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플라스틱 쓰레기〈2부〉

제주 공항을 찾은 관광객이 무인 다회용컵 반납기를 통해 컵을 반납하고 있다. 편광현 기자
다회용컵을 반납하고 보증금을 돌려받은 것이다. 가족여행을 마치고 돌아간다는 그는 “일회용 컵 버릴 곳을 찾는 것보다 컵을 금방 헹궈서 자판기에 넣어 보니 편하다”면서 “반납기가 공항뿐 아니라 제주도 곳곳에 있다면 훨씬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6일 처음 설치된 이 자판기 이름은 ‘해빗컵 반납기’. SK그룹이 만든 사회적기업 행복커넥트가 운영한다. 제주도 내 일부 스타벅스에서는 이 다회용 컵에 커피를 담아 내주는데, 사용하고 씻은 컵을 여기에 넣으면 이전에 냈던 보증금 1000원을 돌려받는다. 시각 인공지능(Vision AI)이 이물질 제거 여부를 확인한다. 이를 행복커넥트가 수거해 세척한 뒤 스타벅스에 공급하는 구조다.

친환경 스타트업 푸른컵이 만든 텀블러. 다시 사용되기 전 자외선 살균과 단계별 세척및 검수 과정을 거친다.
해빗컵 반납기는 커피전문점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을 줄이기 위한 ‘에코 제주 프로젝트’로 개발됐다. 에코 프로젝트란 SK텔레콤이 7월부터 환경부와 제주특별자치도, 스타벅스코리아, 행복커넥트, 친환경 스타트업 오이스터에이블 등과 함께 진행하는 제주도의 탈플라스틱 사업이다.

‘관광 1번지’ 제주로 몰리는 인파.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관광객이 늘자 주민 1명당 생활폐기물 배출량도 급증했다. 2010년 1.1kg 수준이었지만 2019년엔 1.8kg까지 늘었다. 2019년 한 해에만 버려진 플라스틱이 5만5000t(환경부 통계)에 이른다. 제주도가 ‘플라스틱 섬’으로 불리는 이유다.

관광객만큼 카페도 집중되는 제주.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제주의 플라스틱 현실은 ‘빨간불’.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푸른컵은 방문객에게 제로 웨이스트 여행을 위한 가이드 맵도 제공한다.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숙박업소·기념품 가게 8곳과 식당·카페 34곳이 표시돼 있다. 해당 카페에 푸른컵 텀블러를 들고 가면 음료 가격의 5~10%를 할인받을 수 있다. 제주에서 한달살이 중이라는 황윤영(38)씨는 “나와 딸의 텀블러를 빌렸다. 섬 밖에서 온 사람들은 일회용품 사용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텀블러 덕에 일회용 컵만이라도 아예 안 쓰게 됐다”고 말했다.
제주시 구좌읍에서 카페 ‘그초록’을 운영하는 홍영우(41)씨는 “제주 토박이로서 푸른컵 취지가 너무 좋아 바로 참여했다. 이 텀블러를 쓰는 손님이 하루 3~4명씩은 꾸준히 온다”고 말했다.
이곳 주민들도 탈플라스틱에 손 들고 나섰다. 제주시 노형동에 위치한 ‘지구별가게’는 친환경 소재로 물건을 만들어 파는 협동조합이다.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중 다섯 번째로 많은 생리대를 면으로 제작·판매하며 유명세를 탔다. 지금은 면 돗자리, 대나무 칫솔, 유리 빨대, 와입스(면으로 된 휴지) 등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든다.
이경미(47) 함께하는그날 협동조합 대표는 “지금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넘쳐 제주의 산으로, 바다로 가고 있지만 시민들이 함께 노력한다면 다시 ‘플라스틱 프리 아일랜드’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