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서 초인적 힘이 나온다" 亞신기록 황선우 '미친 회복력'

걱정을 탄성으로 바꿨다. 황선우(18·서울체고)가 '괴물 같은' 회복력을 앞세워 아시아 수영 역사를 새롭게 썼다.
 
28일 일본 도쿄 수영 센터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100m 준결승에 황선우 선수가 출전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8일 일본 도쿄 수영 센터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100m 준결승에 황선우 선수가 출전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황선우는 28일 오전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100m 준결승 1조에서 47초56의 기록으로 8명 중 3위를 기록했다. 전체 16명 중 4위로 상위 8명이 진출하는 결승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한국 선수가 올림픽 자유형 100m 결승에 진출한 건 그가 처음. 아시아 선수가 올림픽 자유형 100m 결승에 오른 건 1956년 멜버른 대회 때 일본의 다니 아츠시(7위) 이후 65년 만이다. 닝쩌타오(28·중국)가 2014년에 수립한 아시아기록(종전 47초65)까지 0.09초 앞당겼다. 29일 오전 11시 37분 열리는 결승에서 역사적인 역영을 시작한다.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황선우 향한 우려는 기대만큼 컸다. 지난 5월 남자 자유형 200m 세계주니어기록을 세웠지만, 올림픽은 중압감이 다른 무대였다. 경기 일정까지 빡빡해 체력 관리가 쉽지 않다. 전동현 서울체고 코치는 "(황선우는) 운동장에서 러닝 훈련할 때 5바퀴가 되면 헉헉됐다. 5000m 수영하라고 하면 2500m 만에 체력이 소진됐다"며 "대표팀에서도 훈련량을 따라가지 못해 고생했다고 한다. 체력이 달리다 보니 회복도 느린 편이었다. 올림픽에서 가장 걱정된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선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36·미국)가 하루 1만 칼로리를 섭취한다고 알려져 화제였다. 저녁에만 피자 6~8조각을 혼자 해치울 정도로 대식가였던 펠프스는 "난 식단에 엄격하지 않다. 먹고 싶은 건 거의 다 먹는다"고 했다. 그는 하루 성인 권장량의 4~5배를 먹고도 살이 찌지 않았다.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도 적정 체중이 유지됐다. 그만큼 수영은 체력 소모가 엄청나다. 올림픽 종목 중에선 사이클, 마라톤, 조정과 함께 열량 소비가 가장 큰 운동으로 분류된다.
 
28일 일본 도쿄 수영 센터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100m 준결승에 황선우 선수가 출전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8일 일본 도쿄 수영 센터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100m 준결승에 황선우 선수가 출전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황선우는 체력에 대한 우려를 보란 듯이 깼다. 지난 25일 저녁에 열린 남자 자유형 200m 예선에서 1분44초62로 터치패드를 찍어 박태환의 한국신기록(1분44초80)을 깼다. 전체 1위로 상위 16명이 겨루는 준결승에 안착했다. 약 15시간 뒤인 26일 오전에 열린 준결승에선 1분45초32의 기록으로 전체 16명의 선수 중 6위로 결승에 올랐다. 올림픽 경영 종목에서 한국 선수가 결승에 오른 건 2012년 런던 대회 박태환 이후 9년 만이었다.
 
경기는 숨 돌릴 틈 없이 진행됐다. 27일 오전에 열린 자유형 200m 결승에선 8명 중 7위를 기록했다. 순위는 하위권이었지만 결승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건 황선우였다. 출발 반응 속도부터 50m, 100m, 150m 구간까지 모두 1위. 폭발적인 초반 스피드로 우승 후보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한편에선 경기 막판 떨어진 스피드가 '체력 저하'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그조차도 "너무 힘들어서 정신없이 왔다"고 했다. 하지만 황선우는 약 9시간 뒤인 그날 오후에 열린 자유형 100m 예선에서 47초97로 종전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한국신기록(종전 48초04)을 갈아치웠다. 70명 중 6위에 올라 16명이 겨루는 준결승에 가볍게 진출했다. 50분 뒤에는 계영 800m 예선까지 뛰었다.
 
28일 자유형 100m 준결승까지 쉼 없이 달렸다.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우려와 달리 더 단단해지고 있다. 100m 준결승 뒤 황선우는 "(경기 일정이 빡빡해) 너무 힘들어서 잠이 오지 않더라. 새벽 2시쯤 잤다. 내심 걱정했는데 (기록이) 잘 나와서 다행"이라며 “정말 힘든데 내 안에서 초인적인 힘이 나오는 것 같다"고 웃었다.
 
김효식 한국체대 교수는 "대회 초반에는 몸이 아직 덜 풀려있다가 5, 6일 차에 이완되면서 몸 상태가 가장 좋아지는 선수들이 있다"고 했다. 황성태 국가대표 이하 우수선수 경영 전임감독은 "선수들에겐 각성효과가 있다. 결과가 좋으면 몸이 지쳐도 힘이 더 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황선우는 200m에서 7위를 했지만, 최고기록을 내고 기대 이상 성과를 거뒀다. 그 기운이 지친 몸도 일으켜 세우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