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방부가 ″영국 군에 '여성'은 없다″며 동등한 복무를 하고 있는 여군 모병을 독려하는 영상. [영국 국방부 홈페이지 캡처]](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7/26/c10a9052-b9c4-4d06-a687-a8596623be95.jpg)
영국 국방부가 ″영국 군에 '여성'은 없다″며 동등한 복무를 하고 있는 여군 모병을 독려하는 영상. [영국 국방부 홈페이지 캡처]
영국 일간 가디언ㆍ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영국 의회 군사위원회 소속 ‘군대 안의 여성 소위원회’는 25일(현지시간) 현역ㆍ퇴역 여군 41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병영 문화 심층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62%는 군대 내에서 괴롭힘, 성폭력, 승진차별 등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직접 경험했거나 동료가 당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응답했다. 이번 조사에는 현역 여군의 10%(약 1600여명)가 참여했다. 영국 국방부가 병영 문화에 대한 제한 없는 조사를 허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CNN은 전했다.
모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영국에서 여군은 올해 4월 기준 정규군(현역)의 11.0%(1만 6470명), 예비군 15.1%(5650명)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규모는 정규군 14만 9280명, 예비군 3만 7410명으로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소위원회는 여군 병영 문화 실태의 “충격적 예시”로 집단 성폭행을 당했거나, 계급 승진을 위한 성 상납, 병영ㆍ선상에서 남성 대원들 간 게임의 전리품으로 여군을 취급하는 행위 등이 보고됐다고 전했다.
“성적 접촉 거부하자 따돌림…문제 생기면 참는다”
그러나 여군 10명 중 6명은 “따돌림이나 괴롭힘 등이 발생하더라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이는 성폭력ㆍ괴롭힘 문제를 처리하는 군 지휘 계통에 대한 강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보고서는 “군 간부들이 성폭력 등이 발생했을 때 (민간 수사기관인)경찰 신고를 꺼려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지적했다.
군사법원의 보수적인 시각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CNN은 “영국 군사 법원의 강간 사건 유죄 판결률이 일반 법원보다 4배~6배 낮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그 자신이 퇴역 군인이자 이번 조사를 총괄한 사라 애서튼 소위원장은 “여군들은 정의(jutice)를 거부 당하고 있다”며 “군 간부들은 자신들의 평판과 경력을 보호하기 위해 군대 내 불만을 양탄자 밑에 쓸어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여성들이 군대 내에서 성폭행을 당하고도 가해자와 함께 일 하거나, 이를 외부로 발설하면 군 경력이 훼손되는 것을 두려워 한다”는 것이다. 그는 군대 내 성폭력 사건은 군사법원에서 다뤄져선 안 된다고도 덧붙였다.
100년 여군 역사의 영국, 완전 개방은 2018년에야
모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영국에서 여군의 역사는 100여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도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트럭을 몰았다. 영국군에 여군 부대가 정식 편제된 것은 1949년부터라고 한다. 그러나 오랜기간 여성은 근접 전투 등에는 지원을 할 수 없었고, 보충적인 역할에 그쳐왔다.
여성의 전투 부대 지원 제한이 해제된 건 2016년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 때였다. 이후 2018년 10월부터 보병ㆍ특수부대 등 모든 직군에 여성이 지원할 수 있도록 완전 개방됐다. 보고서는 그러나 “여군 모집에 있어 (병영 문화의) 진보는 빙하가 움직이는 것과 같다”며 여전히 군대가 보수적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