 삼성그룹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박형수·최현주·권유진 기자 hspark9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