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은 지난 2017년부터 장병들의 전투력과 생존력을 높이기 위한 '워리어 플랫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 초 육군이 자체 조사한 결과 개인화기 조준경 등 핵심 장비 4종의 불량률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지난 2019년 6월 20일 인천광역시 국제평화지원단에서 워리어 플랫폼을 착용한 한빛부대 11진 장병들이 기동사격 훈련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6/03/e9fe194d-51aa-4db4-8f5e-0e8eb96d3120.jpg)
육군은 지난 2017년부터 장병들의 전투력과 생존력을 높이기 위한 '워리어 플랫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 초 육군이 자체 조사한 결과 개인화기 조준경 등 핵심 장비 4종의 불량률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지난 2019년 6월 20일 인천광역시 국제평화지원단에서 워리어 플랫폼을 착용한 한빛부대 11진 장병들이 기동사격 훈련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2일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육군이 지난 1월 1군단 직할 2개 부대에서 사용 중인 이들 장비 1551점(지난해 납품)을 전수 점검한 결과 평균 불량률이 26%로 나타났다. 점검표에는 없지만, 장비를 사용 중인 장병들이 문제가 있다고 제기한 ‘확인 필요’ 해당품도 38%에 달했다. 정작 양호품은 36%에 그친 셈이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방산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불량률이 5%를 넘기면 사실상 제작에 실패한 것으로 본다”며 “이 정도 불량률이라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워리어 플랫폼 장비 제원 및 특성.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또 가시광선 및 적외선(IR) 레이저로 표적을 가리키는 레이저 표적지시기의 경우 25m 밖 표적에 광선이 비춰야 하는 데도 불량품(12%)은 모두 조사 거리가 5m에 그친 것으로 밝혀졌다.
군 안팎에선 불량률을 키운 원인으로 장비 도입 방식이 거론된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방위사업청은 국방규격 없이 해마다 육군이 제시한 제안요청서에 따라 업체를 선정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낙찰 하한가조차 설정돼 있지 않으니 사실상 최저가 낙찰로 진행돼 품질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워리어 플랫폼 장비를 이용해 야간 조준 사격을 하는 모습. 야시경을 통해 녹색 광선(레이저)이 보인다. [국방부 기자단]](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6/03/54aaf4ae-392c-4467-9be6-95a32c486529.jpg)
워리어 플랫폼 장비를 이용해 야간 조준 사격을 하는 모습. 야시경을 통해 녹색 광선(레이저)이 보인다. [국방부 기자단]
군수 전문가인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장은 “민수 시장이 없는 장비들의 특성 탓에 평소 준비가 안 된 업체는 계약을 맺어야 공장을 가동하게 마련”이라며 “단가가 낮은 데다가 미숙련공들이 짧은 기한 내 급히 제조하다 보니 불량률을 키우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규격 없이 계속 이런 식으로 도입하면 결국 장비 정비도 안 되고 이후 소모품 명목으로 더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정이 이런 데도 방사청과 육군은 올해 장비 구매 계약 역시 지난해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또 지난달 28일 입찰을 마감한 일부 장비의 경우, 기존에 불량 장비를 납품했던 업체들이 우선 협상 대상자에 선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24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한 서욱 국방장관이 현지에 파병된 아크부대에서 사이드 라쉬드 알 셰히 UAE 육군 소장(왼쪽)과 함께 전시된 '워리어 플랫폼' 장비를 확인하고 있다. [뉴스1]](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6/03/214ee4d3-8ac4-4a2b-8a75-352ac67a6adc.jpg)
지난 3월 24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한 서욱 국방장관이 현지에 파병된 아크부대에서 사이드 라쉬드 알 셰히 UAE 육군 소장(왼쪽)과 함께 전시된 '워리어 플랫폼' 장비를 확인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017년부터 워리어 플랫폼 사업을 추진 중인 육군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하자품에 대해선 정식 절차에 따라 하자 보수를 청구하고 있다"며 "이와는 별도로 계약 체결 과정에서 불량률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철재ㆍ김상진ㆍ박용한 기자 kine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