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공장에서 한국에서 자체 개발한 첫 국산 전투기 출고식이 열렸다. 임시정부 시절인 1920년 첫 비행장교를 배출하면서 국산 전투기로 영공을 지키겠다는 꿈을 꾼 뒤 100여년 만이다.
한국은 이번 전투기 개발로 세계서 13번째로 자체 전투기 생산국 반열에 올랐다. 4.5세대 첨단 초음속 전투기 개발은 미국ㆍ중국ㆍ일본 등에 이은 8번째가 된다.
![9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고정익동에서 열린 한국형 전투기 보라매(KF-21) 시제기 출고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4/09/179f6ea3-04a6-450b-ba11-a0c9e065e2d3.jpg)
9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고정익동에서 열린 한국형 전투기 보라매(KF-21) 시제기 출고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날 출고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100여 년 전 임시정부는 광복군에 공군 창설 꿈을 가졌다”며 “‘우리 손으로 우리 하늘을 지키자’는 선조들의 꿈을 오늘 우리가 이뤄냈다”고 강조했다.
첫 국산 전투기의 제식명은 ‘21세기 한반도를 수호할 국산 전투기’라는 뜻에서 ‘KF-21’이라고 정했다. 공군에선 전투기 제식명은 ‘F’로 시작하는데 국내에서 제조한 경우 ‘K’를 덧붙인다.
공군을 상징하는 ‘보라매’ 명칭도 붙었다. 공군은 “미래 자주국방을 위해 힘차게 비상하는 한국형 전투기”라고 설명했다.
![9일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형 전투기 보라매(KF-21) 시제기 출고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4/09/87e73128-b2a1-41b2-a3c8-367e78f32e8a.jpg)
9일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형 전투기 보라매(KF-21) 시제기 출고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KF-21 보라매는 음속의 1.8배에 달하는 비행속도, 7.7t의 무장 탑재력으로 전천후 기동성과 전투능력이 가능하다.
개발과정에 얻은 최첨단 기술은 KF-16, F-15K 등 기존 공군 전투기에 적용해 성능을 올릴 수도 있다. 이번 전투기 개발을 계기로 5세대 스텔스 전투기 개발의 기반도 마련했다.
![지난해 9월 한국형 전투기(KF-X) 시제기 조립 모습. [사진 방위사업청]](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4/09/df9a107a-fc33-4f87-95c0-50c0a94791f6.jpg)
지난해 9월 한국형 전투기(KF-X) 시제기 조립 모습. [사진 방위사업청]
국산 전투기를 개발하는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은 2001년 김대중 대통령이 ‘국산 전투기 개발’을 천명한 이래 20년 만에 1호기를 출고하게 된 것이다.
2010년 4월 국내 개발을 결정한 뒤 2015년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섰다. 지난해 8월 시뮬레이션 비행에 성공한 뒤 9월부터 총 26만여 개의 부품 조립을 시작했다.
이날 출고식을 가졌지만 당장 임무에 투입하는 건 아니다. 올해는 지상시험을 시작하고 내년이 2022년 첫 시험비행에 나선다. 이후 2026년까지 시험평가를 이어간 뒤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지난달 24일 한국형 전투기(KF-X) 시제기 막바지 조립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방위사업청]](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4/09/6f6710c2-c6c8-4f3b-aa26-7002f35b2b6a.jpg)
지난달 24일 한국형 전투기(KF-X) 시제기 막바지 조립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방위사업청]
정부는 KF-21 전투기 120대를 개발ㆍ생산하는데 총 18조원을 투입하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이라고 불리는 배경이다. 개발 비용은 총 8조 8000억 원으로 국방과학연구소(ADD)와 KAI를 비롯한 국내 방산업체가 협력한 결과다.
인도네시아는 전체 개발비용의 20%를 부담하면서 공동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장관을 비롯한 인도네시아 대표단이 이날 출고식에 참석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축하 영상을 보내왔다.
개발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방사청은 2014년 F-35A 전투기를 구매하면서 미국 측으로부터 전투기 관련 기술을 넘겨받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미 정부가 돌연 절충교역 약속을 뒤집었다.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 제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미국이 한국에 제공키로 했던 25개 핵심 기술 중 ▶AESA 레이더 ▶IRST(적외선 탐색 및 추적장비) ▶EOTGP(전자광학 표적획득 및 추적장비) ▶전자파 방해장비 등 가장 중요한 4개 핵심기술 이전을 거부했다.
결국 정부는 고육지책으로 국내 개발을 결정했지만, 당시만 해도 개발능력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이 과정에서 개발역량이 부족한 업체를 선정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AESA 레이더는 현재 미국을 비롯한 선진 5개국에서만 개발에 성공했다. ADD 관계자는 “미 F-35A 전투기에 탑재된 AESA 레이더와 성능이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AESA 레이더가 공중 및 지상의 다양한 표적을 동시에 탐지 및 추적할 수 있다. 작전상황을 가상으로 구현해봤다. [국방과학연구소 제공]](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4/09/64cf81dd-3ff5-49b9-9445-47463e84d5bf.jpg)
AESA 레이더가 공중 및 지상의 다양한 표적을 동시에 탐지 및 추적할 수 있다. 작전상황을 가상으로 구현해봤다. [국방과학연구소 제공]
KF-21 보라매는 진정한 자주국방의 상징이다. 주요 장비 등 전체 국산화 비율은 65%에 이른다. 앞으로 국산화 가능한 부품을 추가로 발굴해 확대할 계획이다.
국산 유도무기 개발에도 속도를 낼 수 있다. 지금까지 국산 미사일을 개발해도 해외에서 도입한 전투기에는 장착하는 게 까다로웠다. 해외 항공기 제조사의 허락과 기술 조율이 필요해서다.
국내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한다. 문 대통령은 축사에서 “전투기 개발에 700여개의 국내 업체가 참여했고 1만 2000여개의 일자리가 생겼다”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면 일자리 10만개가 추가로 생기고 5조 9000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했다.
![2019년 10월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 2019)에 국산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모형이 전시됐다. [사진 LIG넥스원]](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4/09/7367e972-7a60-4b85-a3af-116b8633aaa2.jpg)
2019년 10월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 2019)에 국산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모형이 전시됐다. [사진 LIG넥스원]
문제는 수요다. 공군이 운용할 120여대만 갖고서는 경제성을 확보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정부는 처음부터 국제 공동개발로 추진키로 하고 동남아시아 방산 수출 교두보인 인도네시아를 전략적인 개발 파트너로 삼았다.
하지만 인도네시아가 낸 돈은 착수금을 포함해 2200억원뿐이다. 인도네시아는 2년 전부터 재정 악화를 이유로 분담금 지급을 완전히 중단해 현재 연체금만 6000억원을 넘어섰다.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이 축하 영상을 보내고 국방장관이 출고식에 참석했지만, 인도네시아가 밀린 분담금을 내겠다고 딱 부러지게 얘기하지는 않았다”며 “아직도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가 KF-21 보라매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하게 된다면 정부 예산으로 메울 수는 있겠지만, 수출 분위기에는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게 방산 업계의 전망이다.
이철재·박용한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