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발표한 12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2000억원 감소했다. 연합뉴스
항목별로는 주택담보대출이 2조원 늘었다. 주담대 월 증가액은 2018년 2월(1조8000억원) 이후 가장 적다. 주담대 증가액은 주택거래가 둔화하며 지난해 8월(5조8000억원) 이후 매달 줄고 있다. 지난달 주담대도 전세대출을 중심으로 늘었다. 지난달 전세자금 증가액은 1조8000억원이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2조2000억원 줄었다. 12월 기준으로는 2004년 통계 작성 이후 감소폭이 가장 크다. 시중은행들의 대출관리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최근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게 대출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 연말 상여금으로 대출을 갚는 등 계절적 요인도 반영됐다. 신용대출은 지난해 5월에도 5조5000억원이 감소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등 대형 공모주 청약증거금 환불로 대출 상환이 급증한 게 원인이 됐다.

은행 가계대출 증가액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제2금융권으로의 풍선효과도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금융위원회가 이날 발표한 ‘12월 중 전(全)금융권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3조원)에 비해 증가폭이 크게 줄었다. 지역농ㆍ수협과 신용협동조합ㆍ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의 주담대 증가액이 지난해 11월(1조7000억원) 대비 절반 수준인 9000억원으로 줄어든 결과다.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율은 7.1% 수준으로 20년(8%) 대비 증가세가 둔화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상승하던 가계대출은 21년 하반기부터 금융권 관리노력 강화, 한은의 두차례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증가세가 둔화하는 모습”이라면서도 “다만 현 증가율은 명목성장률(6.2%)을 초과하는 수준으로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주요국 대비 여전히 빨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증가액 및 증가율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올해에도 가계대출 관리 강화와 금리 상승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선 한국은행은 1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높아진 물가 상승 압력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인상이 유력하다.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13일 “금융안정이라는 목표 하에서 그 외연을 가계 부채와 함께 자영업자와 금융권발 리스크까지 넓혀서 앞으로 상황 변화가 가져올 충격을 최소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멀리 있던 회색 코뿔소가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회색 코뿔소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위험 요인을 말한다.