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밀면, 분당 김밥집 700여명 집단식중독…범인은 계란?

지난달 22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달걀을 고르고 있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진. 연합뉴스

지난달 22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달걀을 고르고 있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진. 연합뉴스

최근 부산의 밀면집과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김밥 전문점 2곳 등에서 수백 명의 식중독 환자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 당국이 “살모넬라균 오염 때문”이라고 밝혔다. 밀면과 김밥에 들어간 계란 고명이 살모넬라균에 오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8일 부산 밀면집과 분당 김밥집에서 집단 식중독 감염이 발생한 것과 관련 “살모넬라균에 오염된 식재료를 완전히 가열하지 않았거나 오염된 식재료를 만진 후 세정제로 손을 씻지 않고 다른 식재료나 조리도구를 만져 ‘교차오염’이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설명했다.   

살모넬라는 닭ㆍ오리 등 가금류와 돼지 등 동물의 장 속이나 자연에 널리 퍼져있는 식중독균이다. 37℃에서 가장 잘 자란다. 오염된 음식을 먹고 6~72시간가량의 잠복기를 거쳐 발병하는데, 발열을 동반한 복통ㆍ구토 등이 주요 증상이다. 보통 살모넬라균 10만개가량이 체내에 유입되면 식중독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 치료를 받으면 일주일 이내 완치되지만, 어린이나 노인, 면역력이 취약한 사람은 중증으로 악화할 수 있다.  

지난달 말 부산 연제구의 유명 밀면집에서 집단 식중독 감염이 발생해 지금까지 450여명의 환자가 확인됐다. 조사 결과 이 식당의 계란고명과 절임무, 양념장 등에서 살모넬라균이 검출됐다. 이어 이달 초 경기 성남 분당구의 김밥집 지점 2곳에서 식중독이 발생해 270여명의 환자가 발생했는데 환자들에게서 살모넬라균이 검출됐다. 김밥집의 경우 환자에게서는 살모넬라균이 검출됐지만, 식재료나 조리기구 등에서는 아직 균이 확인되지 않았다. 또 2주 전 같은 프랜차이즈의 서울 지점에서도 식중독 의심 환자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뒤늦게 접수됐지만, 시간이 많이 흘러 조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환자는 이미 나아 세균 검사가 의미 없게 됐고,  관할 지자체가 해당 식당의 위생 점검을 벌였으나 특별한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사진 px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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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일 식약처 식중독예방과장은 “밀면집과 김밥집의 식중독 원인이 계란에서 비롯된 것이란 짐작은 하고 있지만 단정하기는 어렵다”라며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에서 최대한 많은 시료를 채취해 검사 중이며,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당국은 8~9월, 계란이 포함된 조리 식품에 의한 살모넬라 식중독이 많이 발생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6~2020년) 살모넬라 식중독 환자는 총 5596명 발생했고 그중 3744명(67%)이 8~9월에 발생했는데, 계란 등으로 인한 발생은 3506명(63%)이었다. 주요 원인 식품은 김밥, 계란(고명)이 포함된 복합조리 식품(다양한 식재료를 이용하는 조리 식품) 이었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보다 7월 평균 최고기온이 4.7℃(26.3→31℃) 상승했고 7월 한 달간 폭염 일(하루 최고기온이 33℃ 이상인 날)이 8일(0→8) 증가했다. 또 8월 기온 또한 작년보다 더울 것으로 예측돼 살모넬라, 병원성 대장균 등의 식중독 발생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음식이 상했는지 확인하려 냄새나 맛 변화를 관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의미가 없다고 한다. 김성일 식약처 과장은 “보통 식품이 살모넬라 등 식중독균에 오염되어도 냄새나 맛의 변화가 없는 경우가 많다”라며 “육안으로 관찰하거나 맛을 본다 해서 오염 여부를 판별할 수 없으므로 위생관리로 식중독을 예방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식중독 예방하려면…식재료·음식 실온 방치하지 말아야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손 씻기다. 계란이나 고기 등 살모넬라균에 오염될 가능성이 있는 식재료를 만진 후에는 세정제를 이용해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손을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 식재료는 날로 먹지 말고 익혀 먹어야 한다. 살모넬라균은 자연계에 널리 퍼져있어 식재료에서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열에 약해서 제대로 조리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육류, 가금류, 계란은 날것으로 먹지 말고, 중심온도 75℃가 되도록 1분 이상 가열해서 섭취한다. 
식재료는 흐르는 물로 세척하고 가금류 등을 세척한 물이 다른 식재료에 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양한 식재료를 같은 싱크대에서 세척해야 한다면 채소, 육류, 어류, 가금류 순으로 씻는다. 또 사용 후에는 세제로 세척 후 염소계 소독제 등으로 소독한다. 칼ㆍ도마는 교차오염 예방을 위해 완제품용, 가공식품용, 채소용, 육류용, 어류용으로 구분해서 사용한다.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이 6일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 등에 도시락을 공급하는 식품제조가공업체 롯데푸드주식회사 용인공장을 찾아 식중독 예방을 당부하고 있다.뉴스1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이 6일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 등에 도시락을 공급하는 식품제조가공업체 롯데푸드주식회사 용인공장을 찾아 식중독 예방을 당부하고 있다.뉴스1

또 계란과 알 가공품 등은 살모넬라 오염 우려가 상대적으로 높아 주의해야 한다. 계란 등 난류를 살 때는 파손되지 않은 것을 산다. 또 구입한 계란은 냉장고에서 다른 식재료와 구분해 보관하고 실온에 장시간 방치하지 않도록 한다. 계란 고명이나 나물류는 냉장 보관한다. 식당이나 급식소의 조리 담당 직원은 설사, 복통 등 장염 증세가 나타나면 조리에 참여해선 안 된다. 김밥처럼 다양한 식재료를 이용해 조리하는 경우에는 위생 장갑을 수시로 교체해준다.

김강립 처장은 “요즘 같은 여름철에는 식자재와 음식을 실온에 방치하면 식중독균이 급격히 증식할 위험이 있다”라며 “조리 후 가급적 빨리 섭취하거나 충분히 식혀 냉장 보관하고, 남은 음식을 섭취할 땐 반드시 재가열하는 등 여름철 식중독 예방에 주의를 기울여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