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표의 여행의 기술 - 제주도 렌터카 여행

요즘 제주도는 급등한 렌터카 요금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진은 렌터카 차량으로 가득 찬 제주시 애월읍 한담해변 주차장. 뉴스1
"렌터카 요금 때문에 제주 여행 포기했다." "폭등한 렌터카 요금, 조정 좀 해주세요."
요즘 제주도청에는 이런 민원이 빗발친다. 코로나 사태 이전보다 렌터카 요금이 네다섯 배 올랐다는 항의 글도 인터넷에 수두룩하게 올라온다. 실제로 제주도 렌터카 요금은 비싸다. 7월 말 경차 요금이 하루 8만~10만원(자차보험 포함), 중형차는 13만~20만원에 이른다. 사흘만 중형차를 빌려도 50만원 정도가 렌터카 요금으로 나간다. 요금이 다가 아니다. 과다한 사고비 청구, 불친절한 고객 응대 등으로 제주도 이미지까지 망가뜨리고 있다. 제주도 여행에서 피할 수 없는 렌터카, 똑똑하게 이용하는 방법은 정말 없을까. 달라진 건 여행 방식
코로나 사태 이후 가장 많이 달라진 건, 방문객 숫자가 아니라 여행 방식이다. 2019년 상반기 78%에 불과했던 개별 여행자 비율이 96%로 급증했다. 대형버스를 타는 단체 관광객과 달리 개별 여행자는 렌터카를 선호한다. 4인 이상 집합이 제한되면서 승합차를 찾는 개별 여행자도 뚝 끊겼다. 제주도 여행자 대부분이 승용차를 대여한다는 뜻이다.
몇 년 새 달라진 게 또 있다. 렌터카 수가 줄었다. 2018년 9월 제주도가 ‘렌터카 총량제’를 시행하면서 당시 약 3만2000대였던 렌터카가 지금은 2만9838대로 줄었다. 과잉 공급된 렌터카를 정상화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신고 요금을 아시나요?

한 렌터카 예약 사이트에서 검색한 7월 말 기준 요금. 자차보험을 뺀 경차 렌트비가 평균 신고 요금인 9만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 교통정책과 강민철 주무관은 “평균 신고 요금보다 비싼 가격이 적발되면 행정 처분을 할 텐데 그런 사례가 없었다”고 말했다. ‘제주도렌트카협동조합’ 관계자는 “최근 할인율이 낮아졌을 뿐 평균 신고 요금보다 비싸게 팔진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제주도청과 렌터카 업체의 입장은 같다. 여행자들이 비명을 지르는 현재의 제주도 렌터카 요금은 법적이나 제도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
복잡한 제주도 렌터카

제주도를 찾는 개별여행객은 대부분 렌터카를 이용한다. 렌터카 가격도 크게 올랐지만 인기 관광지마다 주차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뉴스1
제주도 렌터카는 자차보험이 복잡하다. 일반 자차, 일반 면책, 고급 자차, 완전 면책 같은 용어도 난해하다. 사고가 났을 때 개인 부담액에 차등을 뒀다고 이해하자. 보험료는 하루 1만~4만원 선이다. 보험도 싸다고 좋은 게 아니다. 제일 싼 ‘일반 자차’를 선택했다가 사고가 나면 본인 부담금 30만원에 ‘휴차 보상금’까지 물어야 한다.
렌터카 회사의 자차보험을 선택하지 않고, 보험사의 '원데이 자동차 보험'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하루 5000~1만원으로 저렴하다. 단 보험사의 자차보험을 허용하지 않는 렌터카 업체도 있다.
렌터카를 피하는 제주 여행

요즘은 제주도로 갈 때 자가용을 가져가는 사람도 많다. 목포나 완도까지 운전하는 게 부담스러워 '탁송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한다. 사진 제주고속
요즘은 '차량 탁송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도 많다. 기사가 집 앞으로 와서 차를 가져가 배로 이동한 뒤 제주공항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도록 챙겨주는 서비스다. 편도 25만~35만원이다. 10만 원짜리 렌터카를 일주일 빌리는 것과 왕복 탁송 요금이 비슷하다. 탁송 전문업체 ‘제주고속’의 천동현 대표는 “장기 여행자 중심으로 탁송을 이용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며 “가격은 둘째치고 카시트, 유모차를 비롯한 큰 짐을 실어서 보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제주도에서 꼭 핸들을 잡아야 할까. 사람 마주치는 게 꺼려지는 코로나 시대, 제주도에서는 이동을 최소화하고 푹 쉬는 여행을 즐기는 것도 좋겠다. 필요할 때만 버스나 콜택시를 타면 며칠씩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보다 비용 부담이 적고 사고 위험과 주차 스트레스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여행 중 하루는 관광택시를 대절하는 방법도 있다. 이용료는 시간과 업체에 따라 5만~15만원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